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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그레이 체크 리스트-경제적 여유는 기본…인맥·전문성 중요 노후에 즐길 수 있는 운동 미리 익혀둬야

  • 김기진 기자
  • 입력 : 2019.05.10 09:53:40
퇴직 이후에도 활발하게 소비활동, 취미생활 등을 이어가는 이들을 가리키는 ‘그레이트 그레이’. 매경이코노미가 은퇴 전문가들과 함께 그레이트 그레이가 되기 위한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다. 경제적 여유(돈)와 건강은 기본, 이외에도 매너·인간관계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체크 리스트 No.1 경제적 여유

▶월 300만원 들어…‘아바타’ 만들어라

전문가들은 그레이트 그레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첫 번째 조건으로 경제적 여유를 꼽았다. 의식주를 비롯해 삶의 근간이 되는 요소를 확보하고 취미 등을 즐기려면 결국에는 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라이프스타일, 자산 현황 등에 따라 은퇴 이후 풍족한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다르다. 단 대부분의 경우 의식주를 비롯한 필수요소에 들어가는 비용을 월 150만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여기에 취미활동 등에 쓸 금액 150만원을 더해 최소 월 300만원이 들어오도록 노후 계획을 짜둔다면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한다.

안정적인 생활자금을 마련하려면 은퇴 준비를 최대한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기본을 다지는 것은 필수다. 이 중 퇴직연금은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두는 가입자가 대다수인데 수령액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운용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새겨들음직하다.

국민연금도 국가가 운용하니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추가 납입, 수령 시점 연기(연기 노령연금) 등 다양한 옵션이 있는 만큼 꼼꼼히 들여다보고 실익을 따져 선택하는 것이 좋다. 추가로 주택연금 등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연금과 더불어 본인이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대신해 돈을 벌어다주는 ‘아바타(분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이 아바타의 대표 사례다. 세입자만 확보해두면 꾸준히 임대수익이 들어오는 데다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

체크 리스트 No.2 건강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야

건강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하지 않다면 소비활동이나 사회생활, 취미생활 등을 이어가기 어렵다.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 요소는 운동. 골프를 비롯해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젊을 때 미리 익혀두는 것이 좋다. 조명기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운동은 몸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만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기회기도 하다. ‘꽃노년’을 보내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김경록 소장은 “골프 등 타인과 함께하는 종목도 좋지만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걷기 혹은 악력운동을 비롯해 간단한 도구를 활용해 할 수 있는 근력운동이 대표 예시다. 시간이나 돈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고 부상 위험도 적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고 식단을 건강하게 구성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새겨들음직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의료비 부담이 커질 확률이 높은 만큼 각종 보험에 미리 가입하는 것 역시 기본 수칙이다. 주기적인 건강검진도 기본으로 챙겨야 하는 사안이다.

유의할 점 한 가지. 몸만 건강하다고 끝이 아니다. 몸 건강만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조명기 연구원은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어떤 요소로 인해 자존감이 타격을 입는지, 어떤 상황에 주로 ‘멘붕’을 겪는지 등을 파악하고 심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미리 마스터해두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체크 리스트 No.3 매너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 필요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에 나온 명대사다. 영화에서 배우 콜린 퍼스는 이 대사와 함께 젠틀함으로 무장한 액션 연기를 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레이트 그레이에게도 매너(예절)는 중요한 요소다.

김경록 소장은 “나이가 들면서 매너를 잃어버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력이 안 좋아지며 공공장소에서 크게 말하거나 신체 기력이 예전만 못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보통의 경우 주변에 이 같은 행동이 예절에 어긋난다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 본인이 그레이트 그레이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자신의 행동과 타인의 반응을 점검하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레이트 그레이가 되려면 운동은 필수다. 건강관리에도 좋고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레이트 그레이가 되려면 운동은 필수다. 건강관리에도 좋고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체크 리스트 No.4 인간관계

▶동호회 참여율 6년 새 7.5%포인트↑

폭넓은 인간관계도 꽃노년을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통상 일을 그만두면 타인과 교류할 기회가 확연히 줄어들고 인간관계가 좁아진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혼자 보내는 시간, 혹은 같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세상과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과의 관계만을 통해서는 채울 수 없는 점도 많다. 은퇴 후에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 학교와 직장 등을 통해 맺은 기존 인맥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퇴직 이후에도 동호회나 사회공헌활동, 종교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만드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아두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 단체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 비율은 실제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인구 중 친목이나 사교를 위한 모임, 스포츠를 비롯한 취미를 함께 즐기기 위한 모임 등에 참여하는 사람 비율은 2011년 35.4%에서 2017년 42.9%까지 증가했다.

체크 리스트 No.5 세상 향한 관심

▶인터넷 이용 활발·신문 구독률도 높아

그레이트 그레이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시사·경제, 트렌드 등에 귀를 기울여야 타인과 교류하기도 쉽고 현명한 재테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재계와 정계, 혹은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안을 파악하고 젊은 세대가 어떤 것에 열광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등을 확실하게 알아두면 여러 방면으로 도움이 된다. 신동일 부센터장은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내는 사람 중 상당수는 신문이나 잡지를 여러 개 구독한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독불장군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과 경험, 배경, 생각 등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극 찾아 나선다”고 전했다. 김경록 소장은 “그레이트 그레이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 과거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정보를 얻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연구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60대 인터넷 이용률은 2013년 41.8%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82.5%로 치솟았다. 4년 새 약 두 배로 늘었다는 의미다.

체크 리스트 No.6 전문 분야

▶퇴직 후 공허함 달래기 위한 수단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1~2가지를 확보해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직장에서 벗어나면 더 이상 좇아야 하는 목표가 없어지며 공허함을 느끼기 쉽다. 이럴 때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선택 가능한 분야는 다양하다.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직장생활을 하며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는 사람도 많다. 취미생활도 좋다. 해당 활동을 통해서 경제적인 소득이나 지위 등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순수하게 자기 만족을 느끼고 즐길 수 있다면 어떤 활동이든 괜찮다”고 설명한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7호 (2019.05.08~2019.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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