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확인 때 ‘연애·성관계 경험’ 묻는 대학···인권위 “인권침해”

허진무 기자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확인시 강의내용과 관련 없는 질문들로 구성된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강제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ㄱ대학에서 학생들의 성적확인시 성적과는 관련 없는 개인 사생활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강제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이 학교 총장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직원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학생생활상담연구소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이 학교 학생 ㄴ씨는 “ㄱ대학이 재학생들이 본인의 성적을 확인하기 전에 사적인 질문을 포함한 설문조사에 강제 답변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대학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재학생들의 실태조사를 위해 설문조사를 했을 뿐, 개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고 응답결과도 제한된 인원만이 접근할 수 있고 파일을 암호화하여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조사는 다른 학교들에서도 유사하게 실시한 적이 있는 것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결과 이 설문조사의 질문지에는 ‘연애 경험 유무’ ‘연애 상대의 성별(동성인지 이성인지 여부)’ ‘첫 성관계 시기 및 성관계에 관한 생각’ ‘피임여부’ ‘진로 계획 및 경제적 사정’ ‘가족과의 관계’ ‘왕따 경험’ 등 개인 사생활을 지나치게 묻는 내용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설문조사는 개인 신상 및 생활환경(5개 항목), 진로(20개 항목), 타인과의 관계(12개 항목), 학업진행(9개 항목), 학교에서의 학업 의향(3개 항목), 삶의 만족도(2개 항목), 스트레스 대처방식(14개 항목), 최근 감정 경험(10개 항목), 학생생활상담연구소 이용 경험(5개), 성인식 조사(15개 항목), 소속대학, 학년, 입학년도 및 전형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돼 있었다. 설문조사 시작 후 문제가 제기되자 5개의 일부 질문에 대해서만 ‘미응답’ 항목이 추가됐을 뿐, 거의 모든 질문에 응답해야만 성적 확인 단계로 이행이 가능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대학생들은 진로 선택, 장학금, 성적 정정 요구 등을 위해 본인의 성적을 확인해야만 함에도 온라인 성적 확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성적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 상 이 사건 설문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러한 학생들의 처지를 이용해 성적확인 과정의 필수절차로써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강제한 것은 부적절한 수단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설문조사의 질문들이 학생들에게 민감한 질문이고, 일반적인 강의평가와 달리 수강한 강의의 성적을 확인하려는 학생들의 의도와 아무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하여 응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학생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면서 중대하다”며 ㄱ대학의 설문조사 방식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 이준헌 기자 ifwedont@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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