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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공장-소비자 직접 연결하는 단골공장 홍한종 대표 | 칼·우산·양말…제조업 ‘숨은 명장’ 등용 플랫폼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6.24 11:53:23
1982년생/ 서울대 화학교육학과/ 삼성물산 근무/ 2017년 단골공장 대표(현)

1982년생/ 서울대 화학교육학과/ 삼성물산 근무/ 2017년 단골공장 대표(현)

여기 한 공장이 있다.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그 어떤 곳보다 기술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자신하지만 마케팅에는 서투른, 그런 낡은 공장이다. 자체 브랜드는 없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발주를 받지만 근근이 공장을 돌리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여기 한 소비자가 있다. 품질 좋은 상품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매일 가던 마트에 들르고 마는 그런 소비자다. 정보가 없으니 별수 있나. ‘이름 있는 브랜드니까 사기는 안 치겠지’ 하는 생각에 비싸더라도 광고를 많이 하는 유명 상품에 손이 가고 만다.

홍한종 대표(37)가 2017년 창업한 ‘단골공장’은 제조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각자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플랫폼이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명장’과 그 제품을 소개하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구입을 원하는 이들에게 판매한다. 먼저, 기술력은 높지만 판매·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공장을 발로 뛰며 찾아낸다. 그리고 이 공장의 제품이 왜 뛰어난지 근거를 하나하나 소개한다. 공장의 역사를 비롯해 대표의 열정과 노하우, 설명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제품의 숨은 디테일까지 꼼꼼히 보여준다. 공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 제품을 기획하거나 없던 브랜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단골공장은 공장을 발굴하고 공장에 콘텐츠를 담아 리브랜딩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심리적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공장을 마치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방문하듯 찾아볼 수 있죠. 사라져가는 한국의 희소 제조 업종을 재조명하는 역할도 수행하고자 합니다.”

단골공장은 지난 5월, 2주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단골공장이 소비자와 연결한 공장 개수는 55개, 가입자는 어느덧 8000명에 육박한다. 생산자·소비자 모두 만족했다는 방증이다. 크라우드펀딩 방식도 주효했다. 공장 입장에서는 주문량에만 맞춰 제작하면 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 과정이 짧아지는 덕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입하는 메커니즘 자체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합니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가격 경쟁이 아니라 품질과 신뢰 기반의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이 목표죠. 제조 공장은 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고 소비자는 가격 거품을 빼고도 품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스타 공장도 탄생했다. 상품에 제조일자를 적어 넣은 소량 주문 생산 물티슈 ‘제이트로닉스’는 5회 펀딩 성공을 넘어 6회째 펀딩을 진행 중이다. 누름쇠 없이 안전하게 우산을 접고 펼 수 있는 ‘두색하늘 슬립우산’, 무독성 소재로 만든 ‘선업 삼선슬리퍼’, 발바닥을 푹신하게 만들어 피로감을 줄인 ‘준희어패럴 무지양말’도 각각 3회 이상 앙코르 펀딩을 진행한 ‘인기템’들이다. 40년 동안 연마석을 만들어온 ‘명도산업 식도’는 2165%라는 높은 펀딩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골손님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반영된, 진짜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넘어 고객 피드백까지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4호 (2019.06.26~2019.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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