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强달러 ‘양날의 칼’… 수출개선 도움되지만 부품수입은 타격 [출렁이는 외환시장]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2 17:32

수정 2019.05.12 22:02

반도체 등 환율급등 길어지면 영향..현대·기아차는 해외판매에 긍정적
반도체 설비·소재 주로 수입 의존..항공업계도 유가상승 겹쳐 이중고
强달러 ‘양날의 칼’… 수출개선 도움되지만 부품수입은 타격 [출렁이는 외환시장]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기업들이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수출기업은 단기적 달러 강세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면서도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한편으론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의 부품이나 소재를 수입하는 측면에선 원화약세가 부정적으로 작용해 '환율에 울고 웃는' 양상이다. 항공업계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증가와 여행객 감소 등 이중고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82.9원까지 오르는 등 올 들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주요 수출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수출기업들은 단기적 원화약세가 과거처럼 수출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만 보더라도 국제시장에서 달러 거래가 대부분이라 환율변동의 영향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다만 달러강세 때 국내 실적으로 환산할 경우 원화약세에 따른 장부상 가치 상승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시황이 급격히 악화된 반도체 업계도 달러강세가 매출이나 수익 개선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이 강세인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원·달러 환율 영향보다는 글로벌 경기흐름과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가 절대적 변수"라며 "그래도 달러강세가 지속된다면 2·4분기 원화 실적 발표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주요 수출산업인 TV·가전 등 전자업계도 최근의 환율변동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도 별다른 동요는 없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등 대표적 전자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대부분 해외로 이전해 원·달러 환율변동 영향권에서 벗어난 상황"이라며 "단지 원화 가치가 떨어져 해외에서 생산하는 한국 전자제품을 국내에 수입하려면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업계는 지난해까지 실적개선 악재요소로 지목됐던 원·달러 환율의 우호적 환경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현대·기아차에 환율 상승은 수익성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의존도는 80%를 상회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는 연간 전체 판매의 84.3%를, 기아차는 81.2%를 각각 해외 시장에서 판매했다.

다만 김 전무는 "환율이 오르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며 "환율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친다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환율 추이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나 부품들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길어지면 산업경쟁력에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 설비인 최신 노광장비만 하더라도 1대에 보통 1000억~2000억원에 수입한다"며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른다면 국내 공장에 부품을 들여올 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항공업계는 원유가격이 상승 추세인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항공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행객 증가 추세까지 꺽일 경우 영업실적에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