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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19년 만의 피날레지만 한 방이 없다

입력 : 
2019-06-19 16: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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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시리즈의 안녕을 고한 것은 ‘어벤져스: 엔드게임’뿐만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엑스맨’ 시리즈의 피날레인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지난 5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 것. 엑스맨을 끝낼 최강의 적 ‘다크 피닉스’로 변한 진 그레이와, 친구였던 그녀와 맞서는 엑스맨들이 등장한다. 전투 신은 재미있다. 하지만 20년 대장정의 마무리라고 하기엔 강력한 빌런도, 명확한 서사도, 시즌 마무리가 될 만한 메시지도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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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교통사고로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진 그레이(소피 터너)는 자비에 영재 학교에서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과 염동력을 지닌 엑스맨으로 성장한다. 우주에서의 임무 도중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으며 우주 방사능을 흡수한 진은 폭주하는 힘과 억눌려 왔던 어둠에 눈을 뜨고,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를 뛰어넘는 파괴력의 다크 피닉스로 변하게 된다. 폭주하는 그녀 앞에 그 힘을 이용하려는 미스터리한 외계 존재 스미스(제시카 차스테인)가 나타난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엑스맨: 아포칼립스’로 이어 온 엑스맨 프리퀄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시리즈에 연이어 각본가로 참여한 사이먼 킨버그가 처음 연출을 겸했다.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산사 스타크’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소피 터너가 성인의 진 그레이를 연기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10대 시절의 진 그레이를 탁월하게 표현했던 그녀는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을 가진 적 ‘다크 피닉스’로 변하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현대인들의 정신병, 우울증, 중독 등에 빗대 연기한다. 다크 피닉스의 강력한 힘을 노리고 진 그레이에게 접근한 미스터리한 외계 존재 스미스 역은 ‘인터스텔라’ ‘마션’ 등으로 유명한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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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 남자를 구조하는데 왜 엑스우먼이라고는 부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의 말처럼 이번 시리즈엔 여성 캐릭터 비중이 높다. 진 그레이(다크 피닉스)와 우주에서 온 악당 스미스 등 히어로와 빌런 모두 여성 캐릭터. 엑스맨 최초로 배경을 ‘우주’까지 확장시켰다는 점도 이전과 다르다. 하지만 그간 등장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아우르는 맛 없이 오로지 진 한 명에 집중한 이야기는 20년간 이어 온 시리즈의 피날레라고 하기에 미약하다. 연약하고 상처 입고 어두운 부분이 있는 것이 엑스맨의 특징임을 감안해도, 상영 시간 내내 이어지는 다크 피닉스의 폭주는 지나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힘은 타노스급이나 그녀의 폭주와 불안한 현 감정만 다룰 뿐, 능력의 발전 프로세스나 목표, 폭주를 설명해 줄 서사가 없으니 공감대가 부족하다. 힘도 너무 강력해서 긴장감이 없달까. 매그니토나 퀵 실버, 그 외 팬들을 사로잡은 캐릭터의 출연분은 대폭 사라지고, 가족과 같은 그녀를 지켜야 한다고 믿는 멤버들과 통제 불가한 힘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 간의 대립만이 꾸준히 이어진다. 제시카 차스테인의 스미스 역 역시 ‘믿고 보는 차 여사’라는 네임 타이틀이 아쉬울만큼 뭔가 서사와 존재감이 미약하다. 극 초반 엑스맨들의 특출한 능력으로 폭발 직전의 우주선에서 비행사들을 구하는 장면과, 각자 능력을 총동원해 치르는 후반부 전투 신이 약한 서사를 그나마 보상해 준다. 다크 피닉스로 변한 진 그레이가 ‘엑스맨’ 시리즈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 손꼽히는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것과 기차를 종잇장처럼 구겨 버리는 장면은 백미. 진 그레이와 매그니토가 군용 헬리콥터를 두고 결투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지하철과 1.8톤에 달하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 냈다. 돌연변이, 외계 존재, 인간들이 모두 어우러진 기차 시퀀스도 기억에 남는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에 참여한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가 엑스맨에 처음 참여했다.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이지만 특별한 엔딩 크레디트나 쿠키 영상은 없다. 러닝타임 114분.

[글 최재민 사진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4호 (19.06.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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