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청주 국립현대박물관·국립청주박물관-새로움과 오래됨을 보러 떠난 여행

입력 : 
2019-05-22 10:39:59

글자크기 설정

충청북도 청주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문을 열었다. 과천 어린이대공원 옆에 있는 과천관, 경복궁 동쪽에 있는 서울관, 덕수궁 안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 옆 덕수궁관 등에 이은 네 번째 개관이다. 청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생기자 청주 사람들은 물론 중부지역 일대 시민들의 마음이 들썩거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술관 여행에서 마음의 호사를 얻곤 하는 필자 또한 그 과정과 결과물이 궁금해서 안달이 났다. 간 김에 청주의 아름다운 여행지도 두루두루 돌아봤다. 날은 맑고 기분은 경쾌했다.

사진설명
▶결정적 개성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다른 곳의 국립현대미술관과 다른 결정적 개성은 바로 ‘수장고 개방’이다. 미술관은 미술 연구소이자 수집소, 전시 공간이자 에너지 놀이터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그렇다. 미술관 주체가 미술 애호가이며, 미술을 공부하고, 미술사에 능통하며 특별한 사조에 조예가 깊고, 그리고 발품을 기꺼이 팔며 자신이 좋아하는 화풍, 화가의 작품 수집에 몰두한다. 그리고 때때로 그간의 수집품들을 일정한 주제와 기호에 맞춰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미술관 주체가 전시를 기획하며 꾸는 꿈은, 자기가 수집한 작품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구마구 찾아와 관찰하고 몰두하고 감동받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현대 미술 애호가들이 넘치는 미술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장르를 막론하고 누구나 찾아가 세계인의 가슴을 적시는 그림과 조각을 감상하고 공유할 수 있다.

사진설명
수장고 개방 이야기로 잠시 되돌아가 보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수장고는 ‘보이는 수장고’와 ‘개방 수장고’ 형식으로 운영된다. 1, 3층의 ‘개방 수장고’는 소장품을 수장한 상태로 관람자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보이는 수장고’(1, 2, 3층)는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보통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수장고를 꽁꽁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과 달리 청주는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수장고에 있는 작품들은 전시실의 작품과 달리 대형 틀에 거치되어 있는 형태다. 단순한 눈으로 볼 땐 그 또한 전시와 다를 바 없지만 보관과 전시는 엄연히 다른 분야. 전시 주제에 입각해 관람 동선을 짜놓은 정식 전시장과 수장고에서의 ‘관찰’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 할 수 있다. 청주관의 ‘보이는 수장고’는 1, 2, 3층에 각각 분산되어 있다. 보이는 수장고가 있어서 관람객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첫째, ‘구경거리가 더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반 미술관에 가면 ‘기획전시’, ‘상설전시’ 두 가지 공간에서 정해진 작품만 감상할 수 있다. 개방된 수장고에 들어가면 경우에 따라 놀라운 작품에 빠져들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미술관에 ‘할 말’이 생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수장고에 들어가면 김환기, 이응노, 이중섭, 김세중 등 내로라는 국내 거장들의 작품부터 토니크랙의 ‘분비물’ 등 낯설거나 친근감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수장고에서 이런 작품들을 보다 보면 미술에 대한 안목이 더욱 높아짐에 물론, ‘이러저러한 주제의 전시를 하면 참 재미있겠네!’라는 소박하거나 원대한 전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미술관 회원이 되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진설명
‘보이는 보존과학실’(3층)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특별한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동아시아 최초로 미술품 분야별 전문 보존시설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국가미술품 종합 보존센터와 과학감정기구가 들어가 있다. 개방되는 공간은 유화작품보존처리실과 유기, 무기분석실로 관람객들은 보존 과학이 미술세계에 왜 필요한지, 그곳의 과학자들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간접적으로는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진입로에 붙어있는 ‘미술 작품의 재료, 보존 처리 방법’ 등의 설명을 읽어보면 ‘미술 작품 보존 과학’에 대한 상식 수준의 지식을 배울 수 있고, 보존과학자들의 활동 내용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보이는 수장고’와 ‘보이는 보존과학실’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개방된다.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 그리고 미술관 휴관일은 개방되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10:00~18:00(월요일, 1월1일, 추석/설 당일 휴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관람요금 무료(기획전시의 경우 유료 가능)

-위치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청주 연초제조창의 대변신

사진설명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청주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 한 공간이다. 연초제조창이란 담배 공장을 말한다. 어쩐지 고색창연한 내화 벽돌 건물을 연상했지만, 막상 가서 보니 평범한, 심지어 중고등학교 건축물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담배를 생산하던 공장이 세계의 현대 미술을 끌어 모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공장 재생 시설이 그렇듯 이곳 역시 담배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일정 기간 특별한 변화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냈고, 언제부터인가 예술가들을 위한 개방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는 사이 연초제조창에 일정한 권리를 갖고 있는 중앙 정부와 청주시, 충청북도, 국회 등에서는 ‘저 곳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했고, 그 결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곳을 찾았을 때는 4월 말 경이었는데, 사실 모든 공사가 완료된 상태는 아니었다. 마당은 흙바닥이었고, 진입로, 건물 외부 복도 등도 깔끔한 상태는 아니었다. 미술관 옆에 리모델링 중인 청주공예비엔날레 건물 공사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도 꽤 있었다.
사진설명
이 글이 나갈 즈음엔 주차장 아스팔트 공사라도 끝나 있기를 간곡히 소망한다. 그럼에도 관람객은 꽤 많았다. 미술관 1층의 통창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모던한 작품들이 이 모든 어수선함을 정리해 주는 듯 했다. 미술관 건물은 모두 5층. 1층은 안내데스크와 발권, 로비와 ‘보이는 수장고’, ‘개방 수장고’, 보존 처리실(조각품, 대형 작품)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현재 무료로 개방되고 있지만 입장권을 꼭 받아야 한다. 2층은 관람객 쉼터, 보이는 수장고, 보존처리실(지류, 뉴미디어), 교육 공간이, 3층에는 미술은행 소장품을 보관하는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유화, 유기분석, 무기분석), 그리고 라키비움(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등이 모여있는 복합 공간)이 있다. 4층에는 미술관 소장품을 보관하는 특별수장고, 미술은행 소장 일반 수장고, 보존처리실(사진, 보존환경, 공동실험실) 등이 있다. 앞으로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게 될 ‘기획전시실’은 5층에 있다. 미술관 사무실 등 업무 공간도 이곳에 위치한다.
사진설명
사진설명
국립청주박물관 -관람시간 화요일~금요일 09:00~18:00, 토요일 09:00~21:00, 일요일 09:00~19:00, 공휴일 10:00~19:00(월요일, 1월1일, 추석/설 당일 휴관,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관람요금 무료

-위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143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0호 (19.05.28)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