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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 반부패 표적·환경오염 낙인찍힌 中 골프산업-中 골프 규제해도 골프 꿈나무는 키운다

  • 입력 : 2019.05.07 11:12:2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골프 규제를 강화했지만 선수 육성에는 적극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골프 규제를 강화했지만 선수 육성에는 적극적이다.

중국에서 ‘녹색아편(綠色鴉片·Green Opium)’은 친자연적이며 건강에 좋다는 뜻의 녹색과 발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아편의 합성어로 골프를 지칭한다. 19세기 철갑 포함과 인도산 아편으로 중국의 대문을 열어젖힌 영국은 골프 문화를 홍콩·광둥성 일대로 직수출했다. 그러나 중국 부호들 관심을 끌지 못해 1911년이 돼서야 홍콩에 중국 최초의 골프장인 로열홍콩골프클럽이 세워졌다. 중국 공산화 이후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골프를 ‘녹색아편’ 혹은 ‘부르주아의 방종’ ‘백만장자를 위한 운동’이라고 부르며 멀리했기 때문에 중국은 골프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1980년대 덩샤오핑 당시 중앙군사위 주석이 해외 투자 유치 수단으로 골프를 활용하면서 1984년 골프장이 개장했고, 2000년대 들어 골프장 수가 크게 늘었다. ‘앉아서 하는 것 중에서 마작, 서서 하는 것 중에는 골프가 제일 재미있다’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등장할 만큼 중산층도 골프 열풍에 합류했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은 골프장이 경작지의 사사로운 점용(占用)과 농민 이익 침해 등 문제점을 야기하자, 2004년 신규 골프장 건설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공사도 중단토록 시달했다.

그러나 중국 정치 속담에 있듯 ‘위에서 정책이 내려오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우는 법(上有政策, 下有對策)’이다. 실제로는 지방정부와 부동산 건설업자가 골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녹지공간과 승마 연습장, 야외 훈련장이라는 명패를 내걸고 얼마든지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다. 2004년 178개에 불과하던 골프장은 2009년에는 600개를 넘어서는 등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골프장 개장 30년 만인 2014년에는 800개를 넘어섰고, 골프 인구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중국은 세계에서 골프장 건설 붐이 꺼지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 꼽혔지만 자연 생태계 파괴, 지하수 부족, 환경오염 심화, 당·정 고위 인사와 개발업자 간 정경 유착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를 실질적으로 손본 지도자는 2012년 11월, 제18차 당대회를 계기로 집권한 ‘스트롱맨’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다. 그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China Dream)’ 실현을 국정 목표로 제시하고, 관료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부패 척결에 나섰다. 그의 반부패 칼날은 마오타이주와 요트 등 사치품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후, ‘녹색아편’으로 불리는 골프장을 향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부패 척결·근검절약 지시가 내려지면서 2014년부터 중앙부처와 지방정부는 전국 골프장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서, 법규를 위반한 66개 골프장을 폐쇄해 원상 복구하거나 공원으로 조성했고 이 같은 정돈조치를 지속한 결과, 전국 골프장 수는 2017년 말 496개로 38%나 감소했다.

특히 반부패 감시기구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유명 골프리조트와 핫라인을 개통해 만약 공무원이 업무시간에 골프를 치면 통보하도록 조치했다. 왕선양 상무부 대외투자국장 등 기업이 마련한 골프 경기에 참가해 접대를 받거나 공금으로 골프를 친 공직자들이 잇따라 적발돼 파면 등 중징계를 받았다. 잘나가던 골프장이 시진핑 지도부의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의 표적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골프장 사장이나 기업인·부호 등 손님도 몸을 사리게 되는 등 수난시대를 맞아 골프 인구는 30만명으로 급락했다.

다만 시진핑 지도부도 국위선양 차원에서 골프선수는 육성하고 있다. 2012년 6월 중국 출신 첫 LPGA 우승자로, 2017년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를 기록한 펑샨샨(馮珊珊·1989년생)과 2013년 최연소 기록(만 14세 5개월)으로 골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해 타이거 우즈와 동반 경기를 한 관톈랑(關天郞·1998년 10월생) 같은 ‘골프 신동’이 해마다 쏟아진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이들 중국의 골프 꿈나무나 유망 선수를 후원하는 방안은 한중 간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적극 장려할 만해 보인다.

[문유근 매일경제 중국연구소 전문위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7호 (2019.05.08~2019.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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