한국지엠은 왜 '이중국적자'가 됐을까?

김준 선임기자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지엠 제공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지엠 제공

한국지엠의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록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수입차협회는 벤츠와 BMW 등 수입차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한국지엠은 국내 공장에서 완성차를 생산, 수출까지 하고 있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도 가입해 있어 수입차협회 가입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르노삼성차는 프랑스 르노 브랜드 차량인 클리오와 QM3를 수입, 판매하고 있지만 수입차 협회 가입은 하지 않고 있다.

15일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한국지엠의 협회 등록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 등록 절차의 핵심은 이사회 통과”라면서 “판매 통계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업무 협의가 마무리되고 한국지엠이 회원비만 내면 협회 가입 절차가 끝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이기도 한 한국지엠이 수입차협회에도 가입, ‘이중국적자’가 되기로 결정한 것은 ‘쉐보레 브랜드 제 값 받기’가 목적이다.

현재 한국지엠은 임팔라, 말리부, 카마로, 볼트 EV, 이쿼녹스, 트랙스, 스파크 등 GM의 쉐보레 엠블럼을 단 7개 차량을 국내서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생산인 말리부, 트랙스, 스파크를 제외한 4개 모델은 수입차다. 하지만 모두 국산차로 인식돼 브랜드 평가 뿐만 아니라 차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차량을 수입하려면 인증절차와 운송비용 때문에 동급이라도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쉐보레 = 한국지엠 = 국산차’로 잘못 인식돼 소비자들이 차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쉐보레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가 대표적이다. 미국서 수입하는 이쿼녹스는 현대차 싼타페, 쏘렌토의 경쟁 모델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으로 국내시장에서 월 200대 안팎의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도 비슷하다. 이 같은 전철을 다른 수입 모델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실제 한국지엠은 다음달부터 쉐보레 대형세단 트래버스와 정통 픽업트럭 콜라라도를 수입·판매할 예정이다. 수입차협회에 가입이 최종 승인되면 트래버스와 콜라라도는 수입차 판매 통계에 잡히면서 자연스레 프리미엄 브랜드가 포진해 있는 ‘수입차 반열’에 오른다. 소비자들에 ‘쉐보레 = 수입차’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픽업트럭 콜라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는 미국 시장에서 포드 F150, 익스플로러 등 인기 모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량”이라면서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국산차 렉스턴 스포츠와 팰리세이드와 가격 등에서 비교되는 게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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