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진 디삼브리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북아시아지역 총책임자 | AI·빅데이터 활용해 신장 투석 효율 극대화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9.07.15 07:39:25
1990년 하버드대 화학과/ 1993년 도쿄대 법학과 석사/ 1995년 하버드로스쿨 법학 박사/ 홍콩과학기술대 MBA/ 어질리티로지스틱스·신젠타·아스트라제네카 임원/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법무자문위원/ 2019년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아시아태평양 북아시아지역 총책임자(현)

1990년 하버드대 화학과/ 1993년 도쿄대 법학과 석사/ 1995년 하버드로스쿨 법학 박사/ 홍콩과학기술대 MBA/ 어질리티로지스틱스·신젠타·아스트라제네카 임원/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아시아태평양 수석부사장·법무자문위원/ 2019년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아시아태평양 북아시아지역 총책임자(현)



우리 몸속에는 체중의 7~8%에 달하는 피가 흐르고 있다. 피는 1분에 온몸을 한 바퀴 돌 정도의 속도로 혈관을 지나면서 세포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기타 불필요한 물질을 폐와 신장(콩팥) 등으로 실어 나른다. 몸속을 돌고 돈 피가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바로 신장이다. ‘인체의 정수기’라 불리는 신장은 혈액 속의 요소 같은 노폐물을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한다.

신장의 무게는 양쪽을 모두 합해도 200g에 불과하지만 매일 200ℓ가 넘는 혈액을 통과시키며 몸속의 피를 깨끗하게 만든다.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신장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혈액에 노폐물이 축적돼 생명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더 무서운 것은 신장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 장기라는 점이다. 노화와 함께 기능이 조금씩 저하되지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보다 빨리 망가지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환자 수는 당뇨병 환자의 2배, 암환자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많다. 반면 신장 기능이 저하돼 약 30%만 남아 있어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장기의 특성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신장 기능이 계속 저하되다 만성콩팥병 5단계(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투석 치료 또는 신장을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다. 하지만 이식받을 수 있는 신장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투석 치료를 택하게 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340만명에 달한다. 독일에 본사를 둔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는 전 세계 3900여개 투석 클리닉 네트워크를 통해 33만60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투석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 규모 투석 전문기업이다. 150개 국가에 투석기기와 관련 소모품을 공급하고 100% 수직계열화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직접 투석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 투석기기 2대 중 1대는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의 기기로, 0.6초마다 지구 어디에선가는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의 기기를 이용한 투석 치료가 진행된다.

처음부터 국내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가 처음 들어온 것은 지난 1997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이미 여러 경쟁 업체가 국내 시장에 먼저 진출해 있던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적이었다. 이에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는 임직원이 일일이 병원을 방문해 환자 곁에 머무르면서 투석기기의 효과를 확인하는 등 발로 뛰는 서비스를 통해 서서히 입지를 다졌다.

올 초 취임한 진 디삼브리(Jean DeSom

bre)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 북아시아지역 총책임자는 환자를 배려하는 ‘스킨십 정책’에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진 디삼브리 총책임자는 “한국에는 약 10만명의 투석 치료 환자가 있고 매년 8~9%씩 증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며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는 환자들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투석 환경이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 환자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는 환자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더 많은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만성콩팥병, 암환자의 20배 육박

전 세계 투석기기 두 대 중 한 대

국내선 최첨단 진료 서비스 한계

콩팥병은 만성질환이다. 한 번 투석을 시작하면 신장 이식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투석 치료 기간은 10~20년이 될 수도 있다.

투석에는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이 있다. 혈액 투석은 주 3회 병원에 방문해 4시간씩 기계로 피를 걸러내고 다시 넣는 과정이다. 복막 투석은 배 밖과 안을 잇는 연결 통로를 만들어 투석액을 집어넣고 이것을 매일 갈아야 한다. 복막 투석이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둘 다 삶의 질이 엉망이 된다. 장기전인 데다 지난한 싸움이다.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는 자체 투석 클리닉과 AI(인공지능)·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모델을 통해 환자들의 외로운 싸움을 돕는다.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는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병원의 인공신장실을 방문하고 1회 투석에 3~4시간이 소요된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투석 전후 혈압과 체중 변화를 비롯해 투석 효과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렇게 모인 환자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가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고, 최적의 투석 속도나 투약 용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자체 클리닉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 플랫폼과 AI 모델이 중요한 것은 이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옵션을 제시하는 맞춤 의료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환자별 특성에 맞춰 치료를 진행하거나 향후 합병증 등을 예측할 수 있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가 개발한 빈혈제어 모델 ACM(Anemia Control Model)이 대표적이다. 투석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적혈구 수치가 낮다. 투석을 받는 환자의 대부분에서 빈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빈혈 상태와 빈혈이 생길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 상태에 맞게 의약품 용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데 ACM은 맞춤형 관리를 통해 과소·과잉 처방 확률을 낮추고 빈혈 발생 위험을 크게 감소시킨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 운영 중인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의 클리닉에서는 투석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빅데이터와 AI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 디삼브리 총책임자는 “축적된 환자 치료 데이터와 임상 경험은 말기신부전 환자의 통합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환자 데이터 기반의 AI는 조기 진단, 불필요한 합병증의 예측, 입원율 감소, 투석 효능과 안전성 모니터링은 물론 환자가 스스로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의료기기 관련 각종 규제로 인해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의 빅데이터 모델이나 임상 데이터베이스, 클리닉 서비스 등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웃나라 중국이 일찌감치 투석 클리닉을 받아들여 최첨단 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고급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와 재정에 가해지는 부담이 점점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의료 규제 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제 국회에서는 의료 정보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프레제니우스메디칼케어는 미국과 유럽에서 쌓은 빅데이터 활용 노하우를 국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빅데이터나 AI를 활용한 의료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무조건 데이터를 가둬놓기보다는 환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는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도 데이터 주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 선진국인 유럽과 미국도 관련 규제가 도입되면서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프레제니우스는 한국 시장에서 의료 빅데이터와 AI 활용 시스템이 안착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