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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육아용품과 육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과 육아서적을 참고해 준비했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보니, 제가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었다면 덜 고생했을 텐데, 고생할 것 다 한 뒤에야 알게 된 것이 바로 아기띠, 유모차, 아기 침대와 바운서 등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육아템들에 관한 지식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기옷과 육아용품 상당수를 남편 친구 부부에게서 물려받았지만, 아기가 태어난 후 천천히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육아서적도 신생아기에 필요한 물건과 3개월 후 준비해도 충분한 물건을 분류해 소개하고 있었으니 저는 그것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지요.

출산을 앞두고는 신생아기에 아기가 당장 사용할 수유용품이나 침구류, 수건과 배냇저고리, 내의류를 세탁, 살균소독해 놓고 당장 산후조리기에 필요한 물품은 다 준비해 두었다고 방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떤 물건을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된 지식은 준비하지 못한 것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출산육아·맘카페 같은 데서 홍보하는 제품들은 그저 '있는 사람'들의 사치일 거라고 생각해 버렸지만, 그중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만 5개월부터 사용한 놀이보조용품 '쏘서'. 보행기와 비슷한 구조인데, 여기에 아기를 태우면 아기가 점프를 하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엄마가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설겆이를 할 때 아기를 태워놓으면 기분 좋을 때는 30분 정도까지 혼자서 놀아준다.
 만 5개월부터 사용한 놀이보조용품 "쏘서". 보행기와 비슷한 구조인데, 여기에 아기를 태우면 아기가 점프를 하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엄마가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설겆이를 할 때 아기를 태워놓으면 기분 좋을 때는 30분 정도까지 혼자서 놀아준다.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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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딴에는 알뜰하게 살림한다고 얻어온 장난감과 육아용품도 그렇습니다. 출산 전에 미리 물건 하나하나를 다 뜯어보고, 물려주신 분에게 제품의 용도와 사용방법, 사용 시기 등을 확인해 메모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무작정 많은 옷과 물건을 물려받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저는 아기가 신생아일 때, 모유 수유하는 것과 아기 우는 걸 달래는 일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신생아기의 아이는 보통 2시간마다 한 번씩은 잠에서 깼습니다. 하지만 저는 젖 물리는 데 너무 서툴렀지요.

수유 자세부터가 힘들었습니다. 아기를 향해 온몸을 숙여서 간신히 젖을 물리다보니 수유를 할 때면 허리와 목이 몹시 아팠습니다. 매번 옷을 갈아입고 싶을 정도로 땀이 온몸을 적셨습니다. 백일이 지날 때까지 다한증으로 인해 잠도 못자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럴 때는 내 몸에 꼭 잘 맞는 수유쿠션과 더불어 수유하는 장소에 엄마가 편한 자세로 젖을 물릴 수 있는 소파나 의자 등이 배치돼 있어야 합니다.

산후조리원이나 집에서는 소파가 있어서 좀 나았는데, 산후조리를 하러 간 친정이나 아기를 보여드리러 자주 방문했던 시가와 친척집 등, 내 집 이외의 장소에서는 수유를 하는 공간에 편안한 의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젖을 물려야 하니, 방에 들어가 맨 바닥에 앉아서 수유를 해야 하니 그것도 고역이었습니다. 참고로 아기가 젖을 충분히 먹지 않거나, 서너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젖이 불어서 편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 한밤중에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젖을 짜내야 했죠.

요즘은 전동유축기가 사용하기 편하지만, 그래도 기계는 아기가 빠는 힘 만큼은 못 합니다. 저도 유구염, 유선염 등 모유 수유 기간에 엄마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신생아용 아기띠와 바람막이 덮개, 바운서도 꼭 필요한 물품 중 하나입니다. 저는 신생아용 아기띠와 바운서를 준비하지 못해서 백일 무렵까지 그냥 아기를 안아서 재우느라 손목이 많이 상했습니다. 통증이 심했지만, 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유 수유 중이라서 약물치료를 하거나, 수시로 물리치료를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아기띠도 신생아 때부터 사용 가능한 것과 3개월 이후 아기에게 허리 힘이 생기기 시작하면 사용 가능한 일반 아기띠와 힙시트 등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기의 머리와 허리, 몸 전체를 잘 받쳐주는 신생아용 아기띠를 준비하면 아기를 안고 달래거나 재울 때 유용합니다. 저는 3개월부터 첫 돌 무렵까지 아기띠를 사용했고, 이후에는 힙시트로 갈아탔습니다. 돌 이후까지 오래도록 사용하시는 분들이 계신만큼, 아기띠도 엄마가 사용하기 편하고 아기에게도 편안함을 주는 좋은 제품으로 구매하시거나 물려받아 쓰시는 게 좋습니다. 

바운서를 사용하지 못하고 아기를 키운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바운서는 바구니처럼 생긴 흔들침대 같은 것인데, 아기를 백일 무렵까지 그 위에 눕혀서 흔들거려 주면 아기가 좋아 합니다. 우는 아기를 달랠 때도 유용하고, 잠을 재울 때도 좋습니다. 모빌이 달려있어서 아기가 모빌을 보면서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바운서와 신생아용 아기띠가 있었다면 저도 허리와 손목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쉽게도 아무도 저에게 바운서가 무엇인지, 바운서 사용법 등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사용해 보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기 백일이 지난 후, 지인에게서 얻은 육아용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바운서를 발견했지 뭐에요. 얼마나 허탈하던지요. 아기 수영 튜브나 유모차 바람막이 커버 속에 섞여 있어서 다 같은 부류의 물건인 줄 착각하고, 나중에 꺼내봐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다른 집에 물건을 물려줄 때는 종류별로 따로 포장하고, 내용물과 용도, 이름 등을 메모해서 주었어요. 저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나중에는 노하우가 생겨서 물품을 물려받거나, 새로 샀을 때는 물건의 상표에 붙은 품명을 온라인에서 검색해서 꼼꼼하게 읽어보고 제품에 대해 공부를 하고나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출산준비를 하고 있는 엄마라면, 육아용품에 대한 공부도 미리 해두시면 똘똘이 엄마가 되실 수 있을 거에요. 
   
