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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클릭] 토이 스토리 4 | 멋지고 찡한 ‘우디의 모험’…9년 만의 귀환

  • 입력 : 2019.06.24 11:56:39
  • 최종수정 : 2019.06.24 16:56:59
애니메이션, 모험/ 조시 쿨리 감독/ 100분/ 전체 관람가/ 6월 20일 개봉

애니메이션, 모험/ 조시 쿨리 감독/ 100분/ 전체 관람가/ 6월 20일 개봉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다.”

10년 만에 ‘토이 스토리 3’가 나왔을 때 관객과 비평가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이 이제는 커버린 첫 번째 주인 앤디와 이별하는 모습은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줬다. 그들이 앤디를 떠나 보내라는 새로운 친구의 손에 건네진 지도 어느덧 9년이 흘렀다. “장난감도 헤어질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던 그들은 9년 만에 다시, 새로운 이야기 ‘토이 스토리 4’로 돌아왔다.

이제 장난감들은 새 주인 보니에게 완벽하게 적응돼 있는 상태다. 보니가 무럭무럭 자라 생애 첫 유치원에 가는 날이 찾아왔다.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지는 것도 서러운데 장난감도 못 가져가게 한다. 이때 우디가 나선다. 우디가 주워다 준 쓰레기들로 보니는 어설프지만 손수 장난감을 만들어낸다. 일회용 포크 숟가락, 실타래, 나뭇조각 등으로 만들어진 ‘포키’라는 새 장난감의 탄생이다.

‘토이 스토리 4’의 갈등은 포키가 자꾸 스스로를 장난감이 아닌 쓰레기로 여기면서 출발한다. 포키는 쓰레기통만 보면 달려가 빠진다. 포키가 보니에게 너무나 소중한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우디만큼은 알고 있기에, 우디는 보니가 실망하지 않도록 거듭 포키를 구출해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마냥 평화롭고 행복할 것 같은 ‘토이 스토리 4’에도 악역은 있다. 버려진 장난감들의 실망과 복수심이 만들어낸 악의는 늘 그렇듯 사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장난감들의 갈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새로운 악역,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의 코믹한 분위기와 유머러스한 극적 진행이다. 악역을 맡은 ‘개비’는 오래된 중고물품 상점의 붙박이 상품이다. 팔려서 누군가의 장난감이 되고 싶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중고 골동품은 어쩐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여기에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샤이닝’의 음악이 배경에 깔리면서 그 기괴함이 증폭된다. 1950년대풍의 인형들 역시 어딘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그 자체로 웃음과 공포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우디 사단’에 새롭게 합류한 장난감들이다. 모험하던 중 만나게 된 캐나다 출신 ‘듀크 카붐’, 카니발 상품 인형으로 전시됐던 ‘더키’와 ‘버니’ 인형은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유머 코드를 제공한다. 듀크 카붐의 목소리를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맡고, 버니의 목소리를 영화 ‘겟 아웃’의 감독 조던 필이 맡았다는 것 역시 흥미 요소다.

최근 디즈니의 큰 흐름에 따라 ‘토이 스토리 4’의 서사 역시 남성 캐릭터인 우디보다는 독립적이며 개성적인 여성 캐릭터 ‘보 핍’에 의해 주도된다. 아이들의 방 안에서 불빛을 비춰주는 데 만족했던 도자기 인형 보 핍은 자기만의 생활력과 독립심을 갖췄다. 보 핍은 주인 없는 인형들의 리더로서 따뜻하고 지혜로운 리더십을 보여준다. 주인과의 애착관계에 머물러 있던 우디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안내해주는 이 역시 보 핍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상상력의 근간은 ‘물활론’이다. 사물들이 살아 있고 심지어 인격까지 보유했다는 생각이다. 이 상상력은 ‘인사이드 아웃’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조시 쿨리 감독의 손길을 거쳐 더 섬세하고 따뜻해졌다. 전작보다 재미있고 더 따뜻해진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4호 (2019.06.26~2019.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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