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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레시피-직장 내 관계의 기본이자 최선은 ‘겸손’이다

입력 : 
2019-05-29 17: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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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름답고 화기애애한 직장 생활이 펼쳐질 것이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니, 꿈이다. 현주소는 이렇다. 직급이나 연차가 낮은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으면 당해라’가 더 현실적이다. 대부분 직장인이 느끼는 직장 내 스트레스 강도 1위는 업무가 아닌 대인 관계다. 업무는 실패해도 만회할 수 있지만 대인 관계, 특히 상사와의 ‘잘못된 만남’은 사표를 만지작거리게 할 정도의 스트레스다.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상사가 변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다. ‘떠날 수 없는 당신, 먼저 바뀌어야 한다.’ 냉정해도 이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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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극복의 대상, 적으로 여기지 마라

직장인 100명에게 물어 봐도 스트레스 1위는 업무보다 대인 관계다. 물론 과다한 업무나 반복되는 야근, 실적에 대한 압박도 스트레스의 원인이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는 일을 뛰어넘는다. 대인 관계는 물론 상대적이다. 상사, 동료, 심지어 요즘에는 ‘후배 시집살이’가 스트레스의 주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과의 관계가 ‘불편함’을 넘어 ‘적대적’ 관계까지 치닫는다면 직장 생활은 그야말로 ‘현실 지옥’인 셈이다. 이런 숨 막히는 관계를 견디다 못해 최후의 경우 이직이나 퇴직을 결정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직장은 자연스럽게 경쟁과 스트레스를 유도한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이 술 한 잔 하며 “우리 월급 중 일부는 상사에게 스트레스받고 또 욕먹는 값이야”라고 푸념하겠는가. 물론 약간의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은 발전의 자극제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나쳐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직장 생활이 계속된다면 대개의 직장인은 버텨 내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 나를 싫어하거나, 업무적으로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다면 이는 시간과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그래도 ‘내가 할 일과 자세’는 분명히 있다.

먼저, 나의 자세 중에서 혹시라도 무의식 중에 ‘적을 만들거나 반감을 일으키는 말과 행동’이 있지 않은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 모든 처세학에서 공통적으로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우군은 아니더라도 직장에서 적을 만드는 것은 현명치 못한 처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을 만들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누구를 적으로, 혹은 라이벌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를 선의의 노력으로 극복할 대상이 아닌 적대적 관계, 즉 적으로 표적을 삼는 순간 100% 그도 나를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세상은 상대적이다. 내가 100원을 주면, 상대도 나에게 어떤 형식이든 그 100원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갖고 이를 갚으려 한다. 하지만 그 100원의 부채를 자꾸 상기시키는 것은 상대가 나에게 받은 ‘약간의 호의’조차 ‘의도된 부채’로 여겨 애초에 호의를 베풀지 않은 것이 나을 정도의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적을 만들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상대에게 받은 많은 감정 즉 애정, 신뢰, 사랑, 질시, 질투, 무시, 모욕 등등 중에서도 특히 모욕감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공적인 자리에서 있을 수 있는 경우든, 사적인 자리의 개인적인 관계에서든 상관없다. 지금 역주행 유행어 ‘사딸라’로 인기 절정을 달리는 배우 김영철의 또 다른 유행어 중에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라는 말이 있다. 이 모욕감은 의외성이 많은 요물 같은 존재다. ‘이 정도 말쯤은’ ‘이건 상사로서, 동료로서 충고 정도인데’ ‘뭘 쪼잔하게 마음에 담아 두고 그래’라는 것은 ‘행한 자들’의 ‘자기 만족이자 자기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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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감은 한순간 빈틈을 파고드는 단어 하나, 표정, 그리고 상황이다. 여기에서 일반적인 음모론은 필요 없다. 모욕감을 느끼는 순간, 상대는 그 후에 이어지는 어떤 달램, 배려, 말의 성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감정을 느끼는 순간, 상대는 ‘당신에게 모욕감을 어떻게 되갚아 줄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되돌려 주는 방법에는 절대 예의나 절차, 조금의 배려조차 없다. 언제 어느 순간이든, 의외의 것으로 공격 받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그의 감각 없는 패션 센스로 모욕감을 주었다면 그는 당신에게 패션 센스가 아닌 전혀 엉뚱한 것으로 모욕감을 되돌려 주거나, 공식적인 업무 혹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지적되지 않았던 것(즉 3분 정도의 지각, 잠깐의 휴식을 위한 커피 타임, 정시 퇴근, 사무실에서 하는 당신의 청량한 농담 한 마디 등)을 이유 삼아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당신이 ‘저 사람이 나에게 왜 저러지?’라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 순간부터 당신 또한 그를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상사나 동료’로 여겨 이 모욕감을 되갚아 줄 생각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나의 무의식적인 행동과 말이 상대에게 이런 모욕감을 안기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상대의 의견에 발전적 문제 제기를 정당한 방법으로 해도 상대는 당신의 말 중에서 자신의 귀와 가슴에 거슬리는 말만을 채에 걸러 받아들인다.