중고로 구매한 디럭스형 유모차. 만 7개월에 구입한 절충형 유모차는 집에 두고, 이 중고유모차는 외갓집에 두었는데 만 5개월 반~8개월까지 가끔씩 사용했다. 중고라서 오래되고 사용을 많이 했던 제품이라 바퀴가 잘 안 굴러가고 불편한 점이 많아 조기에 사용을 접었다.
 중고로 구매한 디럭스형 유모차. 만 7개월에 구입한 절충형 유모차는 집에 두고, 이 중고유모차는 외갓집에 두었는데 만 5개월 반~8개월까지 가끔씩 사용했다. 중고라서 오래되고 사용을 많이 했던 제품이라 바퀴가 잘 안 굴러가고 불편한 점이 많아 조기에 사용을 접었다.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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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기 침대와 카시트, 유모차에 대해 이야기할까 해요. 저는 아기 침대는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니 굳이 필요하지 않고, 이불을 깔고 바닥에서 같이 재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후회했습니다. 신생아기에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니 그나마 괜찮은데, 뒤집기를 시작한 후로 아이는 끝없이 뒤집고 구르고 온 방안을 다 굴러다니며 잤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잡니다. 저는 매일 밤 이리저리 아기에게 밀려서 쫓기며 구겨져서 잠을 자듯이 했습니다. 아기도 수면 중 움직임이 너무 많아서 깊은 잠을 못 잡니다. 

원목으로 된 아기침대나, 바닥에 깔아서 사용할 수 있고 아이가 좀 더 커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범퍼침대도 좋습니다. 아이가 구르다가 추락하거나 딱딱한 벽, 가구 등에 부딪히지 않을 수 있고, 구르는 범위에도 제한이 있으니 아기 수면교육에도 좋습니다. 부모도 편하게 잘 수 있고요.

또 어른의 침구류를 같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아기는 자기 이불과 베개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아기는 자기 이불과 베개의 냄새를 맡고 익숙한 냄새에 편하게 잠들기도 하거든요. 아기의 침구류는 땀이 많은 아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별도로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세탁하고 햇볕에 잘 말려주어야 해요. 

그리고 아기를 키우다 보면 차로 이동할 일이 많습니다. 아기를 차에 태울 때는 반드시 유아용 카시트를 장착해야 합니다. 저도 지인에게서 헌 카시트를 얻기는 했지만, 신생아 때는 사용할 수 없는 아동용이어서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에 인터넷으로 주문했어요.

카시트는 신생아기부터 곧바로 사용 가능하며 연령에 따라 조절해서 만 6~7세까지 사용 가능한 것을 구입하면 되는데요. 카시트는 생명과 안전이 걸린 만큼, 아기의 편안함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약간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카시트를 싫어하는 아기도 있다지만, 카시트에 태우면 확실히 안정감 있고 안심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카시트에 타고 좀 달리다 보면 곧 잠이 듭니다. 

자동차가 없다면,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이동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아기띠나 유모차입니다. 저는 육아를 책으로 배운 터라, 유모차는 3개월 이후에 천천히 준비해도 되는 물건인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유모차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런데 유모차도 신생아기부터 사용할 수 있는 디럭스형 유모차(아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감을 중시함, 차체가 크고 무거울 수 있으나 외출시 안정감이 뛰어나며 가격대가 가장 비쌈), 6~7개월 후부터 사용하기에 적합한 절충형 유모차(디럭스 유모차의 안정성과 휴대용 유모차의 휴대성을 절충 결합한 중간 단계의 유모차), 아기가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사용하는 휴대용 유모차(승차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가벼워서 휴대성이 좋음)로 나뉩니다. 아기의 월령에 따라, 주 사용 용도와 횟수에 따라 필요한 유모차가 다르고,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제가 지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휴대용 유모차였습니다. 그나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기가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저는 만 7개월이 될 때까지 아기를 안고 다녔습니다.

그 후에 7개월이 되어서 구매한 것은 절충형이었는데, 이것도 아기에게는 많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산동네에 살기 때문에,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시장을 보러 다녀올 때면, 가파른 언덕의 오르막, 내리막길, 울퉁불퉁 험한 노면을 자주 꽤 오랫동안 거쳐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아기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요동쳐야 했습니다. 

디럭스형은 기본이 100만 원을 상회하는 고가의 유모차라서 꿈도 꾸지 못했지만, 특히 유모차에 방풍, 방한 커버를 씌웠을 때는 아기의 모습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으니 아기를 일단 유모차에 태우면 아기의 불편함을 잘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그다지도 급했을까요. 아이에게는 늘 미안한 것 투성입니다. 

이 모든 것이 겪어보기 전에는 그냥 흘려듣고만 지식이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모두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지식이었습니다. 엄마가 잘 모르면, 엄마뿐 아니라 아기도 고생을 합니다.

부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이 저와 같은 시행착오 없이 똘똘하게게 아기를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몇 위생용품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됩니다. 아는 사람을 전부 동원해서 물려받으세요.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꼭 도움을 받으세요.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입니다.

태그:#육아, #육아용품, #아기 키울 때 있으면 좋은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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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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