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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념 선물 아이템-특별한 날에 하는 각별한 선물

입력 : 
2019-06-05 1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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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이즈음, 수리가 내게 온 뒤로 우린 숱한 날을 기념했다. 처음으로 며칠 떨어졌다 재회한 날, 첫눈을 맞은 날, 함께 비행에 성공한 날, 처음 "손!" 한 날, 입성 1주년 등. 그러다 점점 ‘날이 좋아서, 궂어서, 적당해서’ 같은 시답잖은 핑계까지 기념하며 놀았으니, 다가올 2주년은 얼마나 번듯한 구실인가. 그나저나 수리한테 뭘 선물할까. 작년처럼 이틀 뒤면 싹 사라지는 수제 케이크 대신 두고두고 바라보며 추억할 만한, 조금은 각별한 선물을 궁리해 보자.

사진설명
▶내가 그린 반려동물 초상화 곳곳에서 ‘반려동물 그리기’ 수업이 열린다. 반려동물이 생일이라, 곧 무지개 다리를 건널 듯해, 이미 다리를 건넜지만 그리워서 등 참여자 사연은 제각각이나 하나는 공통적이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 ‘TV 동물농장’ 삽화가 조원경 씨가 운영하는 ‘코비네 팝아트 koby_pop_art’는 반려동물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를 연다. 작가가 컬러 선택과 색칠법을 도와줘 손쉽게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그래도 망손이라 붓질이 두렵다면 전문가의 손을 빌리자. 홍익대 미대 회화과 출신 그룹 ‘페이스 팩토리 Face Factory’는 100% 수작업 또는 디지털 방식으로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 준다.

▶일상을 공유하는 생활 소품들

잘 나온 사진 한 장이면 반려동물 모습을 새긴 인형, 러그, 휴대폰 케이스, 양모 펠트 수제 손거울, 파우치 등 실용성까지 겸비한 ‘내 새끼 분신’이 탄생한다. 반려동물 초상화 브랜드 ‘아트쿵 Art Koong’은 초상화를 활용해 인형과 쿠션을 만들어 준다. 소형견의 경우 인형이 실제 크기와 비슷한데, 반려인이 웬 개(고양이)를 안고 베고 쓰다듬는 광경을 보는 현실 반려동물의 반응이 문득 궁금해진다. 다만 이런 생활 소품은 반려동물보다 반려인을 위한 선물이라는 게 살짝 함정.

▶반려동물 얼굴을 새긴 인식표

아직 인식표가 없다면 이 선물 더더욱 딱이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 장치니까. 나만 해도 도로변을 헤매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목에 걸린 인식표 덕분에 재빨리 집으로 돌려보낸 경험이 있다. ‘미누보 minuvo’는 반려동물 정보와 반려인 연락처는 물론이고 반려동물의 실제 얼굴을 각인해 준다. ‘해피치비 happychibi’는 반려동물의 특징을 살린 일러스트를 황동이나 은에 새겨 팬던트와 바 형태로 제작한다. 펫 주얼리 브랜드 ‘티카페인 Tcaffein’이 만든 핸드 메이드 은 인식표는 장식 기능이 꽤 돋보인다.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하기

반려동물의 생일을 맞아 동물 보호 단체에 물품이나 후원금을 기부하는 반려인이 많다는 걸, 세상은 곳곳의 작은 배려들로 한층 살 만하다는 사실을, 수리가 오고서 알게 됐다. 그래서 나도 수리와의 만남 2주년을 기념해 평소 눈여겨보며 응원하는 단체에 수리 이름으로 소액이나마 기부할 계획이다. 나로 말하자면 매사 부족하고 서툴러 수리한테 늘 미안하지만, 이런 반려인이라도 만나 고단하고 위험한 길 위의 삶을 졸업하는 제2의 수리, 제3의 수리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니까.



사실 이렇게 2주년 운운하며 호들갑을 떠는 건 그저 내 기쁨인 것도 같다. 수리는 최애 간식을 배불리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나의 넘치는 행복감은 수리에게로 고스란히 흘러내릴 테니. 그런데 당장 내일이 내 생일인데 내 선물은 뒷전인 상황. “이게 사는 건가” 하고 푸념하니, 수리는 그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할 뿐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코비네 팝아트, 페이스 팩토리, 아트쿵, 미누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2호 (19.06.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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