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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화가로 변신한 구혜선 | 배우인줄 알았는데 그림을…반려동물·적막 주제 전시회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9.06.24 11:58:07
사진 : 유용석 기자

사진 : 유용석 기자

연예계 소문난 재주꾼, 구혜선(35)이 배우가 아닌 작가로 대중과 만난다. 새 개인 전시회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을 통해서다.

“대중에게 부정당하는 힘으로 시작했던 일이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운을 뗀 그는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에 너무나 힘이 들어 미술활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그것을 비롯한 내 삶의 아픔 전반을 치유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누군가와 이런 감정을 나누고 또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독특한 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그는 2017년 ‘다크 옐로(dark YELLOW)’를 통해서는 ‘순수와 공포 그리고 자유’를, 2018년 ‘미스터리 핑크(MYSTERY PINK)’에서는 ‘사랑하기 때문에 파괴하는 감정’을 작품에 녹여냈다. 이번에는 ‘적막’을 주제로 택해 이전보다 한층 어두워진 그러나 진솔한, 자신만의 ‘블랙(BLACK)’을 표현한다.

“그 어떤 색도 생각나지 않아 ‘블랙’에 집중했어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후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막으로 이어졌어요. 그럼에도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내리사랑’이다 보니 ‘따뜻한 적막’으로 완성됐죠. 가는 선은 미래나 희망에 대한 강박을, 어두운 블랙은 깜깜했던 현실을 반영한 추상화예요. 도형은 삶에서 흐트러지지 않기 위한 균형을 나타내고요.”

그는 “작품 준비를 많이 못 했다”면서도 “소설 작업 때 만든 캐릭터 스케치를 같이 걸었다. 주제와 맞지 않더라도 내가 표현한 것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족이나 친구, 가까이 지내던 사람 혹은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할 때마다 끝없는 적막감을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표현을 솔직하게 담았다”고 진심을 전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으로서의 구혜선이 아닌 외로움, 적막감, 불완전함을 갖고 살아가는 인간 구혜선이 표현하는 예술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첫 개인전 ‘탱고’(2009년) 이후 벌써 10년째. “작가 구혜선을 향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대중에게 부정당하는 힘과 내 안의 슬픔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내가 나쁜 건가?’ ‘뭘 잘못했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고 그것이 성장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객관적이 됐다. 그 이상을 바라보기도 한다”며 한결 편안해진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림이나 음악, 글을 통해 그때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고는 한다. 매번 그 작업이 너무 괴롭고 어렵지만 하고 나면 감히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 결과적으로는 그로 인한 어떤 치유의 힘 때문에 또다시 하게 된다”고 했다.

“당시의 감정과 상황을 나만의 방식으로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는 작업은 마치 지금이 되고 미래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요. 답을 찾기보다는 지나온 시간의 과정과 감정을 진실하게 마주하게 되는 셈이죠. 그것을 통해 치유받고, 또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술활동을 하고 있어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죠(웃음).”

그는 무엇보다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의도보다는 본인 생각을 투여해서 보기를 당부했다. 보는 사람이 즐거운 감정으로 보면 즐거울 것이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보면 슬플 것이라고. 그렇게 느끼는 대로 즐기는 것이,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것이, 그가 바라는 ‘소통’이라고.

재능이 너무 많아도 탈. ‘배우 구혜선은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나’라고 물으니, “안 그래도 고민”이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고는 “자꾸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끌리는 대로 하다 보면 결국 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잠시 작가의 욕구를 잠재운 채 배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새로운 계획을 전했다.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은 오는 7월 28일까지 진산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4호 (2019.06.26~2019.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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