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불에 탄 훈민정음 상주본 인위적인 훼손 가능성 있다" 의혹 제기

이기환 선임기자
안민석 의원이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불에 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사진을 들어보이면서 인위적인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안민석 의원실 제공

안민석 의원이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불에 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사진을 들어보이면서 인위적인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안민석 의원실 제공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인위적 훼손 가능성을 제기했다. 안민석 위원장은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씨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진 상주본 사진을 제시하면서 “일부 전문가는 이것이 자연적으로 불에 탄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불에 태워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어 “종이가 타면 한꺼번에 불이 타오르지 이런 식으로 특정 부분이 볼록하게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일각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처럼 상주본도 잘 보존돼야 하고 국가로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공개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의 한글창제 원리를 설명한 책이다. 1940년까지 이 해례본을 발견하지 못했다. 18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이 훈민정음의 원본인 해례본을 한글로 풀어쓴 언해본을 찾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일제는 이 언해본이 위작이라며 깔아뭉갰다. 해례본을 찾지 못하는 한 한글은 ‘세종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우연히 만든 글자’쯤으로 폄훼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대에 현현한다. 간송 전형필(1906~1962)과 사회주의 국문학자인 김태준(1905~1950)의 만고에 빛날 업적이라 하겠다. 김태준이 제자(서예가 이용준)로부터 “안동 집에 가보로 전해 내려오는 ‘훈민정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안동에 내려가 ‘해례본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를 전형필에게 알린 것이다. 전형필은 당시 기와집 11채 값인 1만1000원을 주고 해례본을 구입했다. 이용준이 부른 가격은 1000원이었지만 이런 보물은 제값을 줘야 한다면서 10배인 1만원이라는 거액을 내준 것이다. 전형필은 중간상인에게도 ‘수고했다’며 1000원을 전했다. 간송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꼽힌 훈민정음 해례본을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품에 고이 간직한채 피난을 떠났고, 잠 잘 때도 베개 속에 넣어 끝끝내 지켜냈다. 1956년 후학들의 연구를 위해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영인본으로 공개했다. 그러던 2008년 경북 상주에서 간송본과 동일 판본으로 추정되는 해례본(상주본)이 발견됐다. 배익기씨가 공개한 것이었다. 간송본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고, 표제와 주석이 16세기에 새롭게 더해졌으니 학술가치는 대단했다. 상주본을 처음 공개한 배씨와 원 소유주인 조용훈씨(2012년 작고)의 소유권 분쟁이 시작됐다. 결국 대법원은 조씨의 소유권을 최종 인정했다. 조씨는 상주본을 국가(문화재청)에 기증했다.

문화재청은 2016년 승계집행문을 받았다. 따라서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분)의 적법한 소유권은 현재 문화재청에 있다. 배씨는 이 상주본을 헌책방에서 훔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4년 5월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절도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배씨는 이후 “문화재청이 재산가치 추정액(1조원)의 10%인 1000억원만 주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버텼다.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의 재산가치가 무가지보의 문화유산이라는 뜻에서 ‘1조원의 가치’ 운운한 게 화를 부른 것이다.

배익기씨는 지금까지 상주본의 행방을 감추고 있는데 지난 2017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실체를 보여준다”며 상주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나 공개한 훈민정음 상주본의 사진은 불에 그을린 모습이었다. 배씨는 “2015년 3월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상주본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상주본은 또다시 꽁꽁 숨겨져 있다. 얼만큼 불에 탔는지, 또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배씨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섣불리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해도 배씨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해코지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문화재청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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