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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York Long Island in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욕망의 도시 뉴욕, 사랑만을 갈구한 ‘위대한 바보’

입력 : 
2019-04-24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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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는 뉴욕주에 속한 섬이다. 31개의 공원과 해변을 지닌 미국의 전통적인 부촌으로 서울로 치면 성북동 같은 곳이다. 롱아일랜드는 19세기 후반부터 유명인과 부유층의 한가로운 피서지 역할을 하면서 발전했다. 부자들은 조용하고 깨끗한 이곳에 자신들만의 대저택을 지었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롱아일랜드에 산다’는 것은 부와 권력의 상징처럼 통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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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의 위대한 성, 롱아일랜드 지난 2월15일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중대 발표를 했다. 물론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세기의 이혼(무려 40조 원의 위자료 지급)이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이날 발표는 뉴욕, 그중에서도 롱아일랜드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아마존이 뉴욕 롱아일랜드 시티에 제2의 본사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는 것. ‘뉴욕 시민의 약 70%가 아마존의 뉴욕 제2본사 설립을 찬성했지만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가 이유’라고 아마존은 밝혔다. 성명에서 아마존은 “뉴욕주 및 롱아일랜드 시티 지역 정치인들이 우리의 계획에 반대하고 계획 추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이미 있는 뉴욕의 스태튼 아일랜드와 브루클린, 맨해튼의 팀들을 계속 성장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2018년 11월 미국 내 두 곳에 제2의 본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과 뉴욕 롱아일랜드 시티에 각각 25억 달러, 총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자리 5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롱아일랜드의 지역 정치인들과 유지들은 주 정부와 시 정부가 아마존 투자 유치를 위해 총 30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결정에 반대했다. 그들은 30억 달러를 지역의 공공 서비스와 낡은 인프라 개선에 투자해야 하며, 또한 아마존이 들어올 경우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빌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아마존이 들어온다면 총 270억 달러의 수입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면서 이번 결정을 아쉬워했다.

