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일본 브랜드 '대체소비'…불매 제품 종류도 늘어

김지원 기자

일본의 전례 없는 수출규제에 맞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일로에 있다. 나아가 “일제를 사지 말자”를 넘어 국산 등 대체품 정보를 적극 공유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본 브랜드인지 불확실하거나 애매한 정보 때문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유통업계 동향을 보면 최근 특정 일제 상품이나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혹은 다른 외국산 제품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최근 문을 연 일본제품의 대체품 소개 사이트 ‘노노재팬’은 이날 오전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한때 방문자가 많아 연결이 중단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이곳에선 카테고리별로 일본 브랜드 여부나 대체품 정보를 직접 입력해 알아볼 수 있다. 이날 오후 기준 노노재팬엔 60여개 일본 브랜드에 대한 대체품 정보가 수록돼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범위도 식품, 주류 등을 넘어서 의약품, 전자제품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 약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일본산 의약품을 대체할 국산 의약품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일본 약 없이는 치료가 안된다는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대체 가능한 상품군에 대해선 (일제품 불매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품 소비가 떠오르자 일본 브랜드와 경쟁관계에 있던 국내 기업들은 조용히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내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가운데 유니클로와 경쟁하는 이랜드 계열의 스파오(SPAO)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딱히 이번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애국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국산 브랜드인 것을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브랜드가 강세였던 문구류 시장에서도 국산 대체소비가 힘을 받는다. 모나미의 주식은 지난 4일 주당 3325원에서 17일 4550원으로 2주 만에 약 37% 치솟았다.

반면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숨죽이고 있다. ㄱ기업 관계자는 “(불매 리스트 정보 가운데) 억울한 부분도 있고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도 있지만 괜히 해명이나 입장자료를 내면 더 심하게 반발할까봐 그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한 곳은 적극 대응하기도 한다. 불매운동이 막 시작될 무렵인 지난 5일 코카콜라는 자사의 브랜드 토레타, 조지아가 불매 목록에 포함되자 발 빠르게 해명문을 내놓기도 했다. 원래 일본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일본 자금이 들어간 곳도 논란거리다.

최근 인터넷에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은 쿠팡도 불매해야 한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 17일 직접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에서 설립,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쿠팡이 해외투자를 유치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보니 이런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을 악용해 조직적으로 악성 글, 루머를 유포하는 계정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특정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일은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매 리스트 작성이나 제보 등이 대부분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긴다. 최근 한 불매 리스트에 일본 주류회사인 ‘오리온’이 올랐다. 이를 국내 제과기업 오리온으로 착각한 소비자들이 몇몇 커뮤니티에 “오리온 과자를 사먹지 말자”는 글을 쓰기도 했다. 국내 오리온 관계자는 “저희는 일본기업과 착각해 불매 리스트에도 포함되고, 국산 과자니까 대체 소비 리스트에도 올라왔었다”며 “같은 이름일 뿐 전혀 다른 회사이므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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