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갈 때마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을 펼쳐 든다. 그가 책에서 지역들을 묘사한 글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사탕 가게 진열장 앞의 아이가 된 기분이다. 그의 나폴리는 이렇다. “오늘도 정신 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어떤 말도, 어떤 그림도 이 경치의 아름다움에는 당하지 못한다. 나폴리에 오면 사람들이 들뜬다고 하더니 헛말이 아닌 것 같다.” 이런 나폴리를 건너 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알기론 로마에서 출발하는 남부 이탈리아 투어엔 종종 나폴리가 빠진다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각설하고, 단테가 “그대의 길을 가라, 남들이 뭐라 하든 내버려 두라”고 했듯이(다른 이들의 이탈리아 남부 여행이 나폴리를 건너뛰든 말든) 나는 나만의 이탈리아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알고 보면 볼거리 가득한 나폴리
나폴리는 로마에서 고속 열차로 1시간 거리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밀라노에 이어 크기로 세 번째 도시이며 남부 캄파니아 주의 주도다. 매력 터지는 작은 도시들, 화창한 날씨, 푸른 바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풍부한 식재료, 맛 좋은 음식들, 느긋한 남부 이탈리안들의 여유가 흐르는 캄파니아주는 ‘꿈 같은 휴가’란 명제에 필요한 모든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곳이다. 캄파니아주의 주도인 나폴리에 당연히 첫 깃발을 꽂을 일이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보는 것. 고지대를 오르기 위한 푸니쿨라는 나폴리의 명물 중 하나다. 총 세 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초는 1880년에 설치된 것이라 하니 운치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푸니쿨라는 몬테산토역에 위치한 것으로, 이유는 아래 동네인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다. 스파카 나폴리는 나폴리 구시가지를 반으로 가르는 오래된 골목길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의 도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곳으로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이나 삐걱 소리가 날 것 같은 빈티지스런 문을 열고 주민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어 흥미롭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여유 있는 여행자에겐 선물 같은 곳이다. 실로 엄청난 규모의 미술관으로 한적하고 편안하게 하루 종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창시자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년)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일명 달걀성으로 불리는 카스텔 누오보성, 주세뻬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란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는 산세베로 예배당, 웅장한 쇼핑몰 움베르토 1세 아케이드 등 차곡차곡 나만의 볼거리들을 챙기자.
또한 식상하지만 빼놓지 말아야 할 곳 중 산타루치아 항구가 있다. 오렌지 나무 가로수가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해안과 멀리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 지중해의 낭만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사실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곳이 산타루치아 항구이기도 했다.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와 더불어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진 곳, 다닥다닥 정박해 있는 크루즈와 요트들, 석양으로 붉게 물든 바다와 항구를 보고 있으니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란 이탈리아 속담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될 듯했다. 일몰이 특히 멋졌는데 일출도 똑같이 장관이라 한다. 산마르티노 수도원은 산타루치아 항구를 내려다보기 좋은 장소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현대식 부두와 구항이 멋진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원을 거니는 동안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나폴리는 피자의 탄생지, 미식의 도시
▶나폴리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방문하기 좋은 시기
보통 4월부터 9월에 많이 방문한다. 7~8월 여름 성수기보다 5~6월에 방문하면 저렴하면서도 붐비지 않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나폴리 맛집 추천
피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 마르게리타 피자의 원조 집. 플레비시토 광장 부근에 위치해 있다.
안토니오 앤 안토니오(Antonio and Antonio): 사람 얼굴만 한 그란데 사이즈 모차렐라 치즈 500g으로 만든 샐러드가 유명하다.
살바토레 카파렐리(Salvaore Capparelli ): 나폴리의 모든 디저트를 최상급 퀄리티로 즐길 수 있는 전통 베이커리.
감브리누스(Gran Caffe Gambrinus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10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30년 역사의 남부 특유의 강력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카페누촐라와 돌체를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글 조은영(『MOVE』 편집장, 여행작가)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5호 (19.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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