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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헬보이’ 데드풀 버전 헬보이의 불맛 리부트

입력 : 
2019-04-25 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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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히어로 끝판왕 헬보이가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블러디 액션 블록버스터 ‘헬보이’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 시리즈와 별개로 리부트된 작품이다. 더 섹시해지고 유머러스해진 헬보이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4월11일 목요일 오전 7시 기준)에 올랐다. 말수는 적고 주먹은 세지만 유머를 겸비한 거대하고 붉은 다크 히어로의 탄생이다.

사진설명
서기 517년, 아서왕에 패하고 몸이 6조각으로 나뉘어 봉인된 ‘블러드 퀸’ 비비안 니무에(밀라 요보비치). 시간이 지난 현재, 이 마녀를 다시 부활시켜 인류를 파멸하려는 초자연적 빌런들이 등장한다. ‘헬보이’는 양아버지이자 B.P.R.D(Bureau of Paranormal Research & Defense: 초자연 현상 연구 방위국)의 ‘브룸 박사’ 지시로 영국 한 비밀 단체의 괴수 사냥을 도우러 갔지만 되레 공격을 당한다. 영매 ‘앨리스 모나한’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헬보이는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빌런들의 계획을 막기 위해 나선다. 지옥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악마의 뿔을 자르고 악에 맞서 싸우며 다크 히어로로 재탄생한 헬보이. 이미 오프닝 스코어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헬보이’(1만4901명), ‘헬보이2: 골든 아미’(2만5828명)를 모두 뛰어넘은 이번 ‘헬보이’ 리부트 버전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시리즈’로 두터운 팬층을 쌓은 데이비드 하버가 헬보이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헬보이를 창조해 낸 그는 쉽게 흥분하는 기분파지만, 어렸을 적부터 인간의 마음으로 양육돼 왔다. 괴물 속에 잠재된 사춘기 아이 같은 면을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터지는 B급 유머와 풍부한 감정으로 연기해 낸다. 헬보이의 상징이랄 수 있는 잘린 뿔과 꼬리, 파멸의 오른손과 리볼버는 여전하다. 여기에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의 정체성 고민, 아버지 브룸 박사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 세상의 종말자와 구원자 사이에서의 격동 등의 구조가 모두 등장한다. 블러드 퀸뿐만 아니라 영국 첩보부, 거인족, 아더왕과 엑스칼리버 시리즈, 마법사 멀린까지 등장한다. 원작의 상당 부분과 대사를 가져다 썼지만 이를 모르면 이야기가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왕좌의 게임 시즌2’의 블랙워터 전투의 섬세한 연출력, 폐쇄공포를 자아냈던 ‘디센트’ 등으로 영국의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닐 마샬은 극 전체를 유머와 리듬감으로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며 그조차 상쇄시킨다.

23년간 ‘헬보이’를 만들어 온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가 각본은 물론 제작까지 참여해 디테일을 채운 덕도 크다. ‘헬보이’의 역사랄 수 있는 주연 배우 론 펄먼도 바뀌고, ‘헬보이’(2004), ‘헬보이 2: 골든 아미’(2008)에서 각본과 원안, 감독을 맡았던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상징을 기대하는 기존 시리즈의 팬들은 이런 변화가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잘 만든 다크히어로 영화를 기다려 온 팬들에겐 반가운 영화다.

헬보이가 누군가를 죽이거나 초자연적 빌런들을 공격하는 신의 리얼함을 살려내는 백미는 바로 OST.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아름다운 마녀 비비안 니무에보다는 사람의 손뼈를 과자 부숴 먹듯 하며 기괴한 연기를 펼친, ‘오멘’과 방사능 괴물, 마녀를 뭉쳐놓은 것 같은 빌런 ‘바바야가’가 더 무섭다. 지옥 출신 다크히어로라는 정체성, 청소년 관람 불가에 걸맞은 잔인한 장면이 많으니 감안하고 볼 것. 간만에 경험하는 독한 농담과 지옥의 불맛이 느껴지는 신이 많다. 짐 캐리의 연기력이 돋보인 ‘마스크’를 시작으로, 영화 ‘300’, ‘씬 시티’ 등 독보적인 다크함을 드러낸 원작을 다수 보유한 다크호스 코믹스는 마블과 DC를 잇는 코믹스계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알린다. ‘헬보이’ 덕에 DC와 마블은 긴장해야 할 듯. 쿠키 영상은 두 개다.

[글 최재민 사진 메가박스중앙, (주)플러스엠]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6호 (19.04.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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