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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서 ‘미인주’로 턴어라운드 종목-두산밥캣·코나아이·씨에스윈드 ‘환골탈태’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7.15 07:38:41
  • 최종수정 : 2019.07.15 09:25:33
두산밥캣이 미국 시장에서의 고성장을 이뤄내며 가파른 실적 회복을 기록 중이다.

두산밥캣이 미국 시장에서의 고성장을 이뤄내며 가파른 실적 회복을 기록 중이다.

최근 증권가에서 실적이나 주가 측면에서 볼품없던 ‘미운 오리’ 종목이 혹독한 체질 개선으로 ‘미인주’로 변신, 주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큰 파고에 선제적으로 잘 대비해 과거의 부진을 극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질 개선이 이뤄진 기업의 대부분은 기존 부실을 상당 부분 털어낸 경우가 많아 지금 같은 조정기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때 두산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 취급받았던 두산밥캣은 미중 무역전쟁의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다. 올 초 3만원 선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3만6000원 선을 오르내린다. 지난 6월 26일 3만715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가 최근 한일 간 무역갈등으로 단기 조정을 받았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도 올 들어 두산밥캣 주식을 잇달아 사들여 5% 이상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찼다.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두산 → 두산중공업 → 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 → 두산밥캣’으로 요약된다. 지배구조의 가장 하단에 두산밥캣이 위치하고 있어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밥캣이 호실적을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적만 놓고 보면 두산밥캣은 그룹사 중 가장 효자 축에 든다. 2017년 이후 지난 1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669억원을 기록했는데 자회사를 제외한 실질 이익 기준으로 그룹 내 1위 기록이다. 두산밥캣은 미국을 중심으로 스키드로더·콤팩트트랙로더·미니굴착기 등 건설기계를 팔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 점유율을 높이며 실적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2017년 1분기 북미·오세아니아 지역 매출 비중은 68%였으나 지난 1분기 75%까지 높아졌다.

두산밥캣은 배당주로도 주목받는다. 2016년 주당 7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두산밥캣은 이후 2017년 800원, 지난해 900원으로 꾸준히 상향해 올해는 1000원이 예상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 프라이스리턴스와프(PRS) 지분 10.5%와 두산인프라코어 연말 지분 추가 축소 우려 등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가 있지만 실적 개선과 배당 증가, 차입금 상환 등으로 회사의 펀더멘털은 탄탄하다”며 목표주가 4만2100원과 함께 매수를 권했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DB하이텍 역시 승승장구하며 주목받는다. DB하이텍은 국내 중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으로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연이은 흑자가 계속되면서 2조원 가까이 쌓였던 부채가 5000억원대로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DB하이텍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7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1%로 100% 미만까지 뚝 떨어졌다.



▶DB하이텍, 니치마켓 공략 주효

코나아이, 선불형 카드 인기몰이

효성그룹 4인방, 부활 기지개

DB하이텍은 2013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성과가 나타나면서 수익구조가 탄탄해졌다. 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재편했다는 점도 실적 개선 비결로 꼽힌다. 무엇보다 틈새시장을 잘 노린 덕을 톡톡히 봤다. DB하이텍은 삼성이나 SK와 달리 8인치 웨이퍼에 특화됐다. 8인치 웨이퍼는 12인치 웨이퍼와 비교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오래된 설비’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산업 등장과 지문센서 등 각종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8인치 설비가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제한적인 증설과 다품종 니치마켓 반도체 수요 증가로 견조한 수급을 유지하고 있다. 5G 도입과 IoT 수요 증가로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은 장기 호황을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핀테크 업체 코나아이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주가 상승세가 매섭다. 올 초 1만원을 밑돌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2만원 선을 오르내린다. 지난 6월 19일 2만39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단기 조정을 받는 중이다.

당초 코나아이는 스마트 카드로 증권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뛰어난 편의성과 보안성 덕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평균 각각 30%, 41%가량 늘었을 정도다. 2004년 8월 저점 1400원대였던 주가는 2015년 4만8600원까지 33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하면서 중국 시장을 오판한 것이 패착이 됐다. 스마트 카드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봤던 중국은 알리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를 빠른 속도로 늘려갔다. 다른 국가도 상황이 비슷했다. 결국 지난해 코나아이 매출액은 2015년의 절반인 1021억원으로 급감했고 영업손실도 97억원 발생했다. 주가는 고점 대비 5분의 1 토막 났다.

돌파구는 2017년 처음 내놓은 선불형 ‘코나카드’. 선불카드는 T머니 카드처럼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상품이다. 기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가입 시 혜택이 큰 변동 없이 제공되지만 코나카드는 제휴 브랜드 혜택은 물론 1개월 단위로 새로운 제휴를 통해 혜택이 늘어난다. BC카드와 제휴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엄청난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련 사업은 지난해부터 탄탄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코나카드가 인천광역시·경기도·경남 양산시 등 주요 지자체에 지역화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더욱 주목받는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화폐 카드 결제 시스템으로 코나카드 플랫폼을 활용하고 코나아이는 사업비와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구조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나카드 플랫폼의 B2B(기업), B2G(기업과 정부)로의 확대는 올해 수익성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특히 카드형 경기 지역화폐가 지난 4월부터 본격 발행이 시작된 만큼 2분기 실적 개선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효성 4인방’의 실적 개선세 또한 두드러질 전망이다. 효성은 지난해 6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자회사 지분 관리와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회사 효성과 나머지 4개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이후 효성가 오너들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계열분리라는 위험 요인 탓에 주요 사업회사들은 분할 효과를 누리지도 못했다.

그러다 최근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효성그룹 주가는 다시 반등세를 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이익이 1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4%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티앤씨의 영업이익도 각각 205.3%, 123.1%, 94.7%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전우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 계열사들의 주요 제품은 대부분 글로벌 1·2위 또는 특수·정밀 제품으로 경기에 덜 민감하다”며 “효성티앤씨는 섬유 시황 호재를 누릴 수 있고, 효성화학은 나프타분해시설(NCC)의 훌륭한 대안”이라고 치켜세웠다.

풍력 관련 업체인 씨에스윈드 역시 가파른 실적 회복으로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7% 급증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3%, 101%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씨에스윈드는 캐나다 등 해외법인의 적자폭이 커 최근 수년간 실적이 신통찮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럽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위해 2016년 3월 자본잠식 상태였던 영국 윈드타워스코틀랜드(WTS)를 근로자 고용 승계 조건으로 단돈 1파운드에 인수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굵직한 풍력 프로젝트 수주가 착착 진행 중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씨에스윈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호조와 자체 생산성 증가가 동반되면서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며 “2분기부터 북미 지역 육상풍력과 대만 지역 해상풍력용 타워 수주가 예상돼 연간 수주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7호 (2019.07.17~2019.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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