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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체제 떠받치는 권력의 핵심 ‘올리가르히’

입력 : 2019-05-11 03:04:00 수정 : 2019-05-10 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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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홀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중심 비밀 네트워크 지배/ 대국의 향수 그리운 러시아 국민/ ‘포스트 전체주의’ 통치체제 용인/ 개혁·개방 ‘새로운 버전’은 없어/ 서구의 시각… 러 정서 간과 비판
저자는 “푸틴 대통령은 비밀경찰과 재계 거물로 구성된 신디케이트를 대표하고 있다“면서 “전권을 가진 회장이 아니라 동료 중 일인자”라고 풀이한다. 

흔히 러시아를 ‘푸틴 차르’ 체제라고 한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작년 러시아 대선을 통해 3, 4, 6대에 이어 제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보리스 옐친 이후 20여년 간 권력을 쥐고 있으니 옛 로마노프 왕조의 차르체제를 연상할만도 하다. 과연 그는 명실상부하게 전권을 휘두르는 힘을 갖고 있을까?

 

독일 뮌헨대학 정치학 교수인 마르가레타 몸젠은 “푸틴 1인 체제, 혹은 독재주의라고 비판하지만, 푸틴은 홀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자주 간과된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배 엘리트들이 형성한 비밀 네트워크의 지배를 받고 있다. 푸틴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정계와 경제계를 조종해 온 비공식적인 그룹들로 이루어진 권력 피라미드, 즉 푸틴 신디케이트가 권력의 핵심이라는 점. 모든 공공의 통제를 벗어난 러시아의 딥 스테이트(deep state) 즉, 민주주의 제도 밖의 숨은 집단이 광범위한 사안들을 결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치체제는 ‘푸티니즘’이라는 용어로 포장되어 있다.

 

러시아 사회학자 레프 구드코프(Lev Gudkov)는 지금 푸틴 체제의 특징을 풀이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푸티니즘의 핵심은 비밀경찰이 고위 관료들과 국영기업들의 사적인 이익 충족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포스트 전체주의적 통치체제라는 것. 푸틴 정권은 오히려 과거에 사용되었던 과두정치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때 과두정치란 국가와 재계의 최고 권력자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심지어 과거 소련 시절 전권을 휘둘렀던 소련공산당 정치국을 모방해 비공식적으로 재탄생된 정치국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민들이 어느정도 이런 체제를 용인하는 것은 대국의 향수가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련이 몰락한 이후 ‘상처 입은 대국’은 일사분란한 권력 집중 작업에 돌입했다.

 

푸틴 신디케이트- 비밀경찰 수중에 놓인 러시아 마르가레타 몸젠/이윤주/한울엠플러스(주)/2만9500원

과두로 구성된 권력 집단 ‘크렘린 패밀리’는 옐친의 시대가 저물어가자 후계자 작업에 돌입했고 시나리오대로 비밀경찰(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을 주무르던 푸틴 국장을 대통령직에 올려놓았다. 푸틴은 국민들에게 스포츠맨과 자연 애호가라는 이미지로 등장했고 서방에서도 그를 찬미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후 정치 기술자, 프로파간다 등 갖가지 기술을 통해 푸틴은 체계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소련 붕괴 직후인 1990년대 초반 꽃을 피웠던 언론의 다양성과 자유는 사라졌다. 크렘린이 고용한 정치기술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조종했고 푸틴의 정치를 홍보했다. ‘푸틴 신디케이트’는 언론과 사법부, 기간산업을 주무르고, 지배자에 대한 숭배를 조장했다.

 

서구 전문가들은 소련의 평화적인 해체가 1991년 변혁기의 가장 성공적인 성과라고 찬양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에게는 제국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는 치명적으로 남아 있다. 상처 입은 대국 신드롬은 크림반도의 재탈환에서 드러났듯이 국가적 도취감으로 드러난다.

 

저자는 “크림사태 이후 푸틴 지지율은 급격히 높아지면서 국민들에게 빛나는 지휘관이자 국제정치의 천재로 각인되었다”면서 “국가를 결속시키고 사회를 만족시키는 인물로 포장되었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이런 체제가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 것인가에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강대국 신드롬은 여전히 전염성이 강하다”면서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의 ‘새로운 버전’ 같은, 러시아 국내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치 지도부는 국가와 사회의 장래를 위해 바뀌어야 하고 경제와 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정치학자가 쓴 이 책은 서유럽 관점에서 본 러시아의 현재 모습이다. 반대로 러시아 정치 지도자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러시아의 정서를 무시한 서구적 시각이라는 비판도 나올만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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