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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디자인 화분-자유를 극대화한 그린 디자인

입력 : 
2019-07-17 09: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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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테리어(Greenterior, 녹색식물을 뜻하는 ‘그린’과 ‘인테리어’의 합성어). 미세 먼지와 공기 오염, 거기에 인간 사회의 피로감까지 쓰리 콤보로 이어지는 세상에서 작은 화분 몇 개는 심신과 공기를 환기시키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다.

사실 먼 과거에도 인간은 항상 식물에 의지했다. 인위적으로 정원을 디자인해 그 안을 거닐며 감상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이다. 그뿐인가. 동양의 문화 중엔 ‘분재’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작은 분에 노목을 심고 인위적 미니어처로 디자인해 머리맡에 두곤 했다. 특히 동양의 정원은 자연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옮기느냐에 주목했다. 11세기 정원 조성법을 기록한 일본의 『작정기』에는 정원을 어떤 식으로 디자인하는지 자세히 적고 있는데, 이는 곧 ‘자연을 어떻게 상징할 것인가’가 주제다. 분재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의 모습을 방 안에 들이기 위한 고심의 결과다. 이렇게 대대손손 인간이 자연을 곁에 두는 데 집착하는 건 왜일까? 한마디로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그래서 각 시대마다 유행하는 정원 디자인, 화초 디자인이 자연스레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설명
1. 공간의 여백, 화분의 여백이 잘 어우러진 인테리어. 식물을 키우는 것은 집안에 자연을 들이는 일이다. 2. 잘 가꾸어진 노가든의 화초들. 아름다운 라인이 강조된 것들이 많다. 화분 역시 테라코타 화분인 두갸르송. 자연스러움을 통한 극도의 멋스러움이 돋보인다.


2, 3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유행하던 화초와 화분은 벵골고무나무, 떡갈나무, 돈나무 같은 반듯한 모양의 나무가 회색 사각형 화분에 심긴 것이었다. 풍성하고도 모던한 디자인의 그들은 모두 잎이 반들거리고 건강하며 무성한 것들로, 주로 개업식 단골손님이 되었다. 최근 들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 화룡정점이 ‘그린테리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화초가 담긴 화분 디자인에 다채로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가장 큰 특징은 여백 많은 디자인. 그리고 비뚤어진 디자인이다. 여기엔 다종다양한 식물이 수입되고 재배되면서 이전에 볼 수 없던 종이 늘어난 사실이 큰 영향을 끼쳤다. 3, 4년 전부터 박쥐란, 파티오라금, 유호르비아, 디스칼라처럼 라인의 아름다움과 비정형성이 뛰어난 식물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에 힘입어 기존 화초들도 디자인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4, 5년 전이라면 잎이 적다든가 허리가 휘었다며 문전박대 받기 십상인 디자인이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디자인 감각이 극도로 자유로워진 요즘 소비자들에겐 반대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디자인의 화초는 플랜트 디자이너의 세심한 손길로 탄생하거나 극도의 자유로움(사실 척추를 곧추 세운 반듯한 화초를 가꾸기 위해 인간은 받침대와 끈을 이용해 인위적 영향력을 발휘하곤 했으니까)으로 탄생한다.

이런 경향에 힘입어 화분 디자인 출원 역시 급속도로 늘고 있다. 화초를 메이크업하는 마지막 단계는 바로 화분이니까. 다양한 디자인의 화분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그래도 이런 류의 소목이나 화초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분은 역시 테라코타 토분이다. 유약이 발린 화분에 비해 통기성이 우수한 데다 과습 위험이 적은 토분은 디자인적으로 내추럴한 것은 물론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백태 등이 끼어 자연스럽고 멋스럽다. 과거엔 이런 빈티지함 때문에 호불호가 극도로 갈렸지만 지금의 화초 디자인에는 이런 편안함이 제격이다.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심신의 안정을 취하려는 인간의 미적 욕구가 집약된 디자인’. 요즘의 그린테리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문장일 것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노가든 공식 인스타그램,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8호 (19.07.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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