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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파바로티의 노래를 만든 곳-나폴리에서 부른 산타루치아

입력 : 
2019-06-26 15: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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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 머문다면 카프리섬, 폼페이, 소렌토, 포지타노 등 주변의 세계적인 휴양지와 관광지들은 덤으로 온다. 이곳을 모두 둘러본다면 아마도 이번 생의 버킷리스트 중 몇 개는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이 아니라도 다음번 여행에선 기약해 보자. 이탈리아인들이 왜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Vedi Napoli e poi muoia!)”고 했는지, 파바로티가 왜 “내 노래의 모든 것은 나폴리에 있다”고 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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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나폴리 여행

이탈리아를 갈 때마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을 펼쳐 든다. 그가 책에서 지역들을 묘사한 글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사탕 가게 진열장 앞의 아이가 된 기분이다. 그의 나폴리는 이렇다. “오늘도 정신 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어떤 말도, 어떤 그림도 이 경치의 아름다움에는 당하지 못한다. 나폴리에 오면 사람들이 들뜬다고 하더니 헛말이 아닌 것 같다.” 이런 나폴리를 건너 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알기론 로마에서 출발하는 남부 이탈리아 투어엔 종종 나폴리가 빠진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각설하고, 단테가 “그대의 길을 가라, 남들이 뭐라 하든 내버려 두라”고 했듯이(다른 이들의 이탈리아 남부 여행이 나폴리를 건너뛰든 말든) 나는 나만의 이탈리아 여행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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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볼거리 가득한 나폴리

나폴리는 로마에서 고속 열차로 1시간 거리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밀라노에 이어 크기로 세 번째 도시이며 남부 캄파니아 주의 주도다. 매력 터지는 작은 도시들, 화창한 날씨, 푸른 바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풍부한 식재료, 맛 좋은 음식들, 느긋한 남부 이탈리안들의 여유가 흐르는 캄파니아주는 ‘꿈 같은 휴가’란 명제에 필요한 모든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곳이다. 캄파니아주의 주도인 나폴리에 당연히 첫 깃발을 꽂을 일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보는 것. 고지대를 오르기 위한 푸니쿨라는 나폴리의 명물 중 하나다. 총 세 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초는 1880년에 설치된 것이라 하니 운치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푸니쿨라는 몬테산토역에 위치한 것으로, 이유는 아래 동네인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다. 스파카 나폴리는 나폴리 구시가지를 반으로 가르는 오래된 골목길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의 도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곳으로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이나 삐걱 소리가 날 것 같은 빈티지스런 문을 열고 주민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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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니지 않으므로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스파카 나폴리를 따라 천천히 산 마르티노 수도원 광장과 그 옆에 위치한 산텔모성까지 걸어서 가 볼 수도 있다. 산텔모성은 보메로 언덕에 위치하며 나폴리에서 가장 높은 성이다. 여기서 보는 전망은 가히 나폴리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런 장소들엔 어김없이 전망대가 위치한다. 바쁜 여행자들이 놓치기 쉬운 곳 중 괜찮았던 곳이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카포디몬테 미술관이었다.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유럽 3대 고고학 박물관에 꼽힐 정도로 가치 있는 유물이 많다.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중 1층에 있는 폼페이 전시관을 자세히 볼일이다. 화산이 폭발하여 묻혀 버린 비운의 도시 폼페이에서 발굴된 아이템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더 관심이 생긴다면 직접 폼페이에 가 보아도 좋겠다. 기원 후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폼페이는 화산재 아래 묻힌다. 그 후 한참 뒤에야 드러난 폼페이의 존재, 나폴리 여행자라면 폼페이에 하루를 투자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여유 있는 여행자에겐 선물 같은 곳이다. 실로 엄청난 규모의 미술관으로 한적하고 편안하게 하루 종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창시자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년)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일명 달걀성으로 불리는 카스텔 누오보성, 주세뻬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란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는 산세베로 예배당, 웅장한 쇼핑몰 움베르토 1세 아케이드 등 차곡차곡 나만의 볼거리들을 챙기자.

