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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Citylife 제682호 (19.06.11) BOOK

입력 : 
2019-06-05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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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추적하는, 추리 소설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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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누가 날 죽였지?” 소설의 첫 문장을 꿈에서 만나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참이었다. 가브리엘 웰즈는 곧 뭔가 잘못된 걸 알게 됐다. 인파가 붐비는 거리를 가로질러 꽃 가게 앞에서 멈춘 그는 꽃향기를 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죽은 것이다. 죽음을 믿지 못하는 그에게 찾아온 영매 뤼시는 그를 거울 앞으로 이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에 라이터를 켜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7층 창밖으로 뛰어내리자 몸은 여전히 하늘에 떠 있었다. 그는 단 몇 초 만에 죽음의 일곱 단계를 통과했다. 충격, 부정, 분노, 타협, 슬픔, 체념, 수용…. 가브리엘은 마흔 두 살 소설가다. 범죄학, 심령술, 생물학 등에 관심이 많고 장르 문학을 쓴다. 갑작스런 죽음 뒤 그는 자신의 소설 『죽은 자들』 덕분에 사자(死者)와의 대화로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뤼시와 함께 자신의 살해 현장을 방문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몸에는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있었다. 점상 출혈은 음독의 증상. 『천 살 인간』이라는 인간의 수명 연장을 다룬 소설을 탈고한 직후 그는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영매를 통해 저승에서는 좋은 조건의 환생을 제시한다. 부잣집에 형제자매와 강아지까지 있는 집에서 환생하라는 조건. 그럼에도 백조 형사 시리즈를 쓴 추리작가답게 그는 죽음의 비밀을 밝히겠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사후 세계는 신비롭다. 뤼시는 소설 『죽은 자들』과는 달리 죽은 영혼의 10%는 환생하고, 90%는 떠돌이 영혼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사자는 고통을 느끼거나 병에 걸리지 않고, 늙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으며, 고양이의 눈에만 보였다. 다만 맛이나 촉감을 느끼지 못하고 물건을 소유하거나, 소설을 쓸 수 없는 단점도 있다. 가브리엘은 하늘을 나는 이점을 활용해 인기 배우를 몰래 훔쳐보러 가기도 한다.

졸졸 쫓아다니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가브리엘과 뤼시는 결국 협정을 맺는다. 저승의 수사와 이승의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뤼시가 독살의 범인을 찾는 걸 돕는 동안, 가브리엘은 뤼시를 감옥에 가게 만들고 사라져버린 애인의 행방을 찾기로 한다. 하늘을 날고, 누구의 말도 엿들을 수 있는 가브리엘은 죽은 뒤, 유능한 탐정이 된 참이었다.

대중 소설작가로서의 장점을 어김없이 발휘하는 이 소설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이 있다. 그간의 작품과 달리 자전적 면모가 짙다는 것. 베르베르와 마찬가지로 가브리엘은 법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일하다 소설가가 됐다.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30분까지 카페에서 글을 쓰고, 매년 4월1일에 신간을 내며 운동선수처럼 일하지만, 비평가들은 혹독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언론은 망자에게도 “별 볼 일 없는 작가의 죽음”이라 부고를 실을 정도다.

“비평가들에게 지지를 받거나 대중의 지지를 받거나 둘 중의 하나일세. 프랑스에서는 이 둘이 양립 불가능해. 어느 쪽을 택하겠나”라는 말은 작가가 숱하게 받아온 질문이었을 것이다.

▶7000만 년 전에는 용이 날아다녔다고? 『왕좌의 게임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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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킨 지음 / 이현정 옮김 / 에이도스 펴냄
웃자고 만든 판타지 드라마에 진지하게 달려들어 ‘과학 하는 소리’를 하는 작가가 있다. ‘영국에서 가장 웃긴 여자’로 불리는 코미디언이자 과학저술가 헬렌 킨이다.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며, 킨은 7000만 년 전 실제로 하늘을 날았던 거대한 익룡 케탈코아틀루스 노트로피의 화석 이야기를 들려준다. 10m의 날개를 가진 0.25톤의 익룡. 드래곤이라 불러도 될 크기다. 당시 대기의 밀도도 더 높아 무거운 생명체가 날기에는 더 편했다. 드라마가 묘사한 절벽에서 뛰거나 하늘로 무거운 몸을 밀어 올리는 식의 비행은 실제 익룡들의 모습과 닮은 ‘과학적’ 묘사라는 얘기다. ‘왕좌의 게임’을 통통 튀는 재담과 함께 과학적으로 뜯어보는 책이 나왔다. 불, 얼음, 마법, 이 3부로 구성된 책은 드래곤의 성(性)에 관한 생물학에서부터 발리리안 강철 검의 비밀, 드래곤의 파이어 브레스, 블랙워터 전투에서 티리온 라니스터가 사용한 와일드 파이어, 스타크 가(家)와 거인족 운운(Wun Wun)이 세웠다는 200m 높이의 얼음 장벽, 화이트 워커의 좀비, 존 스노우의 겨울의 뿔나팔 등 드라마를 보며 누구나 가졌을 법한 궁금증을 넘치는 유머감각과 과학적 사실들을 잘 버무려 재기발랄하게 풀어낸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2호 (19.06.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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