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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어나더 컨트리 Another Country’ 37년 간극을 뛰어넘는 이야기

입력 : 
2019-06-19 16: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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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베넷과 저드는 학교가 환상을 가르친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삶에 관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베넷은 저드가 항상 갖고 다니던 『자본론』을 집어 들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게 다 사실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로운 본능과 선택을 강제하는 제도의 모순에 대처하는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사진설명
▶Info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기간 2019년 5월21일~2019년 8월11일

-티켓 R석 6만6000원, S석 4만4000원

-시간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3시, 7시 /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 6시

-출연 가이 베넷-이동하, 박은석, 연준석 / 토미 저드-이충주, 문유강 / 바클레이-이지현 / 데비니쉬-강역석, 배훈 /

멘지스-이태빈 등

줄리안 미첼 원작의 이 연극은 198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 처음 올려졌다. 그해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올해의 연극상과 신인상을 수상했다. 연극은 국가의 기밀을 소련 KGB에 넘기고 망명한 실존 인물 가이 베제스(가이 베넷)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다. 1984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우리에게 ‘킹스맨’으로 잘 알려진 콜린 퍼스의 데뷔작이며 연극 무대에는 영국이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들인 케네스 브래너, 다니엘 데이 루이스 등이 올랐던 수작이다.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다. 영국의 명문 사립 학교. 어느 날, 학생 마티노가 동성애를 하는 모습을 선생님에게 들켰다는 이유로 목을 맨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성 소수자임을 밝힌 가이 베넷은 무심한 척하지만 심란하다. 그의 절친이자 학교 내 유일한 마르크시스트인 저드는 학교의 강압적인 규율과 근대적인 계급의 존재가 마티노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믿는다.

귀족 데비니쉬의 부모는 반장인 파울러가 이 불미스런 사건에 책임을 지고 학교를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파울러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베넷을 희생양으로 삼을 궁리를 한다. 저드는 학교의 중심 클럽인 ‘22클럽’이 학교의 강압적인 체제를 강화시킨다고 생각하지만 간악한 파울러가 학생회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클럽에 가입한다. 하지만 파울러가 베넷의 동성 애인인 하코트에게 쓴 편지를 가로채면서 두 사람은 위기에 처한다.

연극은 37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는다. 두 청년의 이상과 꿈 그리고 좌절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계급, 사상, 빈부를 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과 이해를 그리고 국가와 개인의 이념 사이의 갈등, 그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젊은 날을 그리는 ‘성장 스토리’다.

김태한 연출은 “작품은 한 개인이나 단체의 사상과 가치관이 낳는 부조리와 모순을 담고 있다. 사상들이 충돌할 때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고민이 극의 내용을 이루고 있고, 그것들은 어느 시대나 국가를 막론하고 항상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이라고 극을 설명했다.

노련한 이동하, 박은석, 이충주는 물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른 문유강, 연준석의 패기도 아름답다.

[글 김은정 사진 PAGE1]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4호 (19.06.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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