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순간마다
숨을 쉬고 살면서도
숨 쉬는 고마움을
잊고 살았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 또한
당연히 마시는 공기처럼
잊고 살았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
다시 숨을 쉬고
다시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
새롭게 사랑하니
행복 또한 새롭네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 시집 <작은 기쁨>에서
그동안 행복이나 기쁨에 대한 시와 산문을 꽤 여러편 썼고, 여기에 소개하는 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행복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강의를 하고 신문이나 방송 인터뷰 때마다 질문을 받아 내 나름대로 대답도 했습니다. 내가 소개받거나 스스로 찾아 읽은 행복에 대한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살아갈수록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새롭게 감사하는 일에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고이다 못해 흘러내린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한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의 저자 장 도미니크 보비의 말이 담긴 메시지를 여러 지인들과 공유하니 그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모를 것이다’라고 고백한 교사 출신 소설가이며 지금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정태규님의 책 <당신은 모를 것이다>도 지인들에게 종종 소개해주곤 합니다.
그들의 글은 우리가 살아 있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며, 당연한 듯 누리고 사는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일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절절한 체험적 고백으로 깨우쳐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사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일에 그리도 더딘지! ‘기쁘다’ ‘행복하다’는 표현을 하는 일에는 왜 그리 인색한지! 그리고 처음부터 행복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슬프고 힘든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 비교해서 나는 다행이다,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지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딱히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서도 현재의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행복방정식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매일을 새롭게 감사하고 집에서 일터에서 매일 만나는 이들도 처음 본 듯이 반가워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은 저 멀리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함을 다시 묵상하며 어느 날 내가 쓴 이 시를 나직이 읊어봅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마음의 문 활짝 열면/ 행복은 천 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고운 날개 달고/ 살짝 나타날지 모르는 나의 행복/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도 행복합니다.’(‘행복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