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마이바흐, 네→중→일→한→러 찍고 평양행”

전병역 기자

지난해부터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고 등장한 고급승용차 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어떻게 북한까지 반입됐을까. 유엔은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고급 승용차는 사치품으로 보고 북한으로 수출을 금지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고급 리무진들이 어떤 경로로 평양까지 들어갔는지 추적한 보도를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메르세데스 벤츠와 렉서스 LX 570 등 금수품을 타고 등장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고급승용차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를 출발해, 선박으로 중국 다롄, 일본 오사카, 부산을 거쳐 러시아 나홋카까지 이동한 뒤, 이어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진 다음 화물기편으로 북한 평양으로 반입됐다고 주장하는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 내용.         출처: C4ADS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고급승용차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를 출발해, 선박으로 중국 다롄, 일본 오사카, 부산을 거쳐 러시아 나홋카까지 이동한 뒤, 이어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진 다음 화물기편으로 북한 평양으로 반입됐다고 주장하는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 내용. 출처: C4ADS

NYT는 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와 자체 취재를 통해 메르세데스의 최고급 기종으로 방탄차인 마이바흐 S600 2대를 실은 컨테이너의 이동 경로를 추적, 보도했다. C4ADS와 함께 선박 운항 기록과 인공위성 자료 등 공개 자료를 통해 마이바흐 S600 2대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차량을 적재한 컨테이너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출발, 중국 다롄, 일본 오사카와 한국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 연해주의 나홋카까지 배로 옮겨졌다. 이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북한 화물기로 하늘길을 통해 최종 반입된 것으로 NYT는 주장했다. 컨테이너에 적재됐던 것과 같은 기종의 차량이 지난 1월 북한에서 실제 목격됐다는 것이다.

NYT는 지난해 6월 로테르담 항구에서 한 대에 50만달러에 이르는 마이바흐 S600 2대가 2개의 컨테이너에 각각 실렸다. 이를 처음 누가 구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차이나 코스코시핑’ 그룹이 운송을 맡았다.

이들 컨테이너는 41일 간 항해를 거쳐 지난해 7월 31일 다롄항에 도착했고, 하역 이후 8월 26일까지 다롄항에 머물렀다. 이후 컨테이너는 다시 화물선에 실려 일본 오사카를 거쳐 9월 30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컨테이너는 부산항에서 토고의 국적 화물선 ‘DN5505’호로 옮겨져 나홋카항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6월 12일 오전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차량 행렬이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나서 센토사 카펠라 호텔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 |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2일 오전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차량 행렬이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을 나서 센토사 카펠라 호텔로 향하고 있다. 싱가포르 | 연합뉴스

컨테이너 운송 위탁책임은 DN5505호 선주인 ‘도영해운(Do Young Shipping)’이 맡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마셜제도를 국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진 ‘도영해운’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파나마 선적 석유제품 운반선 ‘카트린호’의 소유주다.

그러나 화물선 DN5505호는 18일간 종적이 사라져 버렷다. 10월 1일 부산항을 출항한 뒤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끈 것으로 보인다. AIS 차단은 제재 회피 선박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해온 전형적인 수법으로 알려졌다.

DN5505호가 19일 AIS를 다시 켰을 때는 한국 영해 내에 있었다. 18일 동안은 추적이 안된 것이다. 선박은 2588t의 석탄을 적재하고 있었다. 세관 자료에는 DN5505호가 나홋카항에서 석탄을 실었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나홋카항에서 석탄을 싣고 포항에 입항한 DN5505호를 조사 중이다.

NYT는 C4ADS 보고서와 연구진을 인용, 마이바흐 S600 차량이 비행편으로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0월 7일 북한 고려항공 소속 3대의 화물기가 나홋카항에서 멀지 않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고려항공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고, 이들 화물기는 김 위원장의 해외 순방시 김 위원장의 전용차를 운송하기도 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올해 1월 31일 컨테이너선에 적재됐던 것과 같은 기종의 마이바흐 S600 차량이 평양 노동당 청사로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고, 당일 김 위원장의 예술 대표단 사진 촬영에서 같은 차량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는 지난 3월 연례보고서에서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 위원장의 전용차는 “명백히 제재 위반”이라고 밝혔다. 대북제재위는 김 위원장의 차량 고유 넘버 확인을 싱가포르와 중국 당국에 요청했다. 싱가포르는 관련 정보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06년 사치품의 북한 반입을 금지했고, 2013년 ‘호화 자동차’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북한은 2016년 이래 여러 국가로부터 고급 모델이 포함된 800대 이상 수입차와 트럭을 들여온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지난해 9월 평양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카퍼레이드를 벌일 때 탄 김정은의 무개차는 ‘벤츠 S600 풀만 가드’를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를 출발해 북한에 넘겨진 마이바흐 S600이 정확히 애초에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마이바흐 브랜드를 거느린 다임러는 방탄용 ‘풀만 가드’ 모델을 국가 정상이나 공무원들에게 특별판매를 해오며, 모든 잠재적인 구매자까지 배경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는 북한을 돕는 사람들에게 이런 차들을 판매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 위해 기록들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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