또한 식상하지만 빼놓지 말아야 할 곳 중 산타루치아 항구가 있다. 오렌지 나무 가로수가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해안과 멀리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 지중해의 낭만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사실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곳이 산타루치아 항구이기도 했다.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와 더불어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진 곳, 다닥다닥 정박해 있는 크루즈와 요트들, 석양으로 붉게 물든 바다와 항구를 보고 있으니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란 이탈리아 속담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될 듯했다. 일몰이 특히 멋졌는데 일출도 똑같이 장관이라 한다. 산마르티노 수도원은 산타루치아 항구를 내려다보기 좋은 장소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현대식 부두와 구항이 멋진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원을 거니는 동안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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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유명해지기 전 홀로 나폴리 여행을 했다 하는데, 그도 산마르티노 수도원 계단 한쪽 옆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노랫소리에 반한 그리스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긴 여기서 그 노래를 듣는다면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아니더라도 사랑에 빠질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나폴리는 피자의 탄생지, 미식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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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하면 나폴리탄 피자다. 경험을 토대로 세 가지 피자를 추천하겠다. 제일 먼저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바질 이 간단한 세 가지 재료만으로 환상적인 맛을 내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기억하도록. 나폴리는 이 유명한 마르게리타 피자의 탄생지다. ‘피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란 피제리아가 원조 집이다. 마르게리타 여왕이 먹은 피자를 마르게리타 피자로 부르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나폴리탄 피자는 물소젖으로 만든 치즈, ‘부팔라’로 만든 ‘모차렐라 디 부팔라’ 그리고 튀긴 피자인 ‘프리타’다. 프리타는 속에 토마토, 리코다 치즈를 넣은 조합이 가장 클래식한 맛으로 가격도 4유로를 넘지 않는다. 스트리트 푸드도 외면할 수 없다. 감자와 모차렐라 치즈를 섞어 버무린 후 튀긴 크로케, 치즈, 다진 고기와 콩이 들어간 파스타를 튀긴 프리타티네, 쌀로 만든 동그란 튀김 아란치니 등등 쉴새 없는 유혹에 배고플 틈이 없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니 이 또한 큰 매력이다. 디저트 러버라면 ‘돌체 나폴레타나’라 불리는 나폴리식 디저트를 맛보는 것이 미식 체험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부드러운 빵을 럼을 담가 촉촉하게 먹는 바바, 안에 크림을 넣고 도넛처럼 튀긴 후 달콤한 과일로 장식한 제폴레, 리코타 치즈가 듬뿍 들어간 부드러운 케이크 파스티에라, 아침식사에 빠지지 않는 바삭바삭한 크루아상 스포리아텔라도 기억하면 좋다.



▶나폴리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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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만족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카프리 섬, 폼페이, 소렌토 등 도시 주변에 세계적인 휴양지와 관광지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나폴리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그러니 급할 것 없이 며칠 여유를 부리며 나폴리에 여장을 풀어 보자. 일단 ‘시간’이란 보따리를 풀기만 하면 최고들만 모아 둔 나폴리 종합 선물 세트가 눈앞에 촤르륵 펼쳐진다. 나폴리의 심장 박동에 따라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 보자. 바쁘게 사느라고 여유로움을 즐길 줄 모른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복잡한 곳이든, 한적한 골목이든 그곳에서 만나는 현지인들과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주고받는다면 금방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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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가는 방법 기차로는 로마에서 두 시간 거리, 항공으로는 인천에서 직항은 없고 로마 경유해 국내선으로 나폴리 가는 항공편이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그리고 알이탈리아 항공까지 여러 편이다. 독일항공, 핀란드항공, 러시아항공 등 유럽의 다른 도시를 경유하는 항공을 이용해도 좋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

보통 4월부터 9월에 많이 방문한다. 7~8월 여름 성수기보다 5~6월에 방문하면 저렴하면서도 붐비지 않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나폴리 맛집 추천

피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 마르게리타 피자의 원조 집. 플레비시토 광장 부근에 위치해 있다.

안토니오 앤 안토니오(Antonio and Antonio): 사람 얼굴만 한 그란데 사이즈 모차렐라 치즈 500g으로 만든 샐러드가 유명하다.

살바토레 카파렐리(Salvaore Capparelli ): 나폴리의 모든 디저트를 최상급 퀄리티로 즐길 수 있는 전통 베이커리.

감브리누스(Gran Caffe Gambrinus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10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30년 역사의 남부 특유의 강력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카페누촐라와 돌체를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글 조은영(『MOVE』 편집장, 여행작가)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5호 (19.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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