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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뮤지컬 ‘스쿨 오브 락’ 흥행돌풍 일으킨 오리지널 내한 공연들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6-26 15: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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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를 지닌 해외 오리지널 공연들이 차례로 한국 무대를 찾고 있다. 기존 동화의 고정관념을 깨는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의 공연 ‘신데렐라’가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데 이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영화 원작을 뛰어넘는 흥과 에너지로 순식간에 사람들을 무대의 중심으로 이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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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맨발의 신데렐라

‘신데렐라’에 유리구두가 없다. 호박마차도, 못된 계모와 언니들도 없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성숙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가 내한공연으로 우리 곁을 찾았다. 지난 6월 중순, 현재 세계 정상급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이하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작품 ‘신데렐라’로 내한공연을 가졌다. 특히 이번 공연은 14년 만에 찾아온 내한 소식이라는 점과, 지난 1월 수석무용수(Soloist Principal)로 승급한 발레리노 안재용(27)의 금의환향 무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무용 팬들 사이에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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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신데렐라’, ‘역대 신데렐라 중 가장 성공한 발레’라는 수식어를 남긴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 그 평에 걸맞게, 공연은 아름다움과 함께 파격과 혁신의 무대로 발레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무대는 전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신선함으로 가득 채우며, 컨템퍼러리 발레의 힘을 보여준다. 심플한 공간의 무대 위에서 신데렐라는 수동적이지 않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에 걸맞는 참신한 감수성과 진정한 사랑을 그린다. 그녀는 더 이상 불편한 유리구두를 신지 않는다.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드레스를 입은 채 무도회에 가지도 않는다. 대신 장식 없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맨발에 금가루를 묻힌 채 춤을 추고 있다. 왕자 역시 신데렐라의 발에 가장 먼저 주목한다. 마이요 감독은 이러한 시도에 대해 “무용수들에게 신발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발이다. 맨발로 안무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놀라운 일로써, 일반인들이 옷을 벗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맨발로 무용하는 모습을 통해 부각시키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심플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라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파격에 가까운 무대의상,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무대와 음악들…. 이처럼 극은 격식을 벗어 던지고 자유와 소박함, 그리고 외양이 아닌 인물의 본질을 꿰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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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 무도회 초대장을 받은 계모와 딸들은 무도회장을 떠나고 신데렐라는 집안일을 떠안고 홀로 남겨진다. 우울한 신데렐라 앞에 요정이 나타난다. 요정의 정체는 신데렐라의 생모. 그녀는 자신이 마지막 무도회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신데렐라에게 입히고 마법으로 신데렐라의 발이 반짝이게 한다. 광대, 요정, 계모와 딸들, 아빠, 왕자가 무도회장에 등장한다. 계모와 딸들은 왕자를 유혹하려 애쓰지만 소용없다. 이 때, 누군가가 왕자에게 기묘한 여인의 등장을 알린다. 한편, 신데렐라의 아빠는 요정에게서 죽은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혼란에 빠진 아빠는 기억과 현실을 오가며 요정에게 집착한다.

▶한국 무대를 찾은 록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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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버 5성급의 기적’ ‘미친 듯한 즐거움’ 등 각종 언론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를 뒤흔든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최신 히트작 ‘스쿨 오브 락’이 최초의 월드 투어로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동명의 음악 영화이자, 잭 블랙 주연의 영화 ‘스쿨 오브 락’(2003)은 개봉 후 전미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역대 뮤지컬 코미디 영화 1위, 뉴스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등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했었던 바. 당시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넘치는 흥과 끼를 가진 배우 잭 블랙의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와 화려한 보컬, 기타 연주 솜씨를. 그리고 10대 학생 밴드들의 무대를 보며 우리는 얼마나 어깨를 들썩였는가. 이처럼 원작의 세계적인 성공과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리메이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뮤지컬로 재탄생한 ‘스쿨 오브 락’은 영화 속 큰 뼈대를 그대로 살리고, 라이브의 매력까지 더하며 시각과 청각을 넘어서는 현장감으로 영화를 뛰어넘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실제로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잭 블랙이 뮤지컬을 직접 관람한 후 “울고, 웃고, 완전히 즐겼다!(I Laughed, I Cried, I Rocked)”고 말했을 만큼, 공연은 2시간 20분 동안 관객들을 가만히 앉아 있게 하기 힘들 정도다. 주인공 듀이 역을 비롯한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와, 웨버가 직접 발굴해낸 ‘스쿨 오브 락 밴드’의 천재적인 연주가 화제가 되면서 공연은 개막 직후 문제작으로 떠오르며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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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달라도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텔링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2015년 12월 브로드웨이 윈터 가든 씨어터에서 초연한 이후, 2016년 11월 웨스트 엔드 뉴런던 씨어터에서 초연을 했다. 이후 미국 투어, 호주 투어를 비롯해 아시아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의 대장정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대형 뮤지컬 신작이 개막한 지 얼마 안된 시점에 한국 무대에서 오리지널로 올라오기는 흔치 않은 경우다. 이에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가 ‘국내 뮤지컬 시장을 움직이는 20, 30대가 정확히 ‘스쿨 오브 락‘ 세대임을 생각하면 흥행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한 만큼, 최근 해외 오리지널 콘텐츠 및 제작사의 행보가 한국 뮤지컬 시장과 관객을 얼마만큼 주목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확실히 ‘스쿨 오브 락’은 국내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소들이 많다. 먼저, 말 그대로 ‘흥의 민족’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무대 음악을 들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라이브 연주의 생동감은 이 공연의 묘미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스토리는 물론, 시원한 록 사운드는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스쿨 오브 락’은 모든 배우가 넘버부터 악기를 직접 노래하고 연주한다. 10대로 구성된 ‘스쿨 오브 락 밴드’ 역시 웨버와 제작진이 직접 찾아낸 ‘아티스트’들이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노래와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탄탄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들 수 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에서 주인공 듀이는 락스타가 되고 싶지만 열정만 앞서 성공을 못한 인물이다. 공연은 그런 듀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되, 호레이스 그린 학교의 학생들과, 그 밖의 주변 캐릭터들에 스토리를 보다 강화해 입체성을 더했다. 예를 들어 캐릭터들 간에 ‘무대에서 음악이 어떻게 자유를 주는지’를 알려주는 장면이나, 사랑 얘기도 등장한다. 원작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캐릭터들의 설정이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알게 되고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



