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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OW] 민관 협력으로 도심 개발 속도 내는 도쿄 | 수백 년 ‘노포’거리 ‘콤팩트시티’로 탈바꿈

  • 정욱 기자
  • 입력 : 2019.05.07 10:41:02
지자체와 민간 협업을 통해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도쿄 니혼바시 전경.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다리가 니혼바시다.

지자체와 민간 협업을 통해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도쿄 니혼바시 전경.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다리가 니혼바시다.

1.2㎞ 건설 비용 총 3200억엔(약 3조2000억원). 도쿄 중심부 니혼바시(日本橋) 위를 관통하는 수도고속도로 지하화 얘기다.

17세기 초반 세워진 다리인 니혼바시는 에도(도쿄)를 중심지로 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가 일본 전역 도로망을 정비하면서 출발점으로 삼은 곳이다.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교통 정체 해소 등을 위해 니혼바시 위를 가로지르는 수도고속도로가 생겼다. 반세기 넘게 기능을 잘해왔지만 노후화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도고속도로 지하화 논의가 시작됐다.

번번이 발목을 잡은 것은 비용이었다. 주변에는 수백 년 역사를 지닌 노포도 많고 이미 지하에 촘촘하게 깔린 수도·전기·가스·지하철 선로 때문에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불가피했다.

중단된 논의에 탄력을 붙게 한 것이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대신 건물 일부 공간을 활용하고 민간에서도 비용을 분담하는 아이디어였다. 현재 추진 중인 안에서는 전체 3200억엔의 필요 비용 중 수도고속도로 측이 2400억엔을 내기로 했다. 나머지 800억엔을 지자체인 도쿄도 주오구와 인근 지역 부동산 개발사들이 반씩 부담한다.

인근 지역에서 부동산 개발을 진행 중인 도쿄타테모노, 미쓰이부동산의 총 공사 규모는 약 2500억엔이다. 전체 공사비의 16%에 달하는 금액을 수도고속도로 지하화 분담금으로 감당해야 한다. 대신 도쿄도에서는 개발사업 용적률을 높여줬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미쓰이부동산의 180m 빌딩에는 1950%, 도쿄타테모노의 235m 빌딩에는 2030%까지 용적률을 허용키로 했다. 통상 일본 상업지역 용적률은 200~1300%다. 오는 9월 도쿄도 심의회를 거쳐 10월께 결정이 이뤄진다. 현재 계획안대로 통과되면 도쿄올림픽 후에 해체 작업을 시작해 10~20년간에 걸쳐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구도심 재생하는 사업에 지자체 협조

도쿄도에서는 니혼바시 외에 상가가 밀집한 긴자나 츠키지 시장 등 지역에서도 비슷한 식으로 민간과 협력을 통해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니혼바시 사례는 이 같은 구상의 현실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실험 사례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로 위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영 어색하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오랜 기간을 거쳐 개발이 진행된 도심부에서는 원칙을 고수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개발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4년 완공한 토라노몬힐스 모리타워도 지하와 지상 일부까지 공간을 비웠다. 도쿄의 간선도로 중 하나인 환상2호선이 건물을 관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환상2호선은 지난 1946년 개발 계획이 수립된 후 지금까지 도심부의 공간 확보 등이 문제가 되면서 진행되지 못하던 계획이었다. 건물 일부를 도로로 내주는 대신 용적률을 높인다는 개념이 도입되고 난 후에서야 현실화될 수 있었다. 2017년 도쿄 긴자에 등장한 대형 복합쇼핑몰 건물인 긴자식스도 비슷한 사례다. 긴자 중심 대로변의 마쓰자카야백화점과 뒤쪽 지역을 동시에 개발해 초대형 건물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이 쉽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 중 하나가 마쓰자카야백화점과 뒤쪽 개발 대상 지역 사이 이면도로였다. 개발업자와 도쿄도의 협업으로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 이면도로는 유지하되 위쪽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새롭게 지어진 건물 아래에 도로가 터널처럼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대신 도로만큼의 공간을 버스터미널 등으로 내놨다. 협업 덕에 2층 이상의 경우 1개 층 면적이 6100㎡(약 1845평)에 달하는 긴자 대표 쇼핑몰이 태어났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지자체 등이 이처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개발이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사람들의 거주·활동 지역이 핵심 지역으로 집중되는 트렌드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개발 소식보다는 이로 인한 갈등 소식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도쿄의 사례는 사고의 유연성을 통해 도심 재개발의 난제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쿄 = 정욱 특파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7호 (2019.05.08~2019.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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