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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celona in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예술과 사랑이 넘치는 도시 바르셀로나

입력 : 
2019-05-09 1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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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원제: Vicky Cristina Barcelona)’의 감독 우디 앨런은 “아름답고 감각적이면서 매우 로맨틱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파격 로맨스는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라고 말한다. 새로운 사랑, 파격적인 사랑, 처음 느껴 보는 섹스와 설렘에 휩싸인 연인들에게 가장 합법적이고도 로맨틱한 장소가 이곳 바르셀로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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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치명적인 사랑으로 바꾸는 도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경이로운 도시다. 이베리아반도 북동쪽에 지중해와 만나는 이 도시는 여러 문화가 모여 바르셀로나만의 독특함을 창조해 냈다. 로마 점령 시대, 프랑코 왕국과 게르만족의 남하를 막아 내던 최전선, 이슬람의 지배, 아라곤 왕국부터의 에스파냐 그리고 스페인의 전성기를 이룩했던 무적함대와 식민지 경영의 황금시대로 이어지며 스페인 안에서도 ‘바르셀로나만의 것’을 간직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풍부한 먹을거리와 축복 같은 와인, 정열의 플라멩코와 사람의 심장을 죄어 오는 기타와 집시 무희의 탱고 춤선 등 스페인의 미적 정수들이 이 도시에 집약되어 있다. 물론 바르셀로나에서 볼 것은 이것 말고도 매우 많다. 특히 19세기와 20세기를 풍미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활약한 곳이 바르셀로나였다. 본래 말라가 태생의 피카소가 활동한 곳 역시 바르셀로나다. 그가 벽화를 그린 건축 학교는 물론이고 피카소의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곳 역시 이곳이다.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의 역사는 깊다. 수천 년 전 유럽 대륙으로 진출하려던 페니키아, 카르타고 주민들이 정착했던 이 도시의 이름 역시 카르타고의 통치자 바르카에서 그 이름이 시작되었다. 그 뒤 이 도시의 지배자는 로마 제국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성벽을 쌓고 북쪽 ‘야만인’으로부터 풍부한 곡창 지대인 이곳을 방어했다.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뒤 스페인의 팽창과 함께 바르셀로나는 성장했다. 중세 시대 왕권과 부의 집약체는 종교 건축물이었다. 4세기 무렵에 기틀을 마련하고 무려 수백 년에 걸쳐 완성된 고딕 양식의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탐험가 콜럼버스의 업적을 기리는 60m 높이의 기념탑도 화려했던 시절의 증거물이다. 또한 스페인 왕국 중에서도 독립, 자치 성향이 강했던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인 바르셀로나에는 1450년에 세워진 바르셀로나 대학교가 있다.

