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할머니(85)는 “딸이 강원도로 이사를 간 후 나들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울증과 불안증이 심해져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이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매일 집에서만 그림을 그리다가 밖에 나가서 풍경을 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게 너무 설렌다”고 말했다.
오전 9시 1호차, 2호차 등 숫자표지판을 붙인 15대 택시는 40명의 어르신들을 태우고 ‘휴무’등을 켠 채 차례로 출발했다. 이른바 가정의 달을 맞아 홀몸어르신을 임진각까지 모시고 소풍을 떠나는 ‘택시는 사랑의 싣고’ 봉사대다.
1980년부터 우여곡절 속에서도 계속되어 온 정릉1동의 어르신 택시나들이에 올해는 새마을 단체뿐 아니라 주민자치위원회, 우성아파트에서도 힘을 보탰다.
이날 나들이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해 다양한 체험활동과 소원풍선 만들기를 하고 한정식으로 중식을 든 후,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오르는 것으로 진행됐다. 전망대에 올라 북녘을 바라보며 이 모 할아버지(83)와 이 모 할머니(78) 부부는 “부부 각각 위암과 뇌수술을 받아 이렇게 같이 나들이를 간 것은 최근 몇 년간 유일한 나들이고 동네 이웃과 함께 와서 더 즐겁다”면서 “행사를 주관한 관계자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릉1동 주민센터에 다시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경. “다음에도 나들이를 하자”며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서로 가벼운 인사를 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감돌았다.
정릉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원과 주민자치위원, 새마을부녀회원. 이날 봉사에 나선 이들은 모두 ‘휴식일’을 반납하고 참석했다. 남 씨는 “일 년에 한 번 어르신들을 돕는 일인데 이 정도도 못하면 봉사가 아니다”며, 그들은 “그래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꾸준히 봉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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