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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Citylife 제684호 (19.06.25) BOOK

입력 : 
2019-06-19 16: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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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의 누드 모델이 경제 위기의 신호?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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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맘그렌 지음 / 조성숙 옮김 / 한빛비즈 펴냄
금융위기 이후 패션 산업은 누가 새 고객이 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보그』 표지는 또 하나의 신호를 줬다. 세 아이의 엄마임에도 누구보다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보디아노바를 표지에 등장시키며 지갑을 닫은 젊은 고객층 대신 엄마를 위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저자 피파 맘그렌은 자신의 집까지 팔며 친구에게 아일랜드 집을 팔라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친구는 경제학자인 저자보다 “6개월 안에 50만 달러가 더 오를 겁니다”라고 말하는 은행원과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더 믿었던 것이다. 그는 이웃집 개가 짓지 않는 것 등 몇 가지 신호에 따라 살던 집을 팔고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이사함으로써 금융위기를 대비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내고 드론 회사 H 로보틱스와 컨설팅 회사 DRPM의 공동창업자인 저자가 겪은 일화다. 그는 이처럼 일상에서 경제의 변동을 읽어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2016년 아마존에서 자비로 출간해 경제 분야 1위에 올랐다. 경제학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부터 중국의 성장세 둔화, 미국의 경기 회복,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인플레이션의 귀환 등 확연한 신호를 번번이 놓쳐 체면을 구기고 있다. 저자는 전문가들이 천착하는 데이터는 어제 일어난 결과만을 확인해줄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신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 경제는 도처에서 신호를 보낸다. 2007년 5월 저자는 유명 패션 브랜드 탑샵의 창업자와 만난 적이 있다. 왜 당시 사람들은 블링블링하고 대담한 패턴의 이탈리아 브랜드 푸치(Pucci)를 연상시키는 옷을 모두가 입었던 것인지 뒤늦게 알게 됐다. 중국의 공장이 엄청나게 싼 비용으로 비슷한 옷을 마구 찍어냈기 때문이었다. 궁지에 몰린 디자이너들은 더 모험적인 디자인을 내놓아야 했다. 이로 인해 싸구려 티가 나는 푸치 짝퉁의 향연이 벌어졌다. 신청도 하지 않은 신용카드를 긁으며 사람들은 옷을 마구 구매했다. 의류 회사도 저금리와 기업공개로 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분수에 넘치게 돈을 써대고 있었다. 불과 1년 뒤 무너진 경제에서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무난한 흰색 셔츠와 검은 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이 불황기에 ‘가성비’를 앞세워 옷을 판 자라(Zara)는 의류 시장의 황제가 됐다. 결국 『보그』의 누드 사진은 의류업계에 대대적 사고 전환이 필요함을 알린 신호였다. 달콤한 신호도 있다. 2016년 삼각형 모양의 초콜릿 바로 유명한 토블론은 원가 절감을 위해 삼각형 사이를 넓힌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들이 분노하면서 이른바 ‘토블론 게이트’라는 사건으로 커졌다. 원가를 줄이려한 이유는 생활비 전반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어서였다. 이 작은 초콜릿에서 신호를 읽어낸 이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엄청난 소득을 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세계 경제에 대한 관점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기민한 태도를 유지하고, 관찰력을 발휘하고, 상식과 인격을 기르면 된다”고 조언한다. ▶기본이 중요하다 『사소한 아이디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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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버트슨· 켄트 라인백 지음 / 이경식 옮김 / 세종연구원 펴냄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자신의 집 페인트칠을 도장공 스티븐에게 맡겼다. 이웃 주민들의 집이 그의 손에서 말끔하게 변한 것을 보고 신뢰를 갖게 된 것이다. 스티븐은 셔윈-윌리엄즈 페인트를 썼다. 영업 사원이 작업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고, 페인트가 떨어지면 당일에 무료로 배송을 해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티븐의 말을 듣고 이 회사에 대해 알아본 그는 깜짝 놀랐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 회사는 페인트가 남으면 반품도 받았고 작업을 도와주는 기술과 도구까지 소개해주는 곳이었다. 단지 페인트를 파는 곳이 아니었다. 스티븐과 같은 자영업자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팔았다. 2015년 매출이 5년 전에 비해 46%나 증가한 비결이었다. 와튼 스쿨 교수이자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의 저자 데이비드 로버트슨과 베스트셀러 작가인 켄트 라인백이 쓴 이 책은 혁신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두 저자는 질문한다. ‘파괴적’ 혁신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지금의 기업을 있게 해준 핵심 제품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문제의 핵심으로 돌아가면 의외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중고차 판매회사 카맥스, 케토레이, 빅토리아 시크릿, 디즈니 등의 부활 궤적을 분석한다. 스티브 잡스가 이뤄낸 애플의 부활도 기존 고객에게 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혁신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4호 (19.06.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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