Mini Interview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내한공연 팀 -인터뷰 참석자: 마크 힐튼 Mark Hilton(연출), 코너 존 글룰리 Conner John Gillooly(듀이 역),

카산드라 맥고완 Cassandra Mccowan(로잘리 역), ‘스쿨 오브 락 밴드’ 배우들

Q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작품이다. 또 배우들의 경우 시차 적응이 힘들었을 텐데, 무대에 영향은 없었는가. 한국에 온 소감도 궁금하다. ▷카산드라 맥고완(로잘리 역) 듀이만큼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 아니지만, 1막에서 오페라를 부르고, 2막에서 록 발라드를 부르며 전반적으로 뮤지컬 발성을 써야 하기 때문에 목 관리를 중점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코너 존 글룰리(듀이 역) 아무래도 체력을 굉장히 많이 요하는 작품인 데다, 소리 지르는 일도 많다. 평소 무대에 서지 않을 때는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목소리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을 다 마시고 있다고 할 만큼 물을 많이 마시고 있다. 그밖에도 몸 관리를 많이 하고 있다. 한국에 와서는 치킨과 통닭, 삼겹살을 맛본 이후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듀이의 또 다른 얼터 배우는 굉장한 K-pop 팬이라 그의 분장실 여기저기에 BTS 사진이 붙어있다.(웃음)

Q 한국에 원작 영화 팬이 많다. 뮤지컬로 오른다고 했을 때 ‘이게 괜찮을까?’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거 같은데, 뮤지컬만의 강점이 궁금하다. ▷마크 힐튼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관객들이라도, 영화를 봤거나 잭 블랙의 팬이라면, 또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이란 것을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지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임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작품의 주제처럼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이분들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굉장히 활기 넘치고 에너지 넘치고 영혼을 담아내는 음악들, 이 어마 무시한 어린 학생들이 연주하는 이 기운은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라고 장담한다.

Q 한국에서 첫 공연을 마쳤다. 2년 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할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코너 존 글룰리 옛날부터 잭 블랙 배우를 숭배하다시피 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을 처음 봤을 때 옆에 앉아있는 학생 배우들 나이였다. 그때 나는 악기를 다루는 학생 배우들보다는 잭 블랙에게 집중하면서 영화 수록 곡을 몇 번씩이나 연습했다. 그러기 때문에 잭 블랙 배우를 흉내 내고 싶지 않고 무대 위에서 리얼하게 ‘나만의 듀이’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년간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내 몸에 밴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서 공연은 입이 쫙 벌어질 정도로 관객 반응들이 좋다. 보는 이들이 재미있어 해줘서 넋이 나갈 정도였다. 학생 밴드에게 악기를 소개해주는 신의 ‘You’re in the band’라는 넘버에서도 뉴욕에서는 한국 관객들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벌떡 일어나서 즐겨줄 것만 같은데, 뉴욕에서는 보지 못했던 일이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관전 포인트 1.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 뮤지컬 제작자이자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위상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역사의 획을 그은 명작들로 알 수 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을 보고 성공을 확신한 웨버는 7년간의 협상 끝에 파라마운트픽쳐스로부터 뮤지컬의 권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웨버는 ‘School of Rock’ 등 영화에 사용된 3곡에 ‘Stick it to the Man’ ‘You’re in the Band’ 등 웨버가 새롭게 작곡한 14곡을 추가했다. 가슴을 뚫는 시원한 록에서부터 클래식·팝·오페라 등 정통적인 뮤지컬 곡조가 조화를 이루며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끌어간다.

2. 5.6km “한 회 평균 5.6km를 뛰어다니고 공연을 마치고 나면 1kg이 빠진다.” 브로드웨이에서 듀이 역할을 맡아 열연한 배우 알렉스 브라이트만의 이 설명처럼,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서 주인공 듀이는 2시간 이상을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열연을 펼친다.

3. 배우들의 라이브 연주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 밴드 악기를 배우들이 실제 연주를 한다. 700개 이상의 조명과 200개가 넘는 스피커를 동원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라이브 밴드 연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 에스앤코]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5호 (19.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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