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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합정동 合井洞-홍대앞 문화 전이의 집결지

입력 : 
2019-06-19 16: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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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가 합정동에 자리 잡은 것은 딱 10년 전이다. 이 무렵부터 홍대 질풍노도의 높은 파도가 인근 연남, 합정, 상수로 뻗은 셈이다. 한 연예 기획사 사옥으로 동네가 핫해진 것만은 아니겠지만 시너지 작용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한때 ‘YG가 있는 합정동’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합정동에 자리 잡은 YG’로 불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만큼 합정동은 강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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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폴리스 (위키미디어 ©Kimahrikku)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강남, 성수 등 여러 곳이 거론되겠지만 ‘핫함’을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단연 서울 서남권일 것이다. 이 지역은 홍대앞, 연남동, 상수, 망원, 합정으로 지금도 여전히 ‘개발 중’이다. 이 지역의 발화점은 단연 홍대앞이다. 1990년부터 ‘뜨는 동네’였던 홍대앞은 ‘개발지의 폐해’ 또한 피할 수 없어 이 ‘개발의 주역’들이 그 옆으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 중에서도 합정동은 매우 유니크하다. 한강과 맞닿아 이른바 ‘홍대 발전 전이’의 최전선이라는 지리적 장단점이 녹아 있다. 합정동사거리를 중심으로 높은 빌딩들이 새로운 도시 발전의 전형을 보이지만 오래된 작은 동네 역시 그대로 있어 다양한 세대의 각기 다른 생활 양태를 볼 수 있다. 합정동을 관통하는 양화로가 양화대교부터 홍대까지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독막로로 상수동과, 서쪽으로는 월드컵로를 통해 상암 지역으로 통하는 요충지다. 예부터 이 지역은 양화진으로 불렸다. 삼전도, 한강진과 함께 한양에 물자를 공급, 보관하는 요지였고, 특히 양화진은 풍광이 아름다워 조선 시대 선비들의 물놀이, 꽃놀이 장소였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셀럽’들이 찾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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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을 경계로 거대 상권인 메세나폴리스와 딜라이트스퀘어가 마주보고 지하철 2호선, 6호선이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면 한강과 접한 지역에는 100년 역사를 품은 곳도 꽤 있다. 사실 합정동의 실질적인 매력은 이 혈관 같은 작은 골목길에 있다. 그중에서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와 성지길을 따라가면 절두산 순교 성지와 외국인 선교사 묘원이 나온다. 절두산 순교 성지는 종교와 정치가 부딪쳐 만들어 낸 비극의 현장이다. 1866년, 조선은 외세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다. 흥선 대원군은 러시아의 진출에 당황했다. 남종삼, 홍봉주 등 천주교인들이 프랑스 주교 베르뇌를 만나 러시아의 남하를 막자고 건의했다. 대원군은 동의했지만 베르뇌 주교가 대원군을 찾은 것은 한 달 뒤였다. 그동안 정국은 급변했다. 청나라의 천주교 탄압, 유림이 중심이 된 정치적 대립 세력의 요구로 대원군은 천주교에 대한 처절한 탄압을 용인했다. 4년 동안 8000여 명의 교인이 순교했다. 순교자의 피는 말랐지만 정신은 살아 있는 법, 100년 뒤인 1967년 이곳에 이들을 추모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옆에는 다른 모습, 다른 이름이지만 이 땅에 묻히기를 원한 500여 명의 외국인 선교사들의 넋을 모신 선교사 묘원도 있어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합정동 이름에는 유래가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조개 우물’이 있었다. 이 우물을 주로 쓰는 이는 처형장의 망나니들. 그들은 큰 칼을 갈고 물을 품기 위해 우물을 팠는데 바닥에 조개껍질이 많았다고 한다. 해서 ‘조개 합蛤’ 자를 써 ‘합정蛤井’으로 불렀는데, 이후 ‘합할 합合’으로 바꾸었다. 절두산 성지로 가는 길에서 왼편으로 접어들면 예쁘고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가로수가 멋진 ‘합정동 가로수길’이 나온다. 이 길 끝에는 당인리발전소가 있다. 1930년 이 땅에 처음 발전소가 건설되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당인리발전소다. 발전소 설비는 모두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는 공원과 문화의 복합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합정역 5번 출구에 연결된 ‘솔내길’이다. 홍대 쪽으로 뻗은 이 길 역시 작지만 강한 콘텐츠로 무장한 가게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글 장진혁 사진 아트만텍스트씽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4호 (19.06.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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