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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IMF·WB 세계경제 전망 ‘불황(리세션)’ 아니지만 ‘하방 위험’ 점점 커진다

  • 입력 : 2019.04.22 14:37:17
  • 최종수정 : 2019.04.22 14:42:06
매년 4월이면 미국 수도 워싱턴 D.C.는 호텔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공동 주최하는 춘계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190여개 나라에서 수천 명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도 함께 열린다. 행사 주간 동안 IMF와 세계은행 건물은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건물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선다.

총회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는 ‘세계경제전망(WEO)’ 수정 발표다. 이번에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조정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019년 성장률을 3.7%로 예상했으나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3.5%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0.2%포인트 더 낮춰 잡았다.

분위기가 싸늘할 것 같은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희망적 신호도 엿보인다. IMF는 “리세션(불황)을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하방 위험에 유의하라는 것이 우리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앞뒤 3년 가운데 경기 저점은 올해고, 내년에는 지난해와 동일한 3.6%로 성장률이 다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만 놓고 봐도 하반기부터 성장이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에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깜짝 발탁된 기타 고피너스는 세계 경제의 현 상태를 ‘민감한 순간(delicate moment)’이라 비유했다. 세계 경제가 경기 둔화를 짧게 거치고 다시 회복에 나서려면 국제적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주요국들이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만큼 유연한 재정정책으로 경기 둔화를 제어해야 한다는 게 IMF의 조언이다. 이에 대해 IMF의 24개 이사국 대표로 이뤄진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지난 4월 13일(현지 시간) 채택한 커뮤니케에서 “재정정책이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재정정책은) 유연하며 성장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선진국 부진 속 개도국 경기 개선 주목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라면 권역별 성장 전망을 눈여겨 살펴볼 만하다.

개발도상국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개선될 전망인 반면 선진국은 전반적 부진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인도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7.3%로 아시아 주요 개도국 가운데 단연 수위다. 중국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6.3%로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역전쟁 해소 시 깜짝 반등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은 지난해 7.1%에서 올해 6.5%로 성장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중에는 미국이 그나마 양호하다. IMF는 지난해 2.9%에 달했던 미국 성장률이 올해 2.3%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1.9%까지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 성장률이 2.5%에 달하고 내년에도 2%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며 IMF보다 긍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더라도 내년 11월 대선 때까지 인상할 가능성도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성공을 위해 내년까지 경기를 부양하려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점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지역은 유럽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유럽 19개국)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1.3%로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전망이다. 유로존에서 성장률이 전년보다 높아지는 나라는 그리스가 유일하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성장률은 올해 0.8%까지 추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1월만 해도 1.3%로 예상됐지만 자동차 수출 부진의 파장이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유로존 최대 뇌관은 이탈리아다. IMF는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겹칠 경우 이탈리아발(發) 위기에 유럽을 넘어 아시아까지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 따지면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6월과 브렉시트(Brexit) 협상 시한인 10월이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할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5호 (2019.04.24~2019.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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