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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악인전’ 마동석, 김무열-형사 같은 조폭, 깡패 같은 형사

박찬은 기자
입력 : 
2019-05-22 09: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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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럼 조사하는 조폭과, 깡패처럼 범인을 잡는 형사. 2005년 성인오락실 이권 다툼으로 벌어진 실제 사건과 각종 연쇄 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악인전’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빠른 서사에 반전된 캐릭터와 복잡한 심리 디테일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 칸영화제 초청과 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한국영화 예매율 1위(5월14일)에 오르며 지난 15일 영화가 개봉됐다. 칸 출국을 앞둔 주연 배우들을 간담회 현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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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의 형사 마석도, ‘신과함께-인과 연’의 성주신을 연기하며, 늘 거친 비주얼 속에 따스함을 간직한 특유의 ‘마블리’를 보여주던 마동석이 이번엔 진짜 악당, ‘빌런’으로 돌아왔다. ‘악인전’의 조직 보스 장동수는 살인을 청부하거나 라이벌 조직의 후배를 살벌하게 응징하는 등 악랄한 조폭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동안 봐왔던 마블리나 마요미는 전혀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 악함이 느껴진다. 한편 연쇄 살인마 K를 잡기 위해 장동수가 함께 손잡는 강력반 형사 정태석 역은 김무열이 맡았다. 드라마에서 검사와 정보 요원을 맡기는 했으나 형사 역은 처음이다. ‘은교’의 젊은 시인, ‘기억의 밤’의 미스터리한 인물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던 김무열은 마동석과의 투샷을 위해 15kg을 증량했다. 있는 건 성깔과 촉뿐인 ‘강력반 미친개’ 태석 역을 위해 실제 형사들과 인터뷰하며 범인을 잡기 위한 집요함을 캐릭터에 불어넣기도 했다.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조폭과 형사가 손잡는다는 내용의 영화 ‘악인전’은 윤리와 비윤리가 늘 같은 법칙으로 작동하는가, 악을 잡기 위해 차악과 손 잡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를 묻고 있다. 칸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마동석, 이하 마)영광스럽고 꿈 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부산행’ 때 스케줄 때문에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갈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무열, 이하 김)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국내 관객을 먼저 만나는 것이 더 기대되고 설렌다. 국내 관객들과 먼저 공감하고 나서, 더 좋은 마음으로 칸에 참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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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배우에게)할리우드 리메이크작에서 제작과 출연을 겸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진행 중인가? (마)여러 작품을 함께 제작해온 ’악인전’ 장원석 대표와 꾸준히 할리우드 문을 두드려왔다. ‘록키’를 보고 복싱을 시작하고 영화의 꿈을 꿀 정도로 실베스터 스탤론을 좋아했는데, 그 분 회사 관계자가 ‘악인전’을 마음에 들어 했다. 미국에서는 배우가 프로듀서를 겸하는 건 상당히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서가 다른 두 나라의 언어로 시나리오를 각색했을 때, 거기서 놓치고 갈 수 있는 디테일한 뉘앙스 같은 부분을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프로듀서 제안을 해왔고, 때마침 칸영화제에 초청되며 출연도 함께 제안받았다. 미국에서 시나리오도 다시 써야 하고 감독도 섭외해야 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다른 분위기의 영화로 보여드리고 싶다. ‘악인전’ 출연 계기는? (마)아주 세고 강한 영화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이원태 감독님과 오래 전부터 작품을 같이 꼭 해보고 싶었는데, 주신 대본에 소위 말하는 훅이라는 게 있었다. 글도 잘 쓰시고 사람도 좋다. 연출자로서 본인이 원하는 그림이나 대사를 정확하게 가지고 있는데, 열어줄 땐 열어 주고 필요한 부분은 정확히 짚어 준다. (김)형사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조직 보스와 형사, 절대 얽히지 않을 것 같은 두 인물이 다른 방식으로 얽혀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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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맡은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마)조직 보스 장동수는 주먹뿐 아니라 머리까지 쓴다. 살인마를 쫓으며 마치 형사처럼 추리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전략을 짠다. 내가 ‘마동석화’시킨 캐릭터들 중에 가장 극단으로 갔던, 센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타 조직의 후배가 대들자 장동수가 응징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악인들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악랄하고 악마 같은 사람이 주연이라 매력적이었다. (김)정태석은 ‘강력반 미친개’라고 불리는 형사로, 사건에 대한 촉이나 감각이 뛰어나고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동석 선배님과 호흡이 많은데, 시각적으로 밀리지 않아야 해서 일단 15kg을 찌웠다. 사건을 대하는 순간순간의 형사다운 모습, 눈빛 등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경찰들과 만나서 인터뷰도 해보고 관련 자료도 많이 검색했다. (김무열 배우에게)15kg을 증량하며 전과 다른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김)목이 얇은 편이라 동석 선배와 투샷을 받을 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액션 신에서 턱이 안 돌아가려면 목이라도 두껍게 해야 하지 않겠나, 하하. 