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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가보니…세계 바이오의약품 12% 생산…‘삼바’ 풀가동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9.04.29 07:20:01
인천 송도 외암사거리에서 바이오산업교를 건너 남서쪽을 가로지르는 송도바이오대로. 이 도로 끝자락 300번지에 웅장한 건물 여러 동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다. 29만7520㎡(9만여평) 대지를 차지한 3개 공장은 흔히 떠올릴 만한 공장 외관과 확연히 다르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새 건물은 마치 거대한 연구소 같다. 이곳에서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잠깐용어 참조) 12%가 생산된다.

주차장은 서울이라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넓었다. 하지만 빈자리를 단 한 곳도 찾기 힘들 만큼 꽉 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1~3공장을 건설할 때마다 넉넉한 주차 공간을 만든다고 했는데 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자리가 부족해졌다”고 설명했다. 2018년 지어진 3공장 앞 바다는 매립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금처럼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송도바이오대로 앞 바다는 ‘삼바’ 4공장, 5공장이 쭉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현재 연 36만2000ℓ 생산량으로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췄지만 앞으로 4공장 등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며 “바로 옆 매립지 부지를 구매하기 위해 인천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이 몇 년째 시끄럽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적인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무혐의로 처리했다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후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건물은 물론 한국거래소와 여러 금융사를 압수수색하며 삼바를 압박했다.

분위기가 뒤숭숭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장은 평온했다. 회계 논란은 사업 본질과 다른 얘기라는 듯, ‘삼바 비즈니스’가 순항 중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제 3공장 배양실에는 바이오리액터 12개가 자리 잡고 있다. 1, 2공장에서 업그레이드해 2개 의약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제 3공장 배양실에는 바이오리액터 12개가 자리 잡고 있다. 1, 2공장에서 업그레이드해 2개 의약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세는 인력과 실적 그래프에 잘 나타난다. 공장 안을 누비는 직원은 대부분 20~30대로 보였다. 실제 3000여명 직원 평균연령은 29세에 불과하다. 성장세가 가팔라 젊은 직원을 계속 채용했기 때문이다. 여성 인력은 전체 비중 40%가 넘고, 석박사급 고급 인력과 글로벌 인재 채용이 활발하다. 고용 인력이 7년간 30배로 늘어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2018년 기준 위탁생산 수주총액은 4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남아 있는 잔고는 3조원대로 2029년까지 먹거리가 풍성하다. 앞으로 추가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향후 10년간 연매출 3000억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수주총액은 ‘최소 구매 물량 보전’ 조건으로 체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사 계약 제품 개발을 성공한다면 잔고는 최대 3조7000억원까지 불어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33억달러)과 비교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3개 공장 중 가장 큰 곳은 2018년 완공한 3공장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제품을 생산하는 배양실(바이오리액터)로 들어가봤다. 투명 창 안쪽에 바이오리액터 12개가 자리 잡고 있다. 1, 2공장에서 업그레이드해 2개 의약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바이오리액터에서 40일간 배양 작업을 거쳐 의약품으로 거듭난다.

고도로 정제된 약품을 생산해야 하는 만큼 위생관리가 엄격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산설비는 모두 굴곡진 형태로 만들어졌다. 수평으로 구조물을 만들 경우 혹시라도 물질이 고여 설비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전문인력이 설비를 세척하고 공장 내 기압을 다르게 통제해 공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만들었다.

반도체 공장 클린룸 기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접목된 것도 위생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반도체는 청결만 관리하면 되지만 바이오시밀러(잠깐용어 참조)는 오염까지 신경 써야 한다”며 반도체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삼바 임직원이 3000명이나 되는데도 철저한 자동화 때문인지 현장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배양실에서는 푸른색 방진복을 입은 2~3명 연구원만 모니터를 통해 공정을 확인할 뿐이다. 사람 출입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위생관리 차원에서다.

3공장 준설은 전 세계 바이오 역사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1공장(3만ℓ), 2공장(15만2000ℓ)에 더해 18만ℓ가 추가되며 삼바 생산 규모가 1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량 12%가 삼바 송도 공장에서 나오고, 전 세계 환자 10명 중 1명이 삼바 의약품을 이용한다. 2011년 삼성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7~8년 만의 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바이오대로 300번지 29만7520㎡ 땅에 3개의 공장을 지었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새 건물은 마치 거대한 연구소 같다. 이곳에서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12%가 생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바이오대로 300번지 29만7520㎡ 땅에 3개의 공장을 지었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새 건물은 마치 거대한 연구소 같다. 이곳에서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12%가 생산된다.

품질에 관해서도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201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첫 인증 이후 3년 3개월 만에 22건의 글로벌 제조 승인을 받게 됐다. 2개월마다 한 건꼴이다. 올해 1월과 3월에는 각각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캐나다연방보건부(HC)로부터 2공장 원료의약품 제조 승인을 추가 획득하기도 했다. 두 곳은 2017년과 2018년 첫 승인을 받은 후 두 번째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3대 바이오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유럽, 일본에 이어 캐나다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FDA로부터 단 한 건의 워닝레터(warning letter)도 받지 않았다는 점 역시 호평받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FDA 감시관 지적이나 문의사항에 담당자를 불러 대응하는 등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항 발생 시 즉각 관련 부서 전체가 내용을 확인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은 신입사원 때부터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2015년 70명이던 글로벌 제조 승인 관련 인력을 최근 330명까지 늘렸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삼바의 현재 논란보다 앞으로 그려갈 미래 청사진을 더 궁금해하는 듯하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김태한 사장은 글로벌 주요 기업만 초청받는 ‘메인트랙’에서 ‘삼바’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2019년 CMO(위탁생산) 12건, CDO(세포주 개발, 임상시험 물질 생산, 품질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RO(위탁연구) 사업 10건 수주’가 그것이었다. 김 사장이 제시한 목표대로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전체 수주 건수는 현재의 50% 가까이 더 늘어난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CMO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잠깐용어 *바이오의약품 유전자 재조합·세포배양처럼 생명체 특성을 이용해 제조한 의약품. 화학물질을 합성한 합성의약품보다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생명공학기술이 필요하다.

잠깐용어 *바이오시밀러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항체의약품을 복제해 동등한 품질로 생산한 의약품. 화학구조가 같은 복제약(제네릭)과 달리 오리지널 항체의약품과 비슷한 단백질 구조로 유사한 약효를 보여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개발에 1조원이 넘게 드는 오리지널 항체의약품에 비해 개발비가 2000억원 안팎으로 낮다. 30~40% 낮은 가격이 경쟁력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5호 (2019.04.24~2019.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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