물론 뉴욕은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오지 않아도 ‘먹고 살기’ 충분한 도시다. 세계 최대 도시의 명성을 세기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문화, 예술, 경제, 산업 등에서 뉴욕은 지구상 그 어떤 도시보다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뉴욕이라고 총칭해서 부르지만 뉴욕은 맨해튼, 브롱크스, 부르클린, 퀸스 그리고 스태튼 아일랜드, 사우스햄튼, 첼시 등으로 이루어진 광역시다. 맨해튼은 뉴욕의 미드타운이다. 세계에서 가장 광고료가 비싼 전광판들이 즐비한 타임스퀘어, 센트럴 파크 등이 있다. 이곳, 특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브로드웨이까지의 뉴욕 5번가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센트럴파크를 앞마당으로 즐길 수 있는 한 펜트하우스가 최근 약 2800억 원에 거래되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갑부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또 하나 뉴욕의 부촌으로 롱아일랜드를 손꼽는다. 퀸스에 속한 롱아일랜드는 이스트강을 경계로 무려 31개의 공원, 해변이 있는 미국의 전통적인 부촌이다. 서울로 치면 성북동 같은 곳이다. 이곳의 갠트리 플라자 공원에서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전망할 수 있고 특히 롱아일랜드 존스 비치공원은 1년에 8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뉴욕의 명소다. 롱아일랜드는 19세기 후반부터 유명인과 부유층이 한가로운 피서를 즐기는 해변 역할을 하면서 발전했다. 부자들은 뉴욕 시내와 가까운 이곳에 자신들만의 대저택을 지으면서 하나의 부촌을 형성했다. 롱아일랜드의 부와 권력을 통렬하게 보여 준 영화가 있다. 바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의 원작은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손꼽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이다. 영화는 1920년대가 배경이다. 개츠비는 자신의 사랑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은다. 그는 롱아일랜드에 궁전 같은 저택을 짓고 톰과 결혼한 데이지가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지만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을 1925년에 출간했다. 당시 미국, 특히 뉴욕은 번영을 구가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사람들은 전쟁 후유증과 유례없는 호황을 동시에 겪었다. 도덕적, 종교적 관념은 무너지고 모든 사람은 오로지 욕망을 향해 질주했다. 피츠제럴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뉴욕의 황금시대가 보여 준 ‘자본 만능주의’ 그리고 ‘도덕적 타락’을 경계하고 우려했다. 영화, 소설 속 닉 캐러웨이는 피츠제럴드 자신이기도 하다. 영화는 바로 이 닉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인물 개츠비. 그에 대해 피츠제럴드는 ‘인생의 미래에 대해 극도로 섬세하며 희망을 갖는 것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 이런 인물을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달려온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무엇이 위대한 걸까. 그가 이룩한 거대한 성, 평생 쓰고도 남을 돈, 아니다.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의 위대함은 ‘욕망 가득한 뉴욕’에서 가장 순수하고 진정한 가치인 ‘사랑’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이 무대가 바로 뉴욕의 롱아일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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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1922년 뉴욕, 미국 중서부 출신으로 예일대학교를 나온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최고 수단인 주식과 채권 거래를 배우기 위해 뉴욕에 온다. 그는 제1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했던 용감한 미국 시민이다. 그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West Egg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산다. 강 건너 롱아일랜드 이스트 에그East Egg는 중세 시대 성 같은 거대한 저택들이 즐비한 전통적인 부자 동네다. 닉은 이스트 에그의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 저택을 방문한다. 닉의 친구인 그는 예일대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집안 대대로 백만장자다. 그리고 톰의 아내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은 닉의 친척 동생이다. 데이지는 톰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들여 결혼했다. 톰은 데이지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무려 35만 달러짜리 진주 목걸이를 선물했다. 닉은 이 집에서 돈 많은 여자 골프 선수 출신의 조던 베이커와도 인사를 나눈다. 닉이 살고 있는 웨스트 에그에도 주식 혹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떼돈을 번 신흥 부자들이 이스트 에그의 저택 못지않은 호화로운 집을 짓고 있다. 닉은 지금의 뉴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922년 뉴욕, 도시는 광기에 빠져 있었다. 빌딩들은 높아지고 주가는 끝없이 치솟고 파티는 커졌다. 도덕심은 무너지고 불법은 난무하고 술값은 떨어졌다.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부자들의 세상이다.”

웨스트 에그의 대저택. 왕궁보다 더 화려한 이 저택의 주인은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그는 매주 토요일이면 호화로운 파티를 연다. 수많은 밴드, 무희, 마술사들이 신나는 공연을 펼친다. 정치인, 관리, 뉴욕 사교계 인물들 그리고 이 파티가 궁금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광란의 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무도 이 파티의 주최자이자 대저택의 주인인 제이 개츠비를 알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것. 소문만 무성하다. “개츠비는 엄청 부잣집 상속자라네”, “독일 빌헬름 황제의 친척이래”, “개츠비는 마술을 부린다는 말도 있어” 등등 확인할 수 없는 말들만 오간다.

닉 역시 개츠비의 파티를 알고 있다. 닉은 정신 나간 이 파티를 경멸한다. 다만 개츠비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한다. 어느 날, 닉에게 초청장이 온다. 바로 개츠비 저택의 파티 초대장이다. 닉은 잠시 생각하다가 초대장을 들고 개츠비 저택을 향한다. 파티가 한창이다. 사람들은 즐기면서도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을 감추지 못한다. 닉에게 개츠비 저택의 집사가 다가온다. “닉 캐러웨이 씨, 당신이 이 파티에 초대된 최초이자 유일한 손님입니다.” 잠시 후,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바로 제이 개츠비다. 마성의 미소를 가진 이 백만장자는 닉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닉은 이 남자의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구가 된다. 얼마 후, 개츠비는 닉에게 이 ‘쓸데없는 돈 자랑’ 파티를 여는 이유를 설명한다. “난 이 파티에서 한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는 데이지. 바로 내 전 애인이지요. 이 파티가 소문이 나서 그녀가 한 번이라도 들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개츠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요.”