“이 제안은 기획서 상으로는 상당히 논리적이지만 가장 큰 맹점은 현장에서 통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아마도 박 대리가 현장 경험이 없어서 이런 기획서가 나온 것 같습니다.”

틀리거나, 공격적인 말이 절대 아니다. 이 정도의 의견 제시나 반박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 직장 생활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박 대리 역시 이 기획서를 작성할 때 ‘나의 현재 경험 부족’을 자각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가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것을 굳이 정면에서 건드리는 것은 누구라도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 기획서는 박 대리가 현장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점에서 많은 리서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획서가 논리적이고 다각도의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적용의 세부적인 액션 플랜만 몇 가지 보완한다면 지금 당장 현장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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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유연한 발언이다. 누가 들어도 ‘현재 적용 액션 플랜의 보강’이라는 지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리는 이 말에서 자신에 대한 반감, 반박, 공격, 모욕감을 느꼈을까? 어떠한 대화에서도 지적보다는 인정을, 공격보다는 칭찬을, 반대보다는 적용이 먼저 머리를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이상 당신이 의도치 않은 ‘내가 너보다 이 분야는 더 잘 알아’ ‘나의 전문성을 보여 줘야지’라는 마음이 개입되는 순간,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생각지도 못한 적을 만드는 것이다. 직장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예민한 공간이다. 주관적인 생각을 발표하는 것, 특정한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표하는 것,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상사나 동료를 안주 삼아 뒷담화를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농담과 진담의 구분을 모호하게 되풀이하면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갖가지 구실로 패거리를 만드는 것, 자신의 주장에서 고집불통의 자세로 물러서지 않는 것,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와 희생 그리고 팀워크라는 단어를 잊어 버리는 이런 모든 것들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직장 생활에서 먼저 생각해야 할 요소며, 이를 무시하면 적을 만드는 작은 씨앗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말들이 자칫 직장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순종적인 직장인이 되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직장 생활 달인들의 처세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함께 가는 공존의 미덕이다. 직장은 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그런 면에서 당신의 상사가 야단치거나 업무에 대해 세밀한 지적을 한다면 오히려 안심해도 된다. 그것은 당신을 ‘함께 가는 대상’으로 일단 인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당신에게 무관심하거나 업무 지시가 끊기면서 관계가 ‘예의와 질서’ 아래에서만 이루어진다면 긴장해라. 상사는 당신의 발전 가능성과 조직원으로서의 자격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 선배들이 전하는 직장 생활의 원칙이 있다. ‘실패에는 뒤로 물러서지 마라’,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마라’, ‘특히 상사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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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관계의 출발은 겸손 사람의 표정 중에 감출 수 없는 것은 사랑과 쏟아지는 잠이다. 또 그것만큼 인간의 본능 중에서 감추기 어려운 것이 질투와 시기다. 이는 나와의 거리에 비례한다. 즉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질시의 기운은 강하다. 직장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은 팀워크 안에서 개인기를 발휘하는 곳이다. 부서의 과실이 고르게 팀원들에게 배분되는 것이 상식이지만 뛰어난 개인기를 발휘하는 팀원이 있기 마련. 그를 바라보는 속내는 직장인들이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르다.

상사는 믿음직한 부하로 여기면서도 “이 친구가 내 대안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동기는 “내가 저 친구 밑에서 근무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떠올리고, 후배는 “저 선배에게 줄을 서야겠는데”라고 결심한다. 이럴 때일수록 성공의 당사자는 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상사의 권한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상사는 가족이 아니다. 넓은 아량으로 당신의 오만과 월권을 받아들이거나 무심한 행동이라고 좋게 해석하지 않는다.

