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위로 못할 때 동시가 세상 이어줘…폐기했던 동심 다시 읽고 해방감 느끼길”

이영경 기자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펴낸 김창완

가수 김창완이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가수 김창완이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어른이 되어서 더 알게 되는 세상은 그리 대단하지도 또 그렇게 영광스럽지도 않아요. 나이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별들을 잃어버리고 강물을 흘려버리나요. 오늘이라도 폐기해버렸던 동심을 다시 만난다면 보통 큰 축복이 아니에요.”

가수, 연기자, 방송 진행자, 에세이스트…. 김창완(65) 앞에 붙는 수식어는 길다. 여기에 동시 작가란 경력이 더해졌다.

그의 첫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출간을 기념해 2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창완은 “음악도 내게 위로가 되지 못할 때 동시는 내가 숨을 수 있는 다락방이 됐고 그 방에서 다시 세상에 내려오게 해 준 사다리가 돼 주었다”고 말했다.

김창완은 환갑 가까운 나이에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2013년 격월간지 ‘동시마중’에 세 편을 발표했고, 이후 지금까지 200여편의 동시를 썼다. 개중에 51편이 이번 시집에 수록됐다.

“털이 북실북실한 다리로 꽃술을 막 헤집었다./ 간지러울 텐데/ 긁을 수도 없고/ 어떻게 참을까?…그래서 꽃잎이 흔들렸나?/ 재채기 참느라고”

시집의 처음을 여는 시 ‘어떻게 참을까?’만 봐도 그가 쓴 동시의 매력을 알 수 있다. 꿀을 빨리는 꽃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점이 참신하면서도 타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두 번째 시 ‘호랑이’에선 동물원에 처음 간 아이가 호랑이가 ‘어흥’하지 않고 ‘거쿠와어루황’하고 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오줌을 싼 뒤 “망할 놈의 호랑이…순엉터리로 울어서 진짜 놀랐다”고 말한다.

“세상을 보던 나의 은유가 동날 때쯤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어요. 동심이었습니다. 동심은 먼 어린 시절도 선명하게, 가까이 있는 나의 현재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다초점 렌즈이고 틀에 박힌 은유에서 벗어나 새롭고 자유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비상구입니다.”

김창완은 동요 앨범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동시집은 처음이다. 그는 “이 책을 쓰게 만든 가장 큰 동인은 결핍이다. 금지되거나 벽이 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이 책에 써냈다. 이전에 동요 앨범들과는 사뭇 다르다. 읽는 분들이 해방감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맞고 나서 남몰래 ‘욕상자’를 열어 “교문 나가다 바지나 확 튿어져라”고 말하는 ‘착한 어린이’가 아이들에게 해방감을 준다면, 어른들이 진짜 혼내는 이유는 “자기들이 거짓말할 때지”(‘혼내기’)라고 말할 때 어른들은 마음 한 구석을 들킨 것만 같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가수이자 연기자로서 김창완의 모습이 드러난 시들도 있다. ‘대본 읽기’는 영의정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화랑>의 대본 연습을 하면서 썼다. 오리털 파카를 입은 임금, 슬리퍼를 달랑거리는 며느리가 읽는 대본에 따라 대궐이 됐다가 초가집이 되는 시는 인생과 시간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김창완은 ‘칸 만들기’라는 시로 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을 수상했다. ‘칸 만들기’는 시에 빈칸을 그려넣고 그 안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적어 넣는데, 항상 한 칸이 모자라 계속해서 칸을 새로 그려야 한다. 동시마중의 편집위원 이안 시인은 “오랫동안 동시를 써온 시인들과 구분되는 자기만의 색깔을 지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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