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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업무용 SNS ‘슬랙’ MS(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이 주목한 비즈니스 ‘필수템’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9.07.15 07:39:11
지난 6월 NYSE에서 상장한 슬랙테크놀로지 주가가 가파르게 뛰어 주목받는다. 사진은 칼 헨더슨 CTO와 스튜어트 버터필드 CEO.

지난 6월 NYSE에서 상장한 슬랙테크놀로지 주가가 가파르게 뛰어 주목받는다. 사진은 칼 헨더슨 CTO와 스튜어트 버터필드 CEO.

올해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에는 눈에 띄는 새내기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공유경제 대표주자 우버와 리프트를 비롯해 이미지 검색 업체 핀터레스트, 대체육 제조회사 비욘드미트,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공급사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등 인지도 높은 유니콘(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잇따라 상장했다.

쟁쟁한 뉴페이스 중에서도 유난히 투자자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슬랙테크놀로지(Slack Technologies)가 주인공이다. 클라우드 기반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슬랙’을 제공하는 업체다.

메시지 주고받기, 음성채팅, 화상채팅, 파일 공유, 팀 일정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협업 도구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북미와 유럽 등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사이에서는 ‘필수템’으로 불린다. ‘검색하다’라는 말 대신 ‘구글하다’라는 말을 쓰듯 ‘슬랙을 통해 업무 관련 정보를 보내주겠다’는 말 대신 ‘슬랙하다’를 쓰는 직장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슬랙 내에서 웬만한 커뮤니케이션은 해결할 수 있다 보니 슬랙을 이용하는 회사 대부분은 이메일 사용량이 대폭 줄어 슬랙을 ‘이메일 킬러’라 부르기도 한다. 지난 6월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를 시작한 이후 주가도 가파르게 뛰었다. 슬랙테크놀로지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사이에서 슬랙은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사이에서 슬랙은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슬랙은 어떤 회사

▷게임 개발하다 만든 메신저로 ‘대박’

슬랙테크놀로지는 지난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됐다. 당시 ‘타이니스펙(Tiny Speck)’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이후 슬랙테크놀로지(이하 슬랙)로 사명을 바꿨다. 2004년 사진 공유 SNS ‘플리커(Flickr)’를 개발해 1년 뒤 야후에 3500만달러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플리커 웹 개발 책임자였던 칼 헨더슨이 공동설립했다. 현재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최고경영자(CEO)를, 칼 헨더슨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소프트뱅크, 악셀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 약 14억달러다.

초창기 슬랙 주요 사업은 게임 개발이었다. 2011년 ‘글리치’라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선보였으나 이용자를 충분히 모으지 못했고 2012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나 슬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글리치를 만든 슬랙 직원들은 밴쿠버,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각자 다른 지역에서 근무했다. 글리치 개발 당시 구성원끼리 소통하기 위해 업무용 메신저를 만들었는데 버터필드와 헨더슨은 이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후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2013년 선보였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4시간 만에 고객 8000명을 확보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존 메신저나 이메일에 비해 대화 내용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구성하고 구글드라이브, 드롭박스 등 외부 프로그램과 연동을 가능케 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춘 결과로 분석된다.

이후 슬랙은 이용자 피드백을 받아들여 음성채팅, 화상채팅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소프트웨어를 개선했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1월 기준 일간 이용자(DAU·Daily Active Users)가 1000만명을 넘는다. 포춘 100대 기업 중 65개사가 슬랙을 쓴다. 스타벅스, 파나소닉, 타깃, 쇼피파이, 트리바고, 리프트 등이 대표 고객사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고급 기능을 이용하려면 요금을 내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유료 버전을 이용하는 기업이 8만5000개 이상이다. 지난 2017년에는 아마존이 90억달러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거래 첫날 주가 49% 급등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 외에도 슬랙이 최근 화제가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상장 방식이 남달랐다. 대다수 기업은 새 주식을 발행하고 로드쇼(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친다. 슬랙은 이를 건너뛰고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바로 상장하는 직상장을 선택했다. 지난해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선택한 방식이다. 글렌 솔로몬 GGV캐피털 파트너는 “일반적인 IPO 방식으로 상장하면 새롭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고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슬랙은 이미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데다 서비스 인지도도 높아 직상장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시 데뷔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뛰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거래를 시작한 첫날 슬랙은 종가 38.62달러를 기록했다. NYSE가 산정한 기준가격 26달러보다 무려 48.5% 높다. 이후 소폭 내려 7월 8일 3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으나 여전히 기준가격에 비해 34.6% 높다.

시장에서는 슬랙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드미트리 칼리아니오티스 애틀랜틱에쿼티즈 애널리스트는 “입소문을 타며 슬랙을 이용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약 1000만명인 이용자 수가 2025년에는 5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 내다봤다. 영국 투자은행 GP불하운드는 “슬랙은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순환 매출이 크고 고객 이탈률이 낮다. 2025년까지 시가총액이 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7월 5일 기준 시가총액은 176억6000만달러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예측에 무게를 더한다.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근로자가 많은 긱 이코노미 규모가 커지면 슬랙을 포함한 업무용 메신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중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긱 이코노미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디지털 업무 환경 필수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은 슬랙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롱런할 수 있을까

▷실적 개선·고객 다변화가 주요 과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슬랙이 롱런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실적이 첫손에 꼽힌다. 슬랙은 아직 적자 기업이다. 매출은 2016 회계연도 1억515만달러에서 2017 회계연도 2억2054만달러, 2018 회계연도 4억55만달러로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간다. 그러나 흑자전환은 아직이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각각 1억4686만달러, 1억4009만달러, 1억4068만달러다.

협업용 메신저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봄직한 사안이다. 게다가 경쟁 업체로 거론되는 곳 대부분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다. 김중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365’와 ‘애저’를 내세워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향후 주요 라이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MS는 지난 6월 자사 임직원이 슬랙을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사내 기밀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슬랙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 밖에 알파벳(구글), 시스코 등도 경쟁사다.

고객사 대부분이 IT 기업이라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마이클 페이스마이어 포레스터 부사장은 “현재 슬랙 유저 대다수는 개발자 등 IT 직군에 종사한다.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IT 이외 다른 분야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유료 고객 비율이 1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유료 이용자를 늘리는 것 또한 과제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7호 (2019.07.17~2019.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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