‘이 친구가 키워 줬더니 은근히 나를 무시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당신을 이끌어 줄 상사가 아니라 당신의 앞길에 재를 뿌릴 존재가 된다. 직장인들이 흔히 쓰는 ‘키워 주기’보다 더 쉬운 것은 ‘끌어내리기’다. 키워 주기는 10번의 칭찬과 성과가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 방으로 끌어내리기가 가능한 곳이 바로 직장이다. 동기들에게는 ‘같이 갈 수 있는, 성과도 나눌 수 있는’ 동료로 인식시키는 것이 좋다. 후배에게는 공을 나누어 주는, 시쳇말로 ‘저 선배와 함께하면 실패는 없어. 오히려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네’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이는 향후 후배의 힘과 능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눈앞에서 닥치면 객관적, 이성적 판단은 중단된다. 그 순간, 당신은 ‘적과의 동침’이라는 고난의 행군에 접어드는 것이다.

겸손은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처세에 있어 가장 큰 담요다. 야구에서 홈런을 치는 4번 타자나 0점대 방어율의 에이스도 중요하지만, 비록 성적이 좋지 못해도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면 맨 처음 달려 나가는 선수 역시 필요하다. 그들은 비록 스타 플레이어나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어시스터’로 직장은 평가한다. 골을 넣고, 홈런을 친 순간 먼저 생각할 것은 박수를 보내는 동료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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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실패의 마지막 장 다음에 직장 생활, 물론 상대적이다.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대해도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헛수고다.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면 끊임없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가장 효과적인 처세는 처세의 대상도 주변에서도 눈치 채지 못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아하’ 하고 무릎 치고 미소 짓게 하는 것이다. 처세를 위해 상사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데이터화 해도 막상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다. 처세를 상대에 대한 맞춤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세는 당연히 상대를 위한 것이지만 먼저 할 것은 ‘내가 준비되어 있는가’다. ‘내가 이렇게 해서 얻으려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

상사들은, 즉 처세의 대상은 나보다 우월하고 노련하다. 그들을 나의 일천한 기술로 감동시키겠다면 아예 포기하는 것이 ‘어설픈 흉내 내기’보다 나을 수 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겸손과 노력이다. ‘직장은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스마트해 보여도 직장 생활은 보이지 않는 늪과 함정이 있다. 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머리 다 큰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직장이다. ‘다른 사람’끼리의 집합체, 직장에서 관계의 갈등과 고민 없이 ‘문제 없어’를 외칠 수 있는 직장은 없다. 직장에는 인자한 미소를 짓지만 속내로는 견제하는 상사, 들어올 때만 동기지 나갈 때는 순서없는 치열한 경쟁 상대인 동료, 은근히 혹은 대놓고 뒤통수를 치는 후배 등 만만치 않은 ‘관계 스트레스’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

직장 생활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야 할 일을 수십 개 완벽하게 해 내도 돌아오는 것은 ‘당연히 할 일’ ‘그 일 하라고 월급 주는 것’이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일 1개는 사실 별 것 아니라고 당사자는 백 번 생각하겠지만, 그 하찮은 일 하나로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직장인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팀워크’를 해치는 이기심이다. 성공을 나누는 잔치에 꼭 숟가락을 들고 고개를 내밀고, 야근이나 특근이 수반되는 힘들고 귀찮은 일이나 회사 임원들이 알지 못하는 일은 피하고, 심지어 동료와 후배에게 실패의 원인을 돌리는 것은 나를 죽이는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또 ‘나 없으면 우리 부서는 아무 것도 못 한다’는 자만심이 얼굴에 드러나는 순간, 그는 공개적으로 ‘나를 적으로, 왕따로 만들어 달라’는 선언과 진배없다.

