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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Citylife 제685호 (19.07.02) BOOK

입력 : 
2019-06-26 1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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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탈상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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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향 지음 / 넥서스BOOKS 펴냄
날쌘 몸으로 배낭을 멘 체 북한산을 오르고 있는 엄마, 미니 스커트를 입은 채 백일홍 가지에 기대 선 엄마, LP판과 양산을 든 채 해사하게 웃고 있는 엄마. 흑백 사진 속에서 마주한, 현재 내 나이보다도 훨씬 어렸던 시절의 엄마의 모습은 언제 봐도 묘하게 낯설다. ‘희생’ ‘감내’ 같은, ‘엄마’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모두 상쇄시켜버리는 그 생경함이 거기에 있기 때문일까.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속에서 ‘낮에는 이 세상에 없다는 듯 잠들고 밤에는 제발 이 세상에서 날 좀 꺼내 달라는 듯’ 울던 그 아이는 술만 마시면 분노 조절이 되지 않던 아버지로부터 몸이 아픈 딸을 보호하려던 엄마를 작년에 떠나 보내고, 꿈으로나마 그녀를 만나려 한다. 하지만 꿈속에서조차 그녀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말을 생전에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슬픔에 공감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의 엄마’가 아닌 ‘인간 최정숙’으로서 느낀 심연과 우울을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는 저자는 어제의 꿈에서, 미역국과 짜장면에서, 페이스북의 2년 전 오늘에서 자신의 엄마를 매일매일 ‘아프게’ 발견한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편집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꿈 속에서 나눈 엄마와의 대화, 현실에서의 엄마에 대한 기록, 여자 최정숙 씨의 소설 같은 인생 이야기를 한 편의 환상통 같은 소설처럼 들려준다. “이 책이 꿈과 현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에 있듯 여성들, 독자들, 독자의 어머니, 나, 그리고 나의 엄마가 살다 간 생이 한데 겹쳐지길 바란다.”(책 속에서)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지금까지 어떻게 출판사 편집자로만 만족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풍만하고 따뜻한 문장의 밭을 걸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이 여자, 그러니까 우리 엄마의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 마치 영화 ‘나비효과’의 감독판 엔딩처럼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연이은 주변인들의 죽음을 겪으며 생과 사의 그 얕은 경계를 절감해왔으면서도, ‘충분히 애도하고 씩씩하게 죽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나의 엄마에 대해 생각해봤다. 수십 년간 사골국처럼 고아 올리는 과거사, 물귀신처럼 날 끌고 함께 침잠하는 듯한 우울의 늪, 갱년기를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여인. 아프다고 외치는 그녀의 말은 듣고 있지만 내 눈은 TV를 향해 있었고, 이제 그만 좀 하라며 그녀의 절규를 막았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OOO의 엄마, OO의 아내이기 전에, OO의 딸이었으며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불리었을 시절. 내가 그녀의 딸이 처음인 것처럼, 그녀도 내 엄마인 게 처음인데, 왜 우린 그녀가 처음부터 엄마였을 거라고 생각할까. 엄마에게도 청춘이, 패기가, 열정이 있었을 거라는 건 대부분 엄마들이 그 모든 걸 잃어버릴 만큼 주변인들이 그녀를 들볶고 나서야 깨닫고 나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자처럼 ‘죄책감’이라는 이불을 덮고 이미 흘러가 버린 청춘에 미안함을 표하지만, 이내 서둘러 자신의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책 한 권을 써내면서 탈상을 했을 저자의 길고 긴 작별인사가 절절하게 페이지를 넘어간다. 부디 그녀가 오래도록 엄마 꿈을 꾸기를. 책장을 덮고, 나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허여사~!’라고 외치며 말이다.

▶당신이 등한시했던 등 『등면역』 (등면역 ‘내 몸의 주인이 되는 면역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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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걸 지음 / 블루페가수스 펴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이 닿지 않아 잘 모르는 내 뒷면, 등. 또한 척추 건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평가되어온 부분이 바로 등이다. 그러다 예기치 않은 질병을 만났을 때 등이 지금까지 감내해온 수많은 역할들을 깨닫게 된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이유 없이 아픈 수많은 환자들을 등면역으로 치료했다는 자연치료의학 전문가 서재걸 박사는 “등에 면역이 있다”며 “등을 펴면 몸의 자연치유력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등을 뇌와 모든 장기를 연결하는 ‘멀티 탭’으로 설명하는 그는 면역의 두 기둥을 ‘장’과 ‘등’으로 설명하며, 등을 펴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면역체계가 치료된다고 설명한다. 매일 15분씩 바른 자세로 앉아 등을 펴고, 폼 롤러로 스트레칭 하는 등풀이 운동법을 4주만 꾸준히 따라 하면 이유 없이 아프고 하는 일 없이 피곤하며, 약을 달고 사는 삶이 치유된다는 것. 저자 서재걸은 하버드대학 의대 통합동양의학 전문과정을 수료한 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한자연치료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아닌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책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는 저자는 “백(back)을 세워야 백세를 살 수 있다”고 말하며, ‘몸의 이력서이자 집밥’이라는 ‘면역’을 등에서 찾자고 말한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넥서스BOOKS, 블루페가수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5호 (19.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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