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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골신경마비’가 무엇인가요? 당신이 낮잠 자는 사이

입력 : 
2019-06-26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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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잠의 조건은 환경과 자세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엉망일 경우 그 잠은 헛된 일이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쪽잠의 경우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점심 식사 후 10~15분 정도의 낮잠은 오후 컨디션의 결정적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왕 쪽잠을 결정했다면 그 범위 안에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특히 팔을 가슴이나 배 위에 올리는 습관이 중요하다. 요골신경마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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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은 최근 직장 생활의 결정적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점심 식사 후 잠깐의 산책 뒤에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습관대로 오후 일과 시작 15분 전에 쪽잠을 청했다. 그런데 당시 그의 쪽잠 포즈는 다소 우스꽝스러웠다. 머리는 배를 향해 떨궈져 있었고 두 팔은 의자 팔걸이 안쪽에 위치했으며, 몸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오른쪽 팔 바깥쪽 부위와 의자 팔걸이가 맞닿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데, 오른쪽 팔의 감각이 무디게 느껴졌다. 자고 일어나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기획서 작성을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렸는데, 아, 오른쪽 손가락에 힘을 줄 수가 없는 게 아닌가. 특히 키보드에 닿아있는 손가락을 손목의 힘으로 올릴 수가 없었다. 주무르면 괜찮아지려나?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이 과장은 뇌출혈, 뇌경색, 중풍, 반신불수 같은 단어가 마구 떠올랐고, 무서웠다. 이후 그는 병원에서 ‘요골신경마비 증상’이라는 일차 진단을 받았다. 요골은 팔을 지나가는 신경의 하나로, 비교적 피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외부의 압박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요골신경마비는 ‘토요일 밤의 마비’, 또는 ‘허니문 마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주말에 신나 놀고 마신 후 이상한 자세로 기절 수준의 잠을 자거나, 커플 여행 가서 애인에게 팔베개를 해 주고 자다 마비 증상이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마비 증상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고 마사지나 물리치료를 통해 완화되기도 하지만, 심각한 경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치료를 요하기도 한다. 요골신경마비 증상은 그 정도가 가벼울 경우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열흘 이상 치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없을 경우 종합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 이 과장에게 ‘일차 진단’을 전제로 한 것도 이런 예외 사항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이 과장은 병원에서 처방한 근육이완제, 염증완화제, 진통제, 위장운동 활성화제 등을 복용하는 한편, 이틀에 한 번 물리치료를 받았으며 동네 한의원 도움도 받았다. 그 결과 2주 정도 지나서 손 움직임이 거의 예전 상태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번 손상된 신체에 완치란 없다’는 말처럼, 아직은 오른손 사용이 어색한 상태인 게 사실이다. 증상 직후 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뇌출혈 등이 아닌 것만으로도 감사, 또 감사한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자신의 몸에 좀더 섬세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절실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골신경마비를 예방하려면 첫째, 체력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균형 잡힌 식단, 몸에 맞는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 쪽잠이든 밤잠이든 바른 자세로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필요하다. 바른 잠자리 자세는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워 온몸의 힘을 빼고 양 다리와 팔을 몸통에서 조금 벌린 채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가 아침까지 유지될 수는 없다. 잠결에 뒤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수면 중 의식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등을 보다 잠드는 일도 삼가야 한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옆으로 눕게 되고, 자기 체중에 눌린 팔다리의 신경이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요골스트레칭도 예방, 치료, 사후 관리에 도움이 된다. 물렁한 테니스 공 주물럭거리기, 손가락 벌리기, 주먹 쥔 손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이다.

[글 소요유(프리랜서) 사진 셔터스톡]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5호 (19.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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