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설은 없었다, 수학청소년소설 <수학특성화중학교>작가 인터뷰

정유진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공원에서 수학 소설 <수학특성화중학교>를 쓴 김주희 작가(왼쪽)과 이윤원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공원에서 수학 소설 <수학특성화중학교>를 쓴 김주희 작가(왼쪽)과 이윤원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수학특성화중학교>(뜨인돌) 시리즈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코믹×발랄×로맨스×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런데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한가지 장르가 더 추가된다. ‘수학’. 국·영·수 할 때 바로 그 수학이다. 이 책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되살려주기 위해 쓰여진 수학×코믹×발랄×로맨스×미스터리 학원물이다.

이 오묘한 장르의 소설을 맨 처음 구상한 사람은 교육콘텐츠 제작자인 이윤원씨였다. 카이스트 공학도 출신인 이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과목인 수학을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끼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야기가 있는 수학 콘텐츠’를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스토리텔링을 가장한 수학 문제집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설에 수학을 접목한 진짜 ‘이야기’말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것이라면 몰라도 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여러 버전의 습작을 써봤지만 가족들로부터 돌아온 것은 냉혹한 평가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즐겨 읽었던 웹소설 <구해줘>를 떠올렸다. 일면식도 없는 김주희 작가에게 같이 ‘수학 소설’을 써보자고 무작정 쪽지를 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수학특성화중학교>는 2016년 나름의 호평 속에 3권으로 시즌 1을 마무리했다. 최근 시즌 2로 다시 돌아온 두 작가를 지난 1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수학 책들이 그동안 없지는 않았지만, 본격 ‘수학 청소년 소설’이라니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이윤원 = 유아들을 위한 ‘수학 동화’나 성인들을 위한 수학 교양서는 꽤 있지만, 정작 초·중·고생이 재밌어 할만한 수학책은 별로 없다. 고리타분한 개념서나 문제집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빠져들 수 있는 스토리에 수학을 녹여보고 싶었다. ‘수학특성화중학교’라는 가상의 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했던 카이스트 시절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친구들과 24시간 붙어 다니며 함께 놀고, 시험 때가 되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던 기억이 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기분을 아이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김주희 = 이 선생님께 쪽지로 제의를 받았을 때 바로 흥미가 생겼다. 사실 제가 학창시절 수포자였다. 다른 과목은 고3 때라도 정신차리면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지만, 수학은 한번 놓으면 돌아가기가 힘들더라. 기획의도에 충분히 공감했기 때문에 이 선생님을 만나러 갔는데 자기가 썼던 습작을 보여줬다. 어휴, 정말 재미없었다.(웃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학특성화중학교에 다니는 4명의 친구들이다. 우연히 비밀조직 ‘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미스터리에 휘말리게 되는 아이들이 벌이는 모험과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시즌 2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피타고라스 수학캠프’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학적 요소들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 중간중간에 ‘슬그머니’ 등장한다. 예를 들어, 아이돌그룹 ‘리미트’의 콘서트장을 찾은 아이들은 LED 응원봉의 불을 켜서 하트를 만들 때 좌석 위치를 좌표평면을 이용해 찾아낸다. 비밀조직 ‘제로’에 납치당한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는 휴대폰 신호가 끊긴 지점 등을 지도에 표시한 후 삼각형의 외심을 이용해 갇혀있는 장소를 추정한다. ‘리미트’ 팬클럽 회원인 주인공 중 한명이 회원 등급을 올리기 위해 문제를 푸는 장면도 등장한다. 회원등급이 높아야 멤버들이 올린 일기를 볼 수 있는데, 이때 주인공이 푸는 문제는 무리수에 대한 OX 퀴즈다.

이런 소설은 없었다, 수학청소년소설 <수학특성화중학교>작가 인터뷰

- 수학문제를 풀면 회원등급이 높아져서 멤버 일기를 볼 수 있게 한 에피소드는 아이돌 팬클럽이 실제 도입해 주면 좋겠다는 학부모도 있더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수학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는데, 두 분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김주희 = 사실 제가 방탄소년단의 팬이다.(웃음) 실제 ‘아미’ 회원등급을 올리려면 고난도 퀴즈와 미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에피소드는 거기서 착안했다. 이야기의 큰 뼈대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정한다. 이 선생님이 먼저 수학적 장치를 보내주시면 제가 그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 때도 있고, 제가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이런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먼저 말씀 드릴 때도 있다.

이윤원 = 수학과 재미 중 무엇이 먼저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재미’다. 일단 재미있어야 읽으니까. 그래서 작가님께 보냈다가 까인 수학적 장치도 많다. 이야기 흐름에 어울리지 않다거나, 너무 어렵다거나 하는 피드백이 돌아오면 100% 수긍하고 다른 장치를 만든다. 작가님도 이해를 못 시키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겠나 싶었다.

-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 한 말씀씩 해달라.

이윤원 = 중1 때 수포자가 가장 많이 생긴다. 수학을 기계적인 문제풀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수학은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을 귀찮아하고 번거로워하는 것은 수포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

김주희 = 수포자 출신인 제가 이 소설의 난이도를 많이 낮춰놨다.(웃음)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이 소설 속 주인공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마음으로 수학적 추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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