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 퍼트’ 기대 이상

김경호 선임기자

최혜진, 실전 적용 두 번 만에…생애 첫 KLPGA 메이저 타이틀 따내며 ‘효과 톡톡’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퍼트 향상

미 골프전문지는 “뽑는 게 유리”…선수마다 느낌 달라 확률 무의미

최혜진이 28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 5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KLPGA 제공

최혜진이 28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 5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KLPGA 제공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가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 골프룰에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할 수 있다’고 허용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진행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선수들의 관심은 어느 쪽이 유리한가로 집중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괴짜로 소문난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샘보(미국)는 “깃대를 꽂는 게 유리하다”며 옹호론자가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고진영이 깃대를 꽂아두고 퍼트하면서 시즌 2승을 거두고 세계랭킹 1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2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제41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진도 최근 깃대를 두고 퍼트하기 시작했다. 올시즌 4차례 국내 대회에서 ‘차세대 골프여왕’답지 않게 우승권 밖으로 돌던 최혜진은 이를 통해 퍼트가 눈에 띄게 안정됐고, 결국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최혜진은 지난주 초청선수로 나간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하와이)에서부터 퍼트에 온 신경을 쏟았다. “퍼트할 때 공만 보고 끝까지 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깃대도 꽂아두고 퍼트하기 시작했다. “동계훈련 때부터 연습하긴 했지만, 실제 플레이에 적용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꼽았다 뺐다 하니 불안하고 헷갈릴 때가 있어서 거리가 멀건, 가깝건 하나로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퍼터도 말렛형에서 일자형에 가까운 것으로 바꿨다.

최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깃대를 뽑고 퍼트하는 게 확률상 유리하다’는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홀 한가운데로 향하는 퍼트가 아니면 깃대로 인한 이점이 없고, 그럴 확률은 27.6%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오히려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험이나 확률 등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다. 선수마다 느낌이 다르고, 심리 효과도 다르다. 디샘보는 “목표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이 생긴다”며 시각효과를 이점으로 들었다. 최혜진은 “중장거리 퍼트 때 힘있게 치면 핀을 맞고 들어가서 좀 더 자신있게 퍼트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깃대 퍼트’ 이후 퍼트가 매우 향상됐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순위가 2018시즌 23위(1.778개)에서 2019시즌 2위(1.726개)로 껑충 뛰었고,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도 91위(29.92개)에서 37위(29.59개)로 올랐다.

최혜진도 퍼트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롯데 챔피언십(공동 5위)에서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 29개를 기록했고, KLPGA 챔피언십에서는 올시즌 국내 대회 최고인 30개로 우승했다. 직전 대회인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35위)에서는 32.33개였다.

선수의 성적 향상을 한 가지 이유로만 설명할 수 없겠지만 최혜진이 최근 ‘깃대 효과’를 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최혜진이 계속 깃대 효과를 볼까. 향후 흥미롭게 지켜볼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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