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끝나지 않은 금융지주 3~4위전 우리금융 vs 하나금융-1분기 순익 勝 우리 “이대로” vs 하나 “일시적”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5.07 15:25:32
  • 최종수정 : 2019.05.07 15:44:07
올림픽 경기에서 결승전 외에도 눈길을 끄는 것이 3~4위전이다. 3위에 입상해야 동메달이라도 건질 수 있기 때문. 대형 금융지주 순위 경쟁에서 그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3위 경쟁이 자못 치열해졌다.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선전 덕분이다.

우리금융그룹은 1분기 순이익이 5686억원을 기록, 하나금융그룹 5560억원 대비 126억원 차이로 3위로 올라섰다. 이를 두고 양 지주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연말이면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주 전환 후 M&A에 열을 올리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좌), 디지털 전환·혁신금융 진두지휘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우).

지주 전환 후 M&A에 열을 올리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좌), 디지털 전환·혁신금융 진두지휘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우).

▶우리금융 어떻게 역전했나

▷하나금융 “일시적 판관비 증가 여파”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하나금융그룹과 직접 비교가 사실 어려웠다. 그나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쟁 정도가 주목을 받는 편이었지만 그마저도 하나은행이 우위를 보인 적이 다수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하나은행 순이익은 6319억원, 우리은행은 5506억원이었다.

그런데 1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각 지주의 주력인 은행 실적에서 판도가 갈렸다. 우리은행 5394억원, 하나은행은 4799억원으로 격차가 꽤 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판관비 관리를 상대적으로 잘했고 이자이익보다 비이자이익에 집중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 1분기에 임금피크제 특별퇴직 비용 1260억원을 반영해서 그렇다. 실제 총영업이익을 보면 하나금융이 1조9864억원, 우리금융이 1조7254억원으로 2610억원이나 앞선다는 점에서 다음 분기부터는 순위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하나금융은 내실경영에 있어서도 우리금융은 물론 4대 금융지주 중 자산건전성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어려울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순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논거로 든 것이 연체율이다.

각 금융지주 주력 계열사는 모두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순익을 가장 많이 내서다. 그런데 부실이 생길 조짐이 보이거나 이미 대출 연체가 시작되면 이는 곧바로 순익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연체율이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 1분기 연체율을 보면 하나은행은 0.29%,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0.33%를 기록했다. 0.04%포인트 차이면 얼마 안 될 것 같지만 대손충당금(부실 위험을 미리 예상해 손실 처리해두는 금액) 등을 쌓아야 하는 만큼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적잖을 수 있다는 것이 하나금융 측 주장이다.

더불어 하나금융은 기업가치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시가총액 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어 3~4위 경쟁을 순이익 기준으로만 놓고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나금융 시가총액은 5월 초 기준 11조원가량인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9조6000억원대로 약 1조400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우리금융은 이마저도 연말이면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한다. ‘지주 전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 전환 후 자본 확충 여력이 생겼기에 그만큼 자회사를 둘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올해, 내년 M&A 시장에서 우리금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동시에 인수하며 지주 전환 3개월 만에 금융권에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말 수탁고 기준 운용 펀드 규모는 동양이 13위, ABL은 29위다. 합치면 운용 규모 기준 업계 10위권에 해당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각 운용사가 다 장점과 특화된 영역이 있는 만큼 이들을 잘 키워 자산운용업계 5위 안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순익 기여도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신경전 곳곳서

▷롯데카드 인수전서 으르렁

이 밖에도 두 금융지주의 신경전은 곳곳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주창하는 혁신금융 이행 여부를 두고도 홍보전이 치열하다. 우리금융이 지난 4월 초 기존 핀테크랩을 ‘디노랩(디지털 이노베이션랩)’으로 확대·개편하는 한편 올해 핀테크 등 혁신기업에 1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전 포고했다. 또 올해부터 3년간 총 3000억원의 ‘혁신성장펀드’를 모(母)펀드로 직접 조성하고 매년 1조원씩 총 3조원 규모의 펀드로 확대하겠다고 공포했다.

하나은행도 질세라 ‘1Q 애자일랩(Agile Lab)’ 8기 출범식 자리에서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직접 나서 올해 5000억원 수준의 직간접 투자를 유치해 유망 스타트업과 지역 거점 대학과의 산학 연계 활동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펀드 조성 규모도 2조원대로 밝혔다.

M&A 시장에서도 직접 맞붙었다.

롯데카드 매각 본입찰에서다. 현재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 가치가 1조5000억원 수준. 이를 하나금융에서 사실상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장점이 중복되지 않아 역(逆)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롯데카드 ROE(자기자본이익률) 0.6~0.7배 수준으로 예상되는 낮은 인수 가격과 하나카드와의 시너지 발생 등으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은행이 다크호스처럼 등장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우리은행이 20%,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보유하자는 것이 복안이다. 지주 전환 후 당장은 각종 규제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는 우리금융이 우리은행을 앞세워 일단 지분 참여를 한 후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업계는 이해한다.

하나금융이나 우리금융이 이처럼 M&A 시장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은행 의존도가 둘 다 높아서다. 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이 하나금융은 92%, 우리금융은 93%를 차지할 정도다. 게다가 롯데카드는 롯데 계열사로 그동안 롯데 유통 부문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해온 만큼 누가 인수한다 해도 계약만 잘하면 상당 기간 캡티브 고객(고정거래 고객)을 자연스레 유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쁜 그림이 아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의 경우 디지털 전환 등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소매고객 수나 기업고객 수가 적기 때문에 소매 부문의 의미 있는 고객 숫자를 확보하고 있는 롯데카드가 인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도 인수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지분 참여 성격이라 인수에 성공했을 때 우리금융이 대놓고 롯데카드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우리카드가 기업고객이 많은 반면 롯데카드는 일반 고객이 많아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전에 적극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양 측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는 사모펀드가 됐다. 최종 매각까지는 가봐야 아는 만큼 롯데카드는 물론 앞으로도 비슷한 매물에서 두 금융그룹이 부딪칠 일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뚜껑 열어봐야

▷하나는 금융당국과 관계, 우리는 자금

두 회사가 아웅다웅하지만 각자 갖고 있는 숙제는 이 밖에도 적잖다.

우리금융그룹은 자금 조달에 한동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주사 전환 시 BIS 산출 방법으로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럴 경우 보유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올라가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한동안 대형 M&A에 나서기 쉽지 않은 약점이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여전히 껄끄럽다고 알려진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이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M&A 결과 등을 봐야 연말쯤 두 그룹의 순위가 최종 결정될 듯하다.

이들이 앞으로도 대형 금융지주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은행 비중(순익)을 더욱 낮추며 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7호 (2019.05.08~2019.05.1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