이 모든 예술적, 종교적 작품과 상징 중에서도 바르셀로나의 으뜸은 단연 ‘안토니오 가우디’다. 어쩌면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일 것이다. 이 도시에서 가우디의 흔적을 찾는 데는 그리 큰 수고가 필요치 않다. 성당, 아파트, 광장, 공원, 궁전 등 모든 건축적, 디자인적, 예술적 기량과 안목이 필요한 곳에는 가우디의 숨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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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백미는 단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즉, 성 가족 교회다. 가우디가 1883년에 시작해 1926년 불의의 사고로 죽을 때까지 건축한 이 성당은 마치 젖은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 같은 기하학적 형태를 띤다. 아직도 짓고 있는 고딕 양식의 이 성당은 하늘을 찌르는 듯한 첨탑이 12개나 있다. 이밖에 가우디가 디자인한 아파트, 구엘 궁전, 갈베트 자택 등이 바르셀로나를 빛내는 가우디의 유산들이다. 이 바르셀로나를 주목한 예술가가 또 있다. 바로 미국의 영화 감독 우디 앨런이다. 창작의 영감이 끊이지 않는 이 뉴욕 출신의 노감독은 70이 훨씬 넘은 나이에 비로소 뉴욕을 떠날 결심을 했다. 그는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영화를 찍었다. 파리, 로마 그리고 바르셀로나. 아름다운 로맨스로 점철된 그의 ‘뉴욕 탈출 영화 시리즈’ 중에서도 바르셀로나를 무대로 한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매우 파격적이다. 한 명의 남성과 세 명의 여성이 빚어내는 기묘한 4각 관계는 정상적인 인간 관계의 기준을 한참 벗어난다. 사랑에는 쿨하고 정열적인 화가 안토니오, 그와 이혼한 신경증적인 아내 마리아, 뉴욕에서 바르셀로나로 여행 와 안토니오와 동거하는 사랑의 모험가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의 친구이며 안토니오의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범생 스타일의 비키, 비키의 약혼남 그리고 크리스티나와 마리아의 미묘한 애정의 감정, 이 모든 것을 우디 앨런은 이 영화에 담아냈다. 혹시 영화가 천박하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작가주의의 내공을 갖춘 우디 앨런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섹스와 동성애, 격정적인 사랑이 단순히 남녀의 행위와 관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Vicky Cristina Barcelona’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왜 ‘비키, 크리스티나 그리고 안토니오’라고 이름 짓지 않았을까?’이다. 당연히 두 여성과 한 남성이 이끄는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에서 뜬금없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안토니오 대신 넣은 것은 우디 앨런의 영리한 작전이다. 우디 앨런은 “바르셀로나를 사랑하기에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아름답고 감각적이면서 로맨틱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파격은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사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러브스토리다. 우디 앨런은 이 로맨스의 가능함의 밀도를 높여 주는 도시로서 바르셀로나가 최적이라고 말한다. 각기 다른 네 명의 남녀 주인공들이 벌이는 대담무쌍한 로맨스와 단지 배경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스토리로 작용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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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1878년의 가우디(위키피디아)
▶한 남성 그리고 두 여성의 엇갈린 사랑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 태양과 정열 그리고 사랑의 도시에 비키(레베가 홀)와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는 휴가 여행을 온다. 두 사람은 친한 친구다. 하지만 성격, 특히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서 두 사람은 전혀 다르다. 뉴욕에 결혼할 남자 친구가 있는 비키는 안정감 있고 지속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고통스런 사랑도 달콤하다’며 위험하고 모험적인 사랑을 즐기는 타입이다. 두 사람이 바르셀로나에 있는 크리스티나의 이모 집에 놀러 온 것이다. 두 사람은 카탈로니아 지방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생각에 공항에 도착하자 환호를 지른다. 이모와 즐겁게 식사를 한 두 사람은 동네에 위치한 갤러리에 초대를 받는다. 이곳에서 크리스티나와 비키는 한 남성에게 시선이 꽂힌다. 빨간 셔츠를 입고 전형적인 스페인 남성처럼 열정적으로 보이는 그는 후안 안토니오(하비에르 바르뎀)다. 짙은 눈썹, 검은 머리, 구릿빛 단단한 몸이 셔츠의 실루엣에 그대로 드러난다. “저 남자, 화가야. 이 동네에서는 소문이 자자해. 부인이 엄청 미인인데, 부부 싸움하면 거의 미친 여자가 된대. 그 여자 남편이야.” 크리스티나와 비키가 동시에 그 남성을 쳐다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전혀 다르다. 크리스티나는 호기심이, 비키의 눈에는 거부감이 서려 있다. 그날 저녁, 비키와 크리스티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와인을 곁들인 식사는 만족스럽다. 딱 하나 부족하다면, 이야기 나눌 남성이 없다는 것이다. 비키는 대화 중에 크리스티나가 자꾸 곁눈질하는 것이 신경 쓰인다. ‘어디를 보냐’는 비키의 질문에 크리스티나는 한곳을 응시한다. 몇 자리 건너에 갤러리에서 만났던 그 남성이 있다. 안토니오다. 그 역시 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알아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여성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말을 건넨다.

“두 분을 오비에도로 초대하고 싶은데.” “어디요?”

“오비에도. 마침 내일이 주말이니, 그곳에서 주말을 보내죠. 1시간 있다 떠나요.”

“오비에도가 어디죠?” “금세 날아가요.” “비행기로? 오비에도엔 왜요?”

“내 영감의 원천인 조각품이 있거든. 아주 근사한 조각품. 마음에 들 거예요.”

“오비에도에 날아갔다가 돌아오자고요?”

“아니지, 주말 동안 있어야지. 도시 구경도 하면서 잘 먹고, 좋은 와인 마시고, 사랑을 나누는 거요.” 안토니오의 말에 당황하는 비키, 반면 크리스티나는 점점 흥미를 느낀다.

“그래요? 누구랑 사랑을 나눈다고요?” “셋이라면 더 좋고.” “오, 정말!”

“비용은 내 부담으로 하지.” “돌려 말하는 법이 없네!”

“저기, 시뇨르. 문화 차이인가 본데….”

“어때서? 인생은 짧고, 따분하고 괴로운 게 인생인데, 아주 특별한 기회지.”

