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패셔니스타들이여, 움직여주세요!
국내에선 이러한 인식 변화가 아직 시작단계지만 필요한 변화임은 두말할 것 없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1043명 중 78.5%(818명)가 남성이었다. 이는 ‘야외 활동이 잦은 경우 더위에 대한 남성들의 대응이 여성들보다 적지 않았을까’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옆 동네 일본은 우리네 사정보단 낫다. 도서 『라이프트렌드2018-아주 멋진 가짜』에 따르면 일본에선 노인층을 겨냥한 건강용 도구로 1990년대 후반부터 오사카에 있는 우산전문점에서 남성용 양산을 만들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배우이자 음악가, 소설가인 이토 세이코가 자신의 SNS에 ‘남자도 양산이 있는 편이 좋다’라는 글을 올려 많은 남성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또 2013년엔 양산 쓰는 남자(洋傘男子, 히가시단시)라는 단어가 유행어로 꼽힐 정도로, 일본에선 남성들의 양산 사용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보편화까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지난 5월 일본 도쿄도지사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여름철 열사병 대책으로 ‘모자형 양산’ 보급 방침을 내렸는데, 공개된 시제품 사진이 한차례 논란이 됐다. 머리에 꽂는 우산 모양에 일본 네티즌들은 ‘벌칙게임이다’ ‘차라리 양산을 쓰고 말지’라는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사실 이런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오히려 성공적인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결국 정부가 나서서 억지로 권하거나 강요할 문제가 아닌, 양산 사용은 자연스러운 인식 변화가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드래곤이나, 패션을 선도하는 유명인들이 양산을 쓰고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공감을 얻은 것을 보면, 결국 영향력 있는 누군가 양산을 들기 시작하면 충분히 너도 나도 유행처럼 쓰고 다닐 의향이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포토파크 참고 『라이프트렌드2018-아주 멋진 가짜』(김용섭 저/ 부키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3호 (19.06.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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