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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보험-우리가 펫 보험에 기대하는 것

입력 : 
2019-05-29 17: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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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는 지난해 슬개골 탈구 2기 진단을 받았다. 매사 조심하기는 해도 언제 3기로 진행될지 몰라 노심초사다. 수의사들은 3기엔 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데, 수리가 수술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또 수술비는 얼마나 들지 은근 걱정이다. 올해로 추정 8살에 접어든 수리인지라 앞으로 병원에 낼 돈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터. 자연스레 펫 보험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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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동물 양육 인구 천만 시대라지만 내 주변에 펫 보험 가입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등록 동물 수 대비 가입률이 0.22%에 그친다고. 말하자면 1000마리 가운데 2마리가 가입하는 셈인데, 내가 아는 반려 동물을 끌어 모아도 1000마리가 안 되니 지인 중에 가입자가 없는 것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어째서 반려인들은 펫 보험에 시큰둥한 걸까?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펫 보험이 처음 출시되었고, 2008년 1월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보험사마다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 몇몇 보험사는 판매를 중지했고 그나마 있는 상품도 홍보하기를 꺼려 왔다. 보험사와 반려인 모두에게 실효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 개발에 제약이 따랐다. 동물 병원마다 진료비가 달라 표준 비용 산출이 어려웠고, 동물 등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피보험 동물 확인도 힘들었다. 반려인이 가입을 망설인 데에도 이유가 있다. 가입 제한 연령이 2~3세 이하로 낮았고, 보장 범위도 극히 제한적이었던 것. 가령 소형견이 대부분 앓는 관절 질환을 비롯해, 흔하다면 흔한 피부와 구강 질환도 보장받을 수 없었다. 매년 보험료를 경신하면서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기도 했다. 이런 조건이다 보니 반려인들은 보험보다는 일정액의 적금을 붓는 쪽을 택했다. 실제로 나도 매월 2만 원씩 저축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과거의 한계를 보완한 펫 보험 상품이 속속 등장한다. 가입 제한 연령을 높이고, 보장 기간을 늘리고, 보장 범위를 넓히고, 대상을 고양이로까지 확대했다. 문제가 됐던 슬개골 탈구와 고관절 질환 보장은 물론, 구강 및 피부 질환도 실비로 보상한다. 장례비를 지급하는 상품도 있다. 혜택이 늘고 상품이 다양해진 만큼 상품의 특장점을 꼼꼼히 비교하는 것은 반려인의 몫이다. 반려 동물들이 겪는 다빈도 질병을 기본 보장하는지, 특약 조건은 합당한지, 보장 기간과 경신 주기는 어떤지, 배상 책임 보상은 어떤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이렇듯 펫 보험 상품이 진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여기서 궁금해지는 그것. 과연 보험료는 얼마일까?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중년(?)을 기준으로 월 납입료는 4~6만 원대 수준이다. 반려 동물의 나이와 품종, 세부 계약에 따라 금액은 달라진다.

반려 동물을 둘러싼 작금의 환경 변화로 짐작건대 펫 보험 시장과 서비스 확대는 자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치료비 부담 때문에 버려지는 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펫 보험 의무 가입을 외친다. 현실적인 보험료 산출을 위해 진료비 표준 수가제를 실시하고 동물 등록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하다. 이런 논란들을 뒤로 하더라도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지려면 장기 플랜은 필수다. 그것이 보험이든 적금이든 뭐든 말이다. 내 반려 동물이 아픈 것도 속상한데 “그깟 개(고양이)한테 뭘 그리 큰돈을 쓰냐?”는 핀잔에 담담할 반려인은 없다. 반려 동물의 갑작스런 질병에, 또 자연스러운 나이듦에 절망하기보다 돌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멀리 내다보는 ‘반려 라이프 플랜’을 세울 때다. 반려인의 바람과 나란히 진화하는 펫 보험의 미래도 기대해 본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1호 (19.06.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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