비키는 당연히 반대하지만 크리스티나는 비키에게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같이 가자고 조른다. 결국 세 사람은 오비에도행 경비행기에 오른다. 신이 난 크리스티나는 흔들리는 비행기에도 여전히 즐겁다. 비키는 심각한 표정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한다. 오비에도에 도착한 세 사람. 와인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깊은 밤, 세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비키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지만 크리스티나는 영 아쉬운 표정이다. 안토니오는 별 표정 없이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안토니오의 방문을 누군가 노크한다. 크리스티나다. 안토니오와 크리스티나는 키스를 나눈다. 그러나 얼마 후, 크리스티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고통을 호소하는 크리스티나. 안토니오는 비키를 불러 크리스티나를 돌보지만 심상치 않다. 이윽고 의사가 도착해 진단한다. 그는 “술병인지, 위궤양인지, 아무튼 지금부터 아무 것도 먹으면 안 돼요.”

크리스티나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한다. 어쩔 수 없이 안토니오와 비키가 오비에도를 함께 구경한다.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안토니오의 아버지도 만난다. 저녁, 비키는 안토니오와 기타 연주를 듣는다. 열정과 회한이 함께 튕겨져 나오는 음악에 비키는 취한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안토니오와 비키는 마주본다.

“왜 그렇게 내 얼굴을 쳐다봐요?” “그쪽도 내 얼굴을 계속 봤잖아요.”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누고 결국 같이 잠을 잔다. 이성적인 비키로서도 안토니오의 치명적인 매력은 피할 수가 없다.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정작 안토니오와 달콤한 로맨스를 원한 크리스티나는 아파서 누워 있고 처음부터 안토니오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비키가 그와 사랑을 나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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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사랑에는 고통과 책임이 따른다 세 사람은 바로셀로나로 돌아온다. 물론 크리스티나는 비키와 안토니오 사이에 일어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사랑’을 알지 못한다. 크리스티나는 여전히 안토니오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그때, 뉴욕의 약혼자가 비키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비키에게 당장 결혼을 하자며 바르셀로나에 오겠다고 제안한다. 비키는 망설이지만 결국 약혼자의 말대로 한다. 크리스티나는 안토니오의 작업실로 거처를 옮겨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두 사람은 매일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확인한다. 그러면서도 안토니오는 비키에게 결혼을 미루고 인생을 즐기자고 속삭인다.

어느 날, 안토니오가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는다. 크리스티나가 안토니오를 바라보자 안토니오는 말한다. “헤어진 아내 마리아 전화야.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러나 크리스티나에게는 이 말이 그리 이상하거나 거부감 있게 들리지 않는다. 잠시 후, 안토니오는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작업실로 돌아온다. 마주 선 세 사람. 이상한 침묵이 흐른다. 안토니오는 “당분간, 내가 마리아를 돌봐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며 마리아의 짐을 내려놓는다. 한 남성과 그의 전 아내 그리고 그의 현재 여자 친구.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신경질적인 마리아는 크리스티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는 고사하고 적대감을 갖고 크리스티나를 대한다. 시간이 흐르자 세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진다. 마리아 역시 화가다. 그녀의 작업을 지켜보는 크리스티나. 마리아도 크리스티나가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진 찍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마리아는 크리스티나에게 그림, 사진, 풍경을 보는 법, 구도 등 여러 가지 예술적 조언을 해 주고 이런 마리아에게 크리스티나는 호감을 느낀다. 어느 날, 암실 작업을 하는 크리스티나와 마리아.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키스를 나눈다. 이 일을 비키 부부에게 서슴없이 말하는 크리스티나. 사실 비키 부부가 이를 이해하든 못하든 크리스티나는 상관없다. “우연, 그냥 우연이야. 한 번쯤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혼란스런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안토니오를 사랑하는지, 아니면 마리아를 사랑하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두 사람을 전부 사랑하는지 고민이 되던 크리스티나는 결국 안토니오와 마리아에게 “나는 이 집을 나가겠어”라고 말한다. 마리아는 크리스티나의 제안을 반대하지만 크리스티나는 짐을 갖고 나온다. 그녀에게도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안토니오와 마리아는 여전하다. 마리아 역시 안토니오 집을 나간다. 모두가 떠난 안토니오의 집.

안토니오는 비키를 찾아가고 비키는 안토니오를 거부하지 못하고 그의 작업실을 찾는다. 비키의 이성이 안토니오를 향한 강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비키는 남편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안토니오를 만난다. 어느 날, 안토니오와 비키가 있는 시간에 마리아가 찾아온다. 그리고 흥분한 마리아가 총을 꺼내 든다. 마리아에게 달려들어 말리는 안토니오. 그 순간, 오발 사고가 나고 총알은 비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그동안 억제했던 모든 감정이 폭발한 비키. 비키는 어쩌면 안토니오에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이다. 비키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크리스티나는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주체할 수 없는 불 같은 사랑에 흔들린 비키와 크리스티나는 ‘고통을 동반한 사랑’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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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지상에 머물 유일한 거처 이 영화에는 네 명의 인물과 하나의 공간이 등장한다. 이 네 인물은 각각의 독특함과 개성을 장착한 캐릭터로 영화를 풍성하게 이끈다.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레베카 홀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파격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풀어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공간인 ‘바르셀로나’다. 이슬람 양식과 그리스도교 양식을 혼합한 스페인 특유의 무어 양식, 고딕과 바로크 등이 혼재된 이 도시는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의 접점처럼 빛난다.

