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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는 너의 감정 쓰레기통인 걸까?! 감정 공감에서 벗어나기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7-17 13: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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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녀)가 자꾸 감정을 치대요.” 버겁고 골치 아픈 감정을 홀로 껴안지 못하는 타인이 ‘사랑’과 ‘우정’, ‘공감’이란 온갖 따뜻한 단어로 포장한 그 찌꺼기를 나에게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그로 인해 내가 상처받는다면 이젠 의심해야 할 때다. 내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나는 감정 쓰레기통일까? 타인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공감력이 큰 사람일수록 누군가의 관계에서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 쉽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도와주지만, 그것이 나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다면? 또 자신의 감정을 억압시키고 희생시킨다면? 그땐 타인과의 관계 공정성이 무너져 힘의 불균형이 일어난 상태라고 인정해야 한다.

‘이 순간만 참으면 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누군가의 욕받이 무녀를 자처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 축적된 스트레스와 마음속 숨겨진 내상은 심하면 편두통, 근육 긴장, 이명, 빈맥, 수면 장애, 위통 등의 겉으로 드러나는 질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감정 쓰레기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먼저, 내가 정해놓은 선을 타인이 쉽게 침입하지 못하도록 명확한 ‘거절’과 ‘선 긋기’가 필요하다.



사진설명
▶01 ‘선’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라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인데, 듣기 싫은 말은 오죽할까. 상대가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긴다면 이땐 상대의 말을 듣는 것에 ‘한계’를 표현하되, 좋은 인상 또한 잃지 않는 방법을 시도해보자. 먼저, ‘미소’의 기능을 이용하자.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와, 기계적인 미소, 진지한 태도에 이르는 미소는 전부 다르다. 만만해 보이지 않는 적당히 웃는 얼굴의 ‘사무적인 미소’는,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분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은 줄이되 내가 정해둔 선은 지키는 1차적인 표현법이다. 이밖에도 편하게 앉아 있다가 허리를 펴서 똑바로 앉거나, 팔짱을 끼거나 손등을 보이는(접근을 막는 듯한) 제스쳐 표시도 좋다.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약간의 연습은 필수! 이러한 태도는 ‘너 혼자 이야기하고 있어’라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02 대화의 주도권을 찾아라

대체적으로 익숙한 사람과 장시간 이어지는 대화에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계속 비슷한 대화 주제가 맴돌게 된다. 상대와의 일방적인 대화에서 벗어나려면 상대의 말을 짧게 요약하는 것이 비책이 될 수 있다. ‘너의 말과 감정은 충분히 이야기했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럼 상대 역시 말을 정리하거나, 줄이게 된다. 그렇다면 비대면적인 상황에선 어떨까.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온다면? 먼저, 시간적 텀을 두자. “나 영화 보러 왔어. 5분 뒤에 시작하는데 이따 다시 전화할게”라거나, “나 잠깐 화장실이 급해서”라는 말 등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끊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 상대의 감정 역시 조금 갈무리가 된 시점에 다시 전화를 걸자. 상대는 이미 다른 방법으로 하소연을 했거나, 당신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을 때보다 감정이 한층 갈무리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땐 감정만이 묻어난 대화 내용 역시 줄어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03 관계의 ‘타임아웃’을 선언하다

속 시원하게 하소연을 하고 “오늘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 마음속으론 불편하지만 동조하듯 장단을 맞추곤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한번 더 상처를 받았다면? 이는 상대와의 관계에서 본인이 느낀 감정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데서 오는 2차 상처로, 일종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이런 친구와의 관계가 반복되고 있다면 관계의 ‘타임아웃’을 선언하자. 화자가 감정을 쏟아내는 것을 그만둘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청자가 스스로 듣기를 멈추는 것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말’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다. 앞서 “오늘 재미있었어”라는 말에는 “난 좀 피곤하더라, 다음부터는 우리 화제 전환 좀 하자”라는 말을 건네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거절할 줄 모르는 나를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감정 쓰레기통으로써 대할 수 있다. 적절한 거절은 오히려 더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04 “그것도 못 들어줘?”라는 마법의 주문엔 “NO!”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 왕자 동상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에 붙은 보석과 금 조각을 모두 떼어준다. 그리고 초라해져 간 왕자는 결국 사람들의 손에 녹아 없어진다. 타인의 어려움을 껴 안은 채 자신을 모두 내어준 왕자는 녹아 없어졌을 순간까지 정말 행복했을까? 최소한 현대 사회에선 동화 속 왕자의 이타적인 행복을 보면 쉽게 긍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착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앞서 소개한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나를 존중해주지 않고, ‘이 정도도 못 들어주는 나’를 타박하며, “왜 일찍 말하지 그랬어?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라고 잘못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사랑이나, 우정은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의 기분을 맞춰 주는 것이 아니다. 잘 받아주던 사람이, 더 이상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상대는 관계를 돌리려고 한다.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면 좋겠지만, 상대가 내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몰아붙이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제는 너무 착할 필요도, 정직할 필요도 없다. 그땐 이 사람과의 관계를 벗어나 더 돈독한 관계를 찾는 것이 났다. 금쪽 같은 주말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곧바로 떠오르는 1위부터 3위까지 해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감정 낭비, 시간 낭비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참고 및 발췌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성유미 저 / 인플루엔셜 펴냄),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롤프 젤린 저 / 박병화 역 / 걷는나무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8호 (19.07.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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