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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 서울대, 구글 손잡고 AI 키운다

김희래,박윤균 기자
김희래,박윤균 기자
입력 : 
2019-07-16 17:54:49
수정 : 
2019-07-18 09: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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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지원·구글 인턴십 등
7개항목 MOU 18일 체결
`낙성대 AI밸리` 계획 탄력
사진설명
오세정 서울대 총장
서울대가 인공지능(AI) 분야 선도기업인 구글과 손잡고 AI 역량 강화에 나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주요 대학이 AI 인재 영입과 육성에 발 벗고 나선 가운데 국내 최고 대학과 글로벌 기업 간 협업이 성사돼 이목이 쏠린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1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구글과 AI 교육·연구에 관한 지원 방안을 담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MOU 체결식에는 구글 아시아법인 대학협력팀 관계자와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양측이 합의한 협정서에는 AI 연구 지원, 박사과정생 연구에 구글 참여, 수업 개발, 구글 인턴십 부여 등 AI 연구와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7가지 협력 방안을 담는다. 구글은 각종 기술적인 지원과 함께 향후 2년간 서울대에 최대 34만8000달러(약 4억1000만원)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대와 구글 간 협업은 한국 교육계와 재계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서울대의 AI 경쟁력을 키우는 '도우미'로 나서면서 국내 대학과 글로벌 기업 간 공조를 모색하는 발걸음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

서울대와 구글 간 MOU는 당초 공대 차원에서 논의돼 왔지만 구글의 세계적 위상을 고려해 서울대 본부 차원 안건으로 격상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이번 협정은 매우 유의미한 성과"라며 "향후 낙성대 AI밸리에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MOU 체결로 AI위원회를 출범하고 '낙성대 AI밸리'를 조성하는 등 대학 주도의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대 계획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대 연구자들이 머신러닝, 딥러닝, 자연언어 처리, 음성인식 등 AI 분야 최신 기술에 대한 연구과제를 진행하면 구글이 연구 제안서 승인 후 연간 최대 10만 달러를 지원한다. 최상위권 박사과정생은 연구계획에 대한 심사와 학교 추천을 거쳐 구글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박사과정생을 비롯해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도 혜택이 주어진다. 서울대는 매년 연구성과가 우수한 최상위권 학생 3명을 선발하며 이들에게는 유명 해외 학술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때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구글은 학생당 3000달러를 지원한다. 서울대가 학생들을 구글에 추천하면 구글 자체 평가 시스템과 면접을 거쳐 구글코리아에서 인턴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아울러 구글은 서울대가 데이터 사이언스 등 산업계 최신 수요를 반영한 수업을 개발하는 데 연간 최대 1만5000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GCP(구글클라우드플랫폼) 교육을 강화하는 데 투입되는 지원금은 연간 최대 5만달러다. 이외에도 구글은 서울대 학생들이 구글코리아를 견학하고 현직 엔지니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서울대와 구글 간 MOU 체결은 국내 주요 대학이 일제히 AI 경쟁에 뛰어든 시점에 성사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산업 수요 증가로 대학가에 AI 열풍이 불어닥친 시점에 국내 대학이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지난 5월 총장 직속 'AI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에 'AI밸리'를 조성 중이다. 서울대가 중심이 돼 글로벌 기업, 국내 대·중소기업 내 AI 조직, AI 스타트업 등이 입주하는 AI 집적단지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고려대·성균관대·KAIST도 AI대학원 신설을 결정하고 산학협력 계획과 커리큘럼을 설계 중이다. 특히 KAIST는 2023년까지 전임 교수진을 20명까지 확보해 2023년 이후 단과대인 '인공지능대학'을 추가로 설립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MOU가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학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AI 분야를 집중 육성하려는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에 따라 고려대·성균관대·KAIST 등 주요 대학이 최근 AI대학원을 개설했지만 인재 영입, 재원 조달 등 장애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AI 경쟁에 뛰어든 대학들은 저마다 글로벌 기업과의 교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I 분야 특성상 국내 기업과 전문가만으로는 대학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고려대 AI대학원 관계자는 "국내에는 AI 전문인력과 관련 산업이 취약하고 인재 영입이나 해외 교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아마존,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접촉해 학생들을 공동 지도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관계자 역시 "다수 외국 기업과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에 분위기 차이가 있다 보니 진행 속도가 더딘 것은 사실이지만 공동연구나 해외 기업연수 등 1~2년 내에 성과가 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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