“아니야, 할 수 있어.”

닉은 개츠비의 마음을 안다. 데이지의 친척 오빠인 자신에게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닉은 고민하다가 데이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데이지는 승낙한다. 약속 시간은 오후 4시. 약속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개츠비가 닉의 집에 도착한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개츠비는 수천 송이 꽃을 갖고 왔다. 닉의 집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가득 찬 화원이 된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개츠비는 초조해 하며 안절부절못한다.

“휴, 하루 종일 기다릴 수 없어. 가겠어.”

“4시 2분 전이에요. 왔어요.”

닉은 개츠비의 이런 순순함에 호감을 느낀다. 이윽고 4시 정각. 데이지가 차를 타고 도착한다. 닉이 마중 나간다. 닉의 집에 들어온 데이지는 꽃으로 장식된 닉의 집에 감탄하고 즐거워한다. 닉은 개츠비를 찾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리둥절한 닉. 잠시 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개츠비가 비를 맞고 서 있다. 닉은 잠시 두 사람을 지켜본다. 꽃구경을 하던 데이지는 개츠비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쳐다본다. 5년 만의 만남이다. 미소를 짓는 두 사람.

“개츠비, 다시 만나서 진짜 기뻐요.”

“안녕, 나도 다시 만나서 기뻐.”

개츠비는 지독히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가난에 지쳤다. 부모에 대한 원망, 가난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그는 16살에 집을 떠났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사랑했다. 하지만 데이지의 아버지는 데이지가 부잣집에 시집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랐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자 개츠비는 참전한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살아왔다. 그리고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서 몇 달 공부할 기회도 잡았다. 하지만 데이지 앞에 나설 수가 없었다.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지가 부잣집 아들인 톰과 결혼한다는 소식도 알고 있었지만 숨어 버렸다. 그리고 5년이 흐른 후, 개츠비는 백만장자가 되어 데이지 앞에 나타난다. 그는 데이지를, 그녀의 사랑을 되찾을 생각이다. 그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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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목적이 아닌, 사랑 쟁취 수단 개츠비는 데이지를 자신의 저택으로 데려간다. 호화롭고 아름다운 가구와 장식들 그리고 샹들리에와 최고급 옷 등등. 모두 개츠비가 데이지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데이지는 행복해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개츠비는 더 행복하다. 닉은 이 두 사람의 관계가 결국은 허망하게 끝날 것이라 생각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우리 같이 떠나자”고 말한다. 데이지는 대답하지 못한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한다. 데이지는 물론이고 닉 역시 그 점은 수긍한다. 톰은 데이지와 결혼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다른 여성과 불륜 관계를 유지했다. 심지어 톰은 데이지의 친척인 닉에게 대놓고 자신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톰은 데이지에게 변화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그것이 톰의 저택 앞에 자리 잡은 웨스트 에그 호화 저택의 주인인 개츠비임을 알게 된다. 톰은 웨스트 에그 출신의 부자들을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부와 명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톰은 개츠비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궁금해한다. 도박, 사기 아니면 밀수 밀매?

맨해튼의 호텔.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톰과 데이지, 개츠비와 닉 그리고 조던이다. 개츠비는 이곳에서 데이지에게 말한다. “데이지, 여전히 날 사랑한다고 말해요. 톰에게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해요. 그리고 나에게 돌아오고 싶다고.” 모두 데이지를 쳐다본다. 데이지는 망설인다. 그리고 “나는, 말할 수 없어요”라고 한다. 톰은 데이지의 말을 듣고 자신감을 되찾는다. 그는 개츠비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밀주업으로 더럽게 돈을 벌었다고. 순간 흥분한 개츠비는 톰을 때리려 하고 데이지는 이 자리를 떠난다. 그러자 톰은 개츠비에게 말한다.

