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맞수열전] 무선 이어폰 애플 vs 삼성전자 | 음질·가성비 ‘버즈’…착용감·디자인 ‘에어팟’

  • 강승태 기자
  • 입력 : 2019.04.29 07:15:01
“그 어느 때보다 신기하다. (새로운 에어팟은) 비교할 수 없는 무선 이어폰 경험을 제공한다. 꺼내는 즉시 어떤 기기와도 연결 준비가 완료된다. 귀에 꽂기만 하면 울려 퍼지는 풍성한 고품질 사운드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애플코리아 홈페이지)

“갤럭시 버즈는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갤럭시S10 예약 사은품 수급까지 겹쳐 물량이 모자랄 정도다.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한 획을 그은 제품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

전자·IT 업계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애플이 비교적 생소(?)한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바로 무선 이어폰 시장이다.

한 해 15억대가 팔리는 스마트폰 시장과 비교하면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는 매우 작은 편. 하지만 무선 이어폰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무선 이어폰은 하루에도 몇 시간 이상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 귀찮은 ‘선’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줬다. 주기적으로 충전해야 한다는 또 다른 족쇄를 안겼지만, 자유성과 편의성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무선 이어폰이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있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2022년이 되면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는 27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 이어폰 시장이 처음부터 마냥 장밋빛 전망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최근 일각에서 “무선 이어폰이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무선 이어폰 자체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립전파연구원이 “무선 이어폰 전자파는 휴대전화보다 낮은 수준으로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최근 애플이 한국에도 에어팟2를 공식 출시하면서 무선 이어폰 시장을 둘러싼 양 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공개 행사에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함께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공개 행사에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를 함께 선보였다.

▶급성장하는 무선 이어폰 시장

▷애플 시장점유율 70% 이상 확보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점한 것은 애플이다. 2년 전 에어팟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너무 비싸다’ ‘굳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그런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 길을 걷다 보면 무선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어팟의 힘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는 4600만개에서 2020년 1억290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에어팟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35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팟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삼성전자는 바로 반격에 나섰다. 올해 3월 갤럭시 버즈(이하 버즈)를 출시하며 에어팟과 맞불 작전을 놨다.

버즈가 출시되기 전만 하더라도 에어팟 경쟁 상대는 아예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팟은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원톱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버즈가 출시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절치부심 개발한 버즈는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으며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에어팟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하면서 음질이 괜찮다는 평가다.

▶두 제품의 차이점은

▷오픈형 에어팟, 커널형 버즈

두 제품의 기본적인 구성 형태는 비슷하다. 모두 무선 이어폰과 케이스로 구성돼 있다. 케이스는 일종의 충전기 역할을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에어팟 충전 케이스는 직육면체 모서리가 둥근 형태로 좀 더 세련된 느낌이다. 화이트 색상, 유광 등은 애플만의 감성(?)을 자아낸다. 케이스 하단에는 충전을 위한 단자가 있다. 케이스를 열면 흡사 초소형 헤어드라이어 같은 모양의 이어폰 2개가 들어 있다. 에어팟이다. 에어팟2 디자인도 에어팟과 동일하다.

버즈 케이스는 가로로 누워 있는 캡슐 모양이다. 화이트와 블랙, 옐로 등 3가지 색상이며 무광이다. 얼핏 보면 콘택트렌즈 케이스를 연상케 한다. 케이스를 열면 소라 모양 이어폰 한 쌍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애플 쪽이 살짝 앞선다는 평이다.

착용감은 어떨까.

좋은 이어폰을 얘기할 때 보통 음질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음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착용감이다. 착용감을 얘기하려면 이어폰 구성 방식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어폰은 크게 오픈형과 커널형으로 구성돼 있다. 오픈형 이어폰은 착용감이 좋고 귀에 피로감이 덜하지만 소음 차단 능력이 약하다. 커널형 이어폰은 귀를 꼭 막는 스타일이다. 귀마개처럼 밖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에어팟은 오픈형이며 버즈는 커널형이다.

에어팟과 버즈는 오픈형과 커널형 이어폰의 장단점이 그대로 반영됐다. 에어팟의 가장 큰 장점은 착용감. 다른 어떤 무선 이어폰과 비교해도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다. 사람 귀 모양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에어팟 착용감이 불편하다는 불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널형인 버즈의 장점은 음질이다. 버즈는 삼성이 인수한 하만의 음향 기술을 적용했다. 2개의 마이크를 주변 소음에 따라 조절해 사용하는 ‘어댑티브 듀얼 마이크로폰’ 기술이다. 버즈에는 이어폰이 귀에서 빠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고무캡이 있어 조깅 등을 할 때 전혀 불안감이 없다. 그러나 이 고무캡은 장시간 이용할 때 귀에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성비 좋은 삼성전자 버즈

▷에어팟2 출시로 맞불 놓은 애플

사실 버즈는 삼성전자의 첫 무선 이어폰이 아니다. 이전에 ‘기어 아이콘’이란 이름으로 무선 이어폰을 내놨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제품이 버즈다.

다른 무선 이어폰과 비교하면 버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사용 방법이 쉽고 간단하다는 점은 버즈의 최대 장점. 터치 패드를 한 번 터치하면 재생 혹은 일시정지가 되고 두 번 터치하면 다음 곡이 재생된다. 터치 패드를 통해 휴대폰 화면을 만지지 않고 간편히 조작할 수 있다.

소소하게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기능도 있다. 가까운 곳에서 분실했을 때 갤럭시폰과 연동해 찾을 수 있다. 종종 이어폰을 어디 뒀는지 깜빡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한 번 충전으로 통화는 5시간, 음악 재생은 6시간 할 수 있다. 가격은 15만9000원으로 에어팟2와 비교해 30% 이상 저렴하다.

애플은 에어팟 흥행을 등에 업고 에어팟2를 선보였다. 한국은 에어팟2의 1차 판매국에서 제외됐지만 최근 전파인증을 받고 4월 17일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에어팟2는 에어팟과 비교해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여러 부수적인 기능이 추가됐다. 무선충전이 가능하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소폭 늘었다. 음악 재생은 최대 5시간, 통화는 3시간 가능하다. 방수 기능과 함께 무선충전 지원 기능이 제공되며 iOS의 AI 비서인 시리가 연동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돼 주변의 각종 소음이 제거되고 몸짓만으로 음량 등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센서가 탑재됐다. 가격은 24만9000원으로 버즈와 비교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두 제품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가성비와 음질은 버즈, 착용감과 디자인은 에어팟이 더 낫다.

물론 이어폰은 개인별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제품이다. 착용감 같은 요소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귀의 모양, 귓구멍 크기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평가가 좋은 제품도 자신에게 안 맞는 경우가 있으므로 직접 사용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낫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5호 (2019.04.24~2019.04.3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