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구조물, 또 흉기로…아직 이런 구장에서 야구를 한다

사직 | 김하진 기자

강백호의 어이없는 부상 충격

파울 볼 잡다 손 찢어져 수술대로팀 주축 이탈한 KT ‘망연자실’롯데, 안전 패드 덧대 긴급 보수4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 난 사직시대 역행하는 구장 관리 도마에

KT 강백호가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전에서 불펜 펜스를 짚었다가 손바닥이 찢어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MBC스포츠+ 중계화면

KT 강백호가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전에서 불펜 펜스를 짚었다가 손바닥이 찢어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MBC스포츠+ 중계화면

강동우 두산 코치는 1998년 삼성 신인 시절 외야 수비 도중 시멘트 벽 같은 펜스에 부딪쳐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장기 공백기를 보내며 선수로서 오름세가 꺾였다. ‘강동우의 비극’은 최근까지만 해도 아주 ‘옛일’로 회고됐다.

KBO리그 여러 구장이 최근 몇 년 사이 현대화 과정을 거쳤다.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삼성라이온즈파크, 올해 개장한 창원NC파크까지 새 야구장도 많이 생겼고, 메이저리그 못지않은 시설도 갖춰진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부 그런 건 아니었다.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KT전에서는 구장 시설물로 인해 선수가 큰 부상을 입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b>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b> 부산 사직구장 펜스에 금속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다(왼쪽 사진). KT 강백호가 지난 25일 경기 도중 이 구조물에 손바닥을 다치자 롯데는 급히 구조물을 감싸는 보강 작업을 벌였다.  MBC스포츠+ 중계화면·김하진 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부산 사직구장 펜스에 금속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다(왼쪽 사진). KT 강백호가 지난 25일 경기 도중 이 구조물에 손바닥을 다치자 롯데는 급히 구조물을 감싸는 보강 작업을 벌였다. MBC스포츠+ 중계화면·김하진 기자

KT 우익수 강백호는 7-7이던 9회말 1사에서 신본기가 때린 타구를 파울 지역 펜스 가까이에서 처리하다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을 크게 다쳤다. 선수 움직임으로만 보면 다칠 상황이 아니었다. 타구를 걷어낸 강백호는 오른손 통증을 호소했다. 확인 결과 낮은 펜스 위 구조물의 날카롭게 돌출된 부분에 손이 닿으며 피부가 찢긴 것이었다.

강백호는 검진 결과 근육까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 기간은 약 8주가 예상된다.

지난해 신인왕을 받은 강백호는 올 시즌에도 78경기 타율 0.339, 8홈런 38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KT로서는 전력 손실이 크다.

경기 직후 이윤원 롯데 단장이 이숭용 KT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함을 전했다. 구장 관리 직원들은 문제가 된 부분을 급히 보수했다. 다음날 오전에도 구장 내에 유사한 구조물과 비슷한 유형의 부상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안전패드를 덧대는 작업을 완료했다.

구단 측은 “구장 자체 안전점검을 진행해 사고를 예방할 것”이라고 했다. 양상문 롯데 감독도 26일 “평소 펜스를 체크하고 있는데 주의를 크게 주지 않았던 부분에서 공교롭게 부상이 나왔다”며 “강백호는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타자인데 우리 구장에서 이런 일이 생겨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급히 수습은 했지만 강백호의 부상은 시대를 역행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1986년 개장한 사직구장은 대전구장(1964년 개장), 잠실구장(1982년 개장) 다음으로 KBO리그에서 오래된 야구장이다. 매 시즌 보수·리모델링을 하고 있지만 구장 곳곳에 낙후된 시설물들이 있다. 이번의 경우처럼 세밀한 부분에서 구장 관리도 소홀했다.

4년 전에도 사직구장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삼성 사이드암 심창민이 원정팀 불펜에서 그라운드로 나오려고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왼 손바닥이 찢기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에도 사직구장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부산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들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사직구장을 찾았다. 이미 소를 몇 마리 잃고 다시 수리하는 식이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고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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