“두 사람, 같이 차를 타고 돌아가도 좋아.” 톰은 데이지와 개츠비가 같이 있어도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개츠비를 비웃는다. 노란색 차를 타고 돌아가는 개츠비와 데이지. 두 사람이 탄 차는 마치 곡예하듯 도로를 질주한다. 그 순간, 자동차 수리점 주인 조지 윌슨은 그의 아내 머들과 싸운다. 두 사람의 싸움은 격렬해진다. 사실 머들은 톰과 불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조지가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 것이다. 머들은 조지를 피해 집 밖으로 뛰어나온다. 그리고 무작정 달린다. 그 순간, 노란색 차가 그녀를 치고 만다. 머들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땅에 떨어진다. 머들은 죽었다. 노란색 승용차는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뺑소니를 친다. 그 차에는 개츠비와 데이지가 타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톰과 조던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경찰차가 와 있고 조지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다. 톰은 죽은 이가 자신의 불륜녀인 머들임을 알고 당황하지만 이내 조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노란색 차였어. 머들이 노란색 차에 치었어”라고 중얼거리는 조지에게 그 차는 톰의 것이 아닌 개츠비의 것이라고 알려준다. 톰은 조지에게 “개츠비가 머들을 죽였어”라고 말하며 개츠비가 살고 있는 곳을 알려준다.

노란색 차를 운전했던 사람은 데이지였다. 사고가 나자 개츠비는 데이지 대신 자신이 운전했다고 말하며 데이지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자동차의 충돌 흔적을 지운다. 이를 본 닉은 개츠비에게 충고하지만 개츠비는 듣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데이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침울해한다. 그 무렵 톰은 조지가 개츠비를 찾아가면 큰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데이지에게 멀리 여행을 떠나자고 말하며 짐을 꾸린다. 개츠비는 저택의 수영장에 있다. 그의 생각은 온전히 데이지뿐이다. 그 순간, 총성이 울린다. 개츠비는 멈칫한다. 조지가 개츠비를 쏜 것이다. 개츠비는 이내 쓰러지고 만다. 거의 실성한 조지는 잠시 후 자살한다.

개츠비가 죽었다. 닉은 개츠비의 저택으로 가 그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개츠비의 죽음을 알리고 장례식 참석을 권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개츠비는 생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파티에 참석한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정치인들에게는 검은 돈을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죽은 개츠비를 외면했다. 닉은 데이지에게 개츠비의 마지막 인사를 부탁하려 전화를 한다. 전화는 톰의 집사가 받았다. 그는 “지금 데이지는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말만 한다. 닉은 절규하듯 말하지만 끝내 데이지는 외면한다. 결국 개츠비는 외롭게 이 세상을 떠났다. 개츠비의 장례식이 끝난 후, 닉은 뉴욕과 개츠비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실망했다. 닉은 생각한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고 했다. 돈은 그에게 목적이 아닌 데이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였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갈망했다. 그는 데이지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쳤다. 그의 인생 목표는 오로지 데이지였다. 하지만 개츠비는 멍청했다. 그는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데이지는 그렇지 않았다. 개츠비는 위대했다. 이 흉흉하고 욕망만이 가득한 뉴욕에서, 지고지순한 사랑만을 생각했기에.’ 그리고 닉은 개츠비의 일생을 글로 남겼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는 ‘개츠비’ 앞에 ‘위대한’을 덧붙였다.

