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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NOW] (32) 싱글몰트 위스키의 정점 ‘맥캘란’ 한 병 17억…장인이 한땀 한땀 그려넣은 라벨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9.04.28 10:50:19
1억5500만원.

지난 4월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경매센터에서 열린 ‘맥캘란 72년 제네시스 디캔터 한정판’ 경매의 최종 낙찰 가격이다. 이날 경매에 참석한 100여명 사이 치열한 접전 끝에 강남의 한 유명 위스키바 대표가 품에 안았다. 700㎖ 용량 위스키 1병에 1억5500만원. 단순 계산해보면 1㎖, 일회용 인공눈물만 한 용량에 매겨진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제네시스 디캔터는 오히려 저렴해 보인다. 주류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약 17억원)을 보유한 것도 다름 아닌 맥캘란이다.

전 세계 슈퍼리치의 시선이 ‘싱글몰트 위스키(잠깐용어 참조)’로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스코틀랜드 위스키 ‘맥캘란’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역대 가장 비싼 술 1위부터 5위까지 맥캘란 위스키가 독식하고 있을 정도. 유독 맥캘란이 명성을 떨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1병에 1억5500만원짜리 위스키가 나왔다. ‘맥캘란 72년 제네시스 디캔터 한정판’이 주인공이다.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1병에 1억5500만원짜리 위스키가 나왔다. ‘맥캘란 72년 제네시스 디캔터 한정판’이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경매가 1억5500만원

72년 동안 숙성…사상 최고 연산

위스키의 고향이라 불리는 스코틀랜드에는 100여개 위스키 브랜드가 있다. 맥캘란은 그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824년, 모든 위스키 브랜드 중 2번째로 합법 증류면허를 받고 영업을 시작해 200년 가까이 위스키 외길만을 걷고 있다. 위스키 숙성에 반드시 필요한 스페인산 셰리 오크통도 독점하는 수준이다. 연간 거래되는 전 세계 셰리 오크통 85%를 맥캘란이 사들인다.

이 정도로는 술 한 병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배경에는 어마무시한 ‘희소성’이 자리한다.

국내 최고가 위스키 ‘맥캘란 72년 제네시스 디캔터’는 지난해 5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증설한 증류소를 기념하기 위해 전 세계 600병만 한정 제작된 위스키다. 한국에는 단 2병만 들어왔다. 한 병은 경매를 통해 팔렸고 다른 한 병은 잠실에 위치한 시그니엘서울의 ‘바81’에 지난 4월 17일 입고됐다. 판매가는 아직 미정이다.

‘귀하신 몸’인 만큼 위스키 원액을 감싸는 패키지도 초호화다. 각 분야 거장이 총동원됐다. 크리스털 디캔터는 맥캘란 증류소를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 그룹 ‘로저스 스터크 하버 파트너스’가 직접 디자인했다.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랑스 크리스털 공예 명가 ‘라리끄’가 수제작했다. 목각 케이스도 남다르다. 목재는 아프리카 희귀종 ‘부빙가’ 나무를 사용했다. 법적으로 벌목이 금지된 보호수인 탓에 낙뢰 맞은 나무만을 모았다. 제작은 영국 왕실 전문 캐비닛 장인에게 따로 의뢰했다.

세계 최고가 위스키로 유명한 ‘맥캘란 마이클 딜런 1926’은 그야말로 ‘문화재급’ 희소성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52만9000달러, 약 17억원에 낙찰된 ‘괴물’이다. 애시당초 제품화된 수량 자체가 적었다. 해당 위스키를 비롯한 ‘맥캘란 1926 시리즈’는 전 세계 40병밖에 없다. 60년 넘게 위스키를 한 오크통에 숙성하는 과정에서 위스키가 다 증발해버렸기 때문이다. 보통 한 개 오크통(약 500ℓ)에 위스키를 숙성하면 대략 700병 정도가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맥캘란 마이클 딜런 1926’(맨 왼쪽)은 지난해 말 주류 경매 사상 최고가(약 17억원)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는 병당 약 6억5000만원에 팔린 ‘맥캘란 피터 블레이크 1926&발레리오 아다미 1926’ 세트였다.

‘맥캘란 마이클 딜런 1926’(맨 왼쪽)은 지난해 말 주류 경매 사상 최고가(약 17억원)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는 병당 약 6억5000만원에 팔린 ‘맥캘란 피터 블레이크 1926&발레리오 아다미 1926’ 세트였다.