바르셀로나에는 경이로운 건축물부터 길거리의 가로등까지 한 명의 위대한 작가의 숨결이 배어 있다. 그가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다. 인구 300만 명의 도시에 1년이면 무려 2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드는 마력의 산실이 바로 가우디인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 백화점’이라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대표작은 단연 1883년부터 짓기 시작해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lia 성당, 성 가족 교회다. 가우디는 1852년 스페인 타라고나의 작은 마을, 레우스에서 지독하게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래 병약한 가우디의 어린 시절은 천재성은 물론이고 딱히 내세울 것 없는 그저 가난한 집의 몸 약한 아이였다. 심지어 그는 다섯 살에 일종의 관절염을 앓아 친구들과 뛰어 놀지도 못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가우디의 유일한 관심은 관찰이었다. 어린 가우디는 타라고나의 자연 속에서 그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 나무, 돌, 잎사귀, 줄기 그리고 숲을 관통하는 햇빛까지도 관찰했다. 위대한 자연이 그의 스승이었다. 가우디의 건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자 독창성인 자연을 닮은 선과 면 그리고 공간의 원천이 바로 자연인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직선을 찾기는 어렵다. 진흙이나 밀가루를 반죽해 빚어낸 듯한 그의 건축물, 마치 동물의 배 속에 들어 있는 듯 각종 구조물로 이어진 건축물의 실내, 잎사귀, 새가 만든 둥지, 모양과 색을 가미한 타일로 완성한 새로운 조형물 등은 인간이 머리와 계산으로 만들어 낸 기하학적 구도를 벗어난다.

가우디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의 모든 것은 자연이 써 놓은 위대한 책을 공부하는 데서 태어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모두 이 위대한 책에 쓰여 있다. 이 책은 전 인류에게 주어져 있으나, 이것을 읽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며 또 노력을 기울이기에 합당한 책이다.” 이 점이 가우디의 독창적 위대함이다.

바르셀로나 대학을 간신히 졸업한 가우디에게 새로운 삶과 도전의 기회 그리고 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가우디의 천재성을 간파한 부유한 건축가 구엘이 가우디의 후원자가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를 괴롭혔던 가난에서 벗어난 가우디는 마음껏 재능을 펼쳤다. 1880년대 말 그는 후원자 구엘을 위한 저택과 궁전을 지었다. 조각난 유리 파편, 화려한 타일, 꽃이나 파충류 모양의 금속 그리고 벽돌 등으로 이루어진 도마뱀 분수와 벤치 등 이 당시의 건축물들은 지금 바르셀로나의 자랑으로 남아 있다. 가우디는 1883년 평생의 숙제와 만난다. 바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즉 성 가족 교회의 건축이다. 본래 1882년 건축가 빌랴르가 시작한 이 교회 건축을 1년 뒤 가우디가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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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 건축에 임하면서 가우디의 신앙심은 더욱 깊어졌다. 아마 그는 이 교회를 위대한 신에게 바치는 지상에서의 유일한 안식처로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있었으리라. 거의 모든 일을 포기하고 이 교회 건축에 매달렸지만 1926년 6월10일, 가우디는 저녁 기도를 하러 밖에 나갔다가 그만 전차에 치어 죽고 만다. 그때 그의 나이 75세다. 평생 독신으로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조카와 살았던 가우디가 남긴 것은 낡은 침대와 미완성의 교회 그리고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선’뿐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의 건축과 신앙의 결합물이다. 물기 가득한 모래가 떨어지는 형상의 건축물은 완성 단계에서도 마치 ‘미완성’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묘한 외면 못지않게 놀라움을 주는 것은 교회 내부다. 가우디가 어린 시절을 보낸 숲이 그대로 재현된다. 사선으로 기운 나무처럼 수십 개의 기둥이 높이 솟아 있고 부러 조명을 쓴 것처럼 건축물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은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고 표현하지 못했지만 상상할 수 있는 ‘신전’ 그 자체다. 그의 수많은 건축물 중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20세기 가장 천재적이고 위대한 건축가인 가우디의 생과 예술 그리고 그가 다녀간 증거들이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는 그런 의미에서 축복받은 도시다. 후대에게 주어진 권리는 즐기는 것이며, 책임은 보존일 것이다. [글 정유진(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위키피디아, 포토파크, Daum영화]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8호 (19.05.1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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