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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라딘’ 흑인 지니와 자스민 공주가 다 살렸다

입력 : 
2019-06-05 10: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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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요정 지니가 파란 몸의 윌 스미스라니, 거기에 스타일리시한 갱스터물의 대명사 가이 리치가 디즈니 실사 영화 감독?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관람을 포기하려다 극장을 찾았다. 1992년 원작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영화 ‘알라딘’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화려한 실사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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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한 왕국인 아그라바 길거리에서 도둑질을 하며 살아가는 청년 ‘알라딘’(메나 마수드)은 우연히 시장에서 마주친 공주의 시녀 ‘자스민’(나오미 스콧)에게 한눈에 반한다. 다시 만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찾은 왕궁에서, 그녀가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알라딘은 ‘왕자만이 공주와 결혼할 수 있다’는 법 때문에 마법사 ‘자파(마르완 켄자리)’의 의뢰를 받는다. 동굴로 마법 램프를 찾아 나선 알라딘은 요정 지니를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빈다. 디즈니는 2016년 ‘정글북’, 2017년 ‘미녀와 야수’에 이어 디즈니 클래식 2D 애니메이션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며 1992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던 ‘알라딘’을 실사화하는 모험을 택했다. ‘알라딘’은 원작을 뛰어넘는 라이브 액션을 만들기 위해서 감독의 많은 고민이 뒤따랐을 영화다. 특히 화려한 말빨을 선보인 故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램프의 요정 윌 스미스’라는 와일드카드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중동 배경에서 래퍼인 윌 스미스를 활용한 랩의 향연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2% 부족한 노래 실력에 비해 재기 넘치는 연기로 그는 영화 내내 리듬감 넘치는 스웩을 선사한다. 지니로 처음 등장할 때와 이후 하반신이 없는 CG캐릭터로 움직일 때는 조금 어색하지만, 이후 인간으로 변신해 특유의 코믹 캐릭터를 선보일 때는 케미스트리가 ‘잘 붙는다’. ‘왕좌의 게임’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는 아그라바 왕국 세트,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 제작진이 합류한 OST 수준 역시 높다. 1992년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오리지널 음악을 작곡했던 앨런 멘켄이 2019년 ‘알라딘’에도 그대로 합류했다. 특히 주인공 알라딘이 마지막 소원을 비는 장면, 그 유명한 OST ‘A Whole New World’가 흘러나오며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울컥하는 느낌까지 선사한다. 영화 내내 지속되는 코믹한 리듬, 지니가 보여 주는 능수능란한 마법, 사막의 화려한 배경 등은 충분히 눈요깃거리가 되지만 128분을 꽉 채우기에는 원작의 실사화가 지닌 한계가 분명한 게 사실이다. 특히 악역인 자파는 다소 가는 목소리와 부족한 카리스마로 악당인 빌런 역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뛰어난 노래 실력과 파쿠르 등 스턴트에 가까운 동작을 소화한 알라딘 역의 메나 마수드 역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알라딘이 되었다기엔 매력이 부족했다. 반면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어하는 대담한 공주이자, 술탄의 아름다운 딸인 자스민 역은 영화 제목을 ‘자스민’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확실하다. 윌 스미스나 메나 마수드에 비해 이미 앨범을 세 장이나 낸 가수인 나오미 스콧이 보여 준 노래 실력은 물론, 비현실적인 미모로 판타지 주인공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원작에 없던 솔로곡 ‘Speechless’는 영화 ‘겨울왕국’의 ‘Let It Go’에 버금가는 노래를 만들어 내겠다는 디즈니의 야심마저 느껴진다. 공주로 태어나 무조건 왕자와 결혼해야 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조신히 살아가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스스로 술탄이 되어 왕국을 다스리겠다는 주체적인 캐릭터를 보여 준 것도 디즈니 공주 캐릭터보다 한 보 진화한 면. 주연 배우인 알라딘, 공주, 지니 모두 비백인 배우를 기용해 인종 차별을 없앴다는 점도 돋보인다. 러닝타임 128분. [글 최재민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2호 (19.06.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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