1926 시리즈가 더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맥캘란이 1년에 위스키를 숙성하는 오크통은 66만개다. 맥캘란 위스키 마스터 단 1명이 66만개 오크통을 하나하나 시향·시음을 한다. 그 과정을 거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최상의 오크통을 1년에 1개씩 뽑는다. 해당 오크통은 보통 12~25년 지나면 오픈하는 다른 오크통과 달리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 맥캘란이 이 선별 작업을 시작한 것이 바로 1926년이었다. ‘1926 시리즈’는 ‘최초의 1등 오크통’에서 무려 60년 동안 숙성한 술인 셈이다.

화룡점정으로 위스키 라벨에 아일랜드 출신 유명 화가 ‘마이클 딜런’이 직접 그림을 그려 넣었다. 스카치 위스키 상징인 맥캘란 증류소 ‘이스터엘키스하우스’를 개성 있게 표현해 ‘맥캘란 덕후’ 소유욕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단 1병뿐인 위스키인 셈이다.

‘마이클 딜런 1926’이 팔리기 전까지 기존 세계 최고가 위스키도 ‘맥캘란 1926 시리즈’였다. ‘맥캘란 피터 블레이크 1926&발레리오 아다미 1926’ 세트가 그 주인공이다. 비틀스의 앨범 커버 기획으로 유명한 피터 블레이크, 그리고 21세기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발레리오 아다미와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맥캘란 라벨에 담은 한정판이다. 제품이 처음 판매된 것은 23년 전인 1996년. 위스키 2병을 보유하고 있던 한 위스키숍이 지난해 4월 2병을 세트로 개인 컬렉터에게 약 13억원에 되팔았다. 한 병당 약 6억5000만원에 팔린 셈이다. 판매 당시 병당 약 3000만원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배도 넘게 가격이 올랐다.

맥캘란 국내 수입사인 에드링턴코리아 관계자는 “싱글몰트에 대한 노하우와 자부심, 역사를 그대로 담아 극소수량으로 선보이는 한정판 제품들이 싱글몰트 마니아 사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명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제품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는다. 오픈 후에도 맛과 향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슈퍼리치도 많다”고 자랑했다.

인터뷰 | 전태규 맥캘란 브랜드 앰버서더

초고가 위스키의 맛? 아무도 알 수 없어

‘맥캘란 브랜드 앰버서더’는 말 그대로 맥캘란 홍보대사다. 일반인은 물론 바텐더나 호텔 직원 등 업계 관계자에게 맥캘란 위스키와 브랜드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한다. 10년 경력의 전태규 맥캘란 브랜드 앰버서더에게 초고가 맥캘란 위스키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Q. 대체 왜 이렇게 비싼가.

A 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몰트 위스키는 원액이다. 반면 블렌디드 위스키는 이 원액에 공장 양산형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생과일주스와 과일 시럽으로 만든 주스의 차이다. 몰트 위스키와 다른 위스키는 생산 수량이, 나아가 애초에 주종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Q. 17억원 호가하는 위스키? 과연 어떤 맛일까.

A 최고가 위스키로 유명한 맥캘란 1926 시리즈는 아무도 못 마셔봤다는 말이 옳겠다. 지금껏 개봉된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맛도 알 수 없다. 물론 맥캘란 위스키 품질을 총괄하는 맥캘란 위스키 마스터 1명이 극미량 맛봤을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일반 위스키와는 달리 평가나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 구입한 이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그래도 궁금하다. 간접적이나마 알고 싶다. 연산이 높을수록 보통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A 흔히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스키가 ‘순해진다’고 표현한다. 도수도 살짝 낮아지고 목넘김도 부드러워진다. 반대로 풍미는 진해진다. 하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아무리 똑같은 원액을 같은 장소, 같은 오크통에서 숙성한다고 할지라도 맛이 전부 다 다르게 변한다. 맛 균일화 과정을 거친 후 출고하는 일반 제품과는 달리 스페셜 위스키는 각각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맛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알맞다.

잠깐용어 *싱글몰트 위스키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한 위스키를 ‘몰트 위스키’로, 그중에서도 한 증류소에서만 나온 몰트 위스키를 ‘싱글몰트 위스키’라고 부른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증류한 싱글몰트 위스키인 ‘스카치 위스키’가 가장 유명하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5호 (2019.04.24~2019.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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