‘개츠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는 그 녹색 불빛을, 그 격정의 미래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것은 이미 우리들에게서 달아났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려서 양팔을 내뻗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해맑은 아침에…. 그렇게 우리는 물살에 휩쓸려 가면서도 계속 노를 저어 과거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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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를 백만장자로 만든 ‘금주법’ 영화는 원작에 충실했다. 더하고 뺄 것이 없을 정도로 피츠제럴드의 글과 구성 그리고 인물에 대한 묘사와 메시지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욕망의 시대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라고 믿은 개츠비는 정말 위대했을까, 혹은 바보였을까. 개츠비는 단 하나, ‘과거를, 즉 사랑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개츠비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 출신이다.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고 돈이 없어 데이지가 톰 뷰캐넌과 결혼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개츠비에게 돈을 버는 것은 ‘데이지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개츠비는 짧은 시간에 백만장자가 되었다. 타고난 금수저 톰은 개츠비의 부의 축적을 ‘검은 돈’이라 의심했다. 사실 그랬다. 개츠비는 시대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1920년대, 미국은 금주법의 시대였다. 술을 금지하는 세상, 술과 음료수의 차이는 알코올 도수 0.5도였다. 이는 포도주와 포도 주스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개츠비는 이 금주법을 이용했다. 밀주 제조와 주류의 밀수입은 천문학적 돈을 안겨 주었다. 개츠비는 그 돈으로 정치인, 관리 등을 관리했고 그 외 모든 것은 데이지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올인했다. 1920년 1월17일, 미국 영토 내에서 모든 술의 제조, 판매, 운반을 금지하는 수정 헌법 18조가 발효되었다. 훗날 역사상 가장 ‘무효한, 그리고 멍청한 법’이라는 조소를 받은 금주법은 미국 내에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 되었다. 애초 이 금주법은 전쟁을 겪으면서 늘어나는 술 소비를 줄이려는 목적과, 미국을 개척한 청교도적 사고방식의 부활, 그리고 맥주 등 술을 많이 마시는 독일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수많은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 내 술집은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장소가 되었다. 그들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새로운 세상 미국에 품었던 꿈과는 거리가 먼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달랬다.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이들 이민자들이 자칫 폭동 세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술을 금한 것이다.

금주법은 마피아를 조직적이면서도 강력한 집단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애초 이탈리아계 동네 건달 수준이던 마피아는 금주법를 위반하면 그 수익이 막대하다는 것을 알고 조직적으로 덤벼들었다. 술은 쏟아져 들어왔다. 캐나다, 멕시코의 국경을 통해 밀주가 미국에 공급되었다. 미국내에서도 밀주가 제조되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금주법 발효 전 약 100억 달러의 주세를 징수했는데 이 합법적인 돈에 더해 무제한의 불법 자금이 지하 조직에 숨어든 것이다. 미국 동부의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는 캐나다 밀수입을 주도했다.

그는 오대호와 육로를 통해 뇌물을 쓰며, 때로는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르며 천문학적 돈을 벌었다. 그야말로 부와 공포를 갖춘 전국구 조직 보스가 된 것이다. 금주법의 폐해가 노출되자 금주법 반대 운동이 미국 내에서 확산되었다. 그들은 ‘금주법은 자유 국가 미국에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는 논리로 반대 운동을 폈다. 이들은 AAPA(Association Against the Prohibition Amendment, 반금주법협회)를 조직하고 미국의 정치, 국회, 언론, 사회 각계에 반대 운동을 전파했다. 이들은 금주법 발효 이후 오히려 범죄는 증가했고 술 대신 약물 복용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금주법이 마피아 등 폭력조직의 자금줄이 되는 것도 우려했다. 결정적 시기가 도래했다. 1929년 미국은 전례 없는 경제 공항에 빠졌다. 경제는 파산 직전이고 세수는 급감했다.

정부는 돈을 풀고 싶어도 돈이 없었다. 그때 주류세가 강력한 세수원으로 등장했다. 미국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금주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1932년 루즈벨트가 당선되었다. 루즈벨트는 그 해 의회의 동의로 수정 헌법 18조, 즉 금주법을 폐지했다. 무려 13년간의 ‘미국 금주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글 정유진(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위키피디아, Daum영화]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6호 (19.04.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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