직장은 몇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곳이 아니다. 수만 개 부속이 모여서 완성되는 자동차처럼 부속품은 부품 창고에 가득 준비되어 있다. 일주일 정도 내가 없는 직장?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도 업무에 지장받지 않고, 심지어 나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부서는 쉬지 않고 잘 돌아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속으로 수긍되지 않아도 말이다. ‘성공이 눈앞에 있을 때가 가장 위기다’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괜한 말과 행동으로 ‘천 냥 빚’을 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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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나누고, 실패는 내 몫을 챙겨라 직장에서 1등이 생존하는 것은 꼴찌가 살아남는 것보다 100배는 더 힘들다. 1등에게는 견제 세력이 등장한다. 그 견제는 박수와 환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교묘하게 1등의 인격 혹은 팀플레이에 대한 결함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김 과장은 능력이 있는데 너무 독불장군이야”, “김 과장은 의외로 적이 많은 것 같아”, “김 과장은 조직 생활보다는 프리랜서처럼 혼자서 일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아”.

이런 평판이 도는 순간 그는 선산의 곧은 소나무가 되어 곧 베일 운명을 맞을 것이다. 재주 있고 능력 있는 직장인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실패와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 번도 패배와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즉 대학 졸업장을 따기까지 시험과 경쟁에서 성공의 꽃길만 걸어왔기에 실패라는 장벽에 부딪쳤을 때 다시 일어서는 ‘방법학습 경험’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실패와 실수는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해치는 독소가 된다.

직장 생활은 장기전이다. 한 번의 성공, 한 번의 실패, 그 ‘약발’은 그리 길지 않다. 성공의 과실이 10개라면 3개는 상사에게, 동료와 후배에게 4개, 자신은 3개만 갖는 것이다. 내 몫이 적다고 투덜대지 마라. 자연인 ‘김 과장’은 이런 성과를 내거나, 다른 곳에서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한다. ‘ΟΟ상사 기획실 과장’이라는 직책이 있기에 당신이 지금 누리는 일상적인 것들이 다 가능한 것이다. 그 직책에서 나오는 순간, 그동안 당신이 만났던 혹은 당신을 만나려고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에서 당신의 이름은 삭제되기 때문이다. 당신 지갑 속 명함은 몸의 문신 같은 방패가 아니다. 회사와 상사와 동료들이 인정해 주는 ‘임시 자격증’이다. 이를 더 오래 유지하고 문신화 하려면 나누어야 한다. 상사와 후배에게 가는 성공의 열매는 당신의 위기시 찾을 수 있는 ‘적금’인 것이다. 실패는 반대다. 자신에게 그 책임을 많이 돌리고 겸손한 태도를 취한다면 어느덧 실패의 무거움은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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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은 ‘나와의 외로운 투쟁’이다. 하지만 힘과 노력 그리고 운만 더해진다면 그리 큰 걱정이 아니다. 직장인에게 상사와의 소통, 동료와의 화합, 후배와의 유대는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론 이중에서 어떤 것에 방점을 두는가는 개인적인 성향, 조직의 목표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 부분 다 평균점 이상은 받아야 한다. 회사는 직원 평가 기준이 있다. 학벌, 인맥, 실력, 리더십, 선후배 평판, 충성심 등등이다. 이 중에서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학벌은 이미 갖춰진 스펙이다. 또한 부족한 학벌이나 전문성은 자신의 노력으로 보강할 수 있다. 충성심은 조직과 상사에게 보여 줄 기회가 많다. 중요한 것은 평판이다. 평판 중에서 의외로 직장인들이 간과하는 것은 같은 직장 내 타 부서 상사와 동료들의 평판이다. 사실은 이 점이 더 날카롭고 회사 역시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 왜냐면 같은 부서원들은 장점이든 단점이든 ‘한 수 접어’ 줄 수 있다. 하지만 타 부서원 입장은 다르다. 부서에 따라 목적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 부서와의 협업에서 배려와 타협을 무시하고 자기 목소리만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원칙이 가장 빛을 내는 순간은 고집스런 지킴보다 양보할 때다. 자신의 원칙만을 내세우는 직장인은 스스로 ‘나와 우리 부서의 이익을 지켜 냈다’는 작은 자존심은 얻었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통주의자’라는 날카로운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그 순간부터 그는 작은 부분에서 소외되기 시작하고 결국 ‘조직원과의 융합 부적응자’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조직도 사람이 움직인다. 비록 실수를 했어도 동료들이 ‘그의 실수를 용서해야 한다’ ‘그에게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조직도 그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직장인에게 진정한 자유는 조직을 떠나는 순간이 아닌, 동료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을 때다.

[글 박기종(커리어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1호 (19.06.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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