근육을 키우기 위해 하루 2~3끼를 먹다가 6~8끼를 먹으며 15kg을 찌웠다. 고중량 운동을 하며 어깨를 넓히고 승모근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부상이 잦았다. 마동석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병원도 소개해주셨다.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마)장동수가 ‘은갈치’ 정장을 입고 나오는데, 자료조사 결과 저 당시에는 저런 옷을 많이 입었다고 해서 일부러 구해왔다. 지금까진 액션 영화에서 ‘마동석 자체’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악인전’에선 기존과 결이 다르다. 영화 속에선 김무열 씨 쪽이 더 깡패 같다. (김)실제 형사들을 만나 사건이나 범죄를 대하는 태도나 심경에 대해 많이 여쭤보니 사건을 쫓을 때의 집요함이 느껴졌다. 잘 때도 범인 꿈을 꾸고, 지나가는 사람도 범인처럼 볼 정도로 병적으로 지낸다고 하더라. 그 집착을 이용해서 범인을 잡았을 때를 말씀하시는 형사님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정태석 캐릭터의 줄기이자 뿌리의 많은 부분을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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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신이 많은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마)무열 배우의 옷을 잡고 넘기다가 손 모양으로 가죽이 뜯어진 적이 있다. 한 벌뿐이라 다시 기워 입고 촬영했다. 그래도 무열 씨가 무술 ‘카포에라’를 오래 해서 몸을 잘 쓰더라. 현장에서는 미리 짜둔 합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바뀐 합을 춤추듯이 바로 맞춰야 한다. 경험이 없으면 감정에 따라 움직이다 맞고 기절하거나 부상을 입기도 한다. 깨지고 던지고 부서지고 와이어를 달고 날리면서 2~3일을 촬영했는데 김무열, 김성규 두 배우 모두 몸을 잘 써서 쉽게 찍었다. (김)마동석 선배가 평소 권투도 하시는데, 현장에서 실제로 액션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휘두르는 주먹의 선이나 몸놀림이 놀라워서 감탄하며 즐겁게 찍었다. 10여 년 전 단역으로 함께 출연한 영화가 있었는데 전경인 내가 좀비 고등학생인 마동석 씨에게 물어 뜯겨 죽는 역이었다. 굉장히 고생했는데 오늘 ‘악인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웃음). 배우들끼리 호흡은 어땠나? (마)김무열 씨는 물 같은 배우다. 자기 역할을 챙기면서도 상대 배우를 맞춰주는 영리함이 있다. 장동수와 정태석이 서로 물어 뜯을 듯이 싫어 하면서도 안 좋아하면서도 호흡이 잘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야 해서, 앙상블이 많이 필요했다. 서로 싫어하지만 함께 일하다 가까워지는 타이밍, 그 톤과 수위를 디테일하게 잡는 게 어려웠다. 김성규 배우는 ‘범죄도시’를 같이 했는데 작은 역할이었지만 해야 되는 모든 부분을 다 해냈다. 관객들은 그의 눈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아주 센, 악마 같은 살인마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김)가장 놀랍고 부러웠던 점은 장동수와 연쇄 살인마 K 등 극중 캐릭터와 실제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마동석 선배님은 특유의 에너지와 외적인 모습이, 김성규 배우는 실제 손톱을 뜯는 버릇으로 손끝까지 살인마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배우들의 싱크로율 때문에 놀라보긴 처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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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마)골목 카체이싱 장면. 쉽지 않았는데, 촬영팀, 무술팀 등 모든 스태프들이 고생하면서 굉장히 스릴 있게 나왔다. (김)조폭이라면 치를 떠는 태석이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타깃이었던 장동수와 손을 잡는 장면. 태석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임이 가장 잘 보인 장면으로, 몸을 움직이는 액션보다 더 박진감 있었다. (마동석 배우에게)’악인전’으로 소위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확장됐다고들 한다. ‘MCU’에서 ‘악인전’이 점한 위치, 또 본인이 속한 팀고릴라 프로젝트의 향후 행보도 알려달라. ‘MCU’는 과찬인 것 같다. ‘마동석이 하는 액션 영화’와 ‘다른 결의 영화’ 두 가지를 해오고 있다. ‘악인전’은 액션물에 속하지만 캐릭터의 결이 기존과 많이 다르다. ‘전형적인 마동석’보다 극대화된 무언가가 있다. 계속 액션물을 해온 이유는 무명일 때부터 한 약속이었기 때문이지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따로 배우지 않아도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연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산행’ 이후 ‘범죄도시’, ‘챔피언’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해외에서 액션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마동석화’ 되는 캐릭터는 더 나이 먹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한다. 묵묵하고 겸손하게. 현재 작가, 감독, 웹툰작가들까지 서른 명 정도가 모여 팀고릴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러,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 중으로, 투자 단계에 있는 작품도 두셋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마)나도 애니메이션이나 가족용 영화를 좋아하지만, 가끔 가다 세고 스릴감 있고 통쾌하고 시원한 액션 영화 한 편씩 즐기면 좋을 것 같다. 매 작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특히 목숨 걸고 열심히 촬영했다. (김)5월을 위한 단 하나의 성인용 범죄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들이 얽히고설키면서 하나의 목표를 쫓는, 박진감이 느껴지는 영화다. 긴박하고 각자 치열한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쫓다 보면 선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까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글 박찬은 기자 자료제공 및 사진 키위미디어그룹, 영화 ‘악인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본 인터뷰는 영화사 측에서 제공한 인터뷰 자료 및 간